고가 미술품 해외거래는 과세 사각지대
  • 유재철 기자 (yjc@sisapress.com)
  • 승인 2016.05.0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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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스템에선 미술품 탈세 막기 힘들어"
사진=뉴스1

서울 유명 갤러리 대표 박기준(가명)씨는 오래전에 구입한 유화 2점을 일본인 지인에게 팔기로 했다. 먼저 박씨는 미술품을 국제특송 화물업체를 통해 일본으로 배송했다. 판매대금 6000만엔(한화 6억1200만원)은 일본 현지에서 직접 수령하기로 했다. 얼마 후 박씨는 일본에서 판매대금 직접들고 국내로 입국하다가 외국환 밀반입 혐의로 당국에 적발됐다.

미술품 해외거래가 과세 사각지대에 있어 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반출이 비교적 수월해 미술품 판매로 많은 이익을 올렸어도 감시망이 촘촘하지 않아 탈세에 쉽게 이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가 미술품은 해외로 반출할 때 아무런 재제를 받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미술품 소장자가 해외 고객에게 택배 등을 통해 미술품을 판매하고 직접 외환을 수령하거나 여러 차명계좌로 분산해 입금받으면 소득탈루가 가능하다.

감사원 조사를 통해 나타난 박씨의 탈세 사례도 관세당국의 외국환 밀반입 적발 사실이 없었다면 박씨가 얼마짜리 미술품을 판매했는지, 또 얼마의 금액을 탈루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미술품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자산가들 자금세탁에 이용되고 있지만 이를 적발하는 시스템은 국내에 전무한 상태다. 고가 미술품을 반출하거나 반입할 때 통관과정에서는 어떠한 제재도 없다.

관세청 관계자는 “미술품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수출입 물품은 신속한 통관이 생명이기 때문에 일단 수출입신고서류를 믿고 내보낸다”고 말했다.

국내 미술품거래의 경우 계산서를 발급해 반드시 세금 신고해야 하고 국세청이 정기적으로 현황조사를 하기 때문에 탈세가 예전만큼 쉽지 않다. 문제는 국내 미술품을 해외에서 거래하거나 해외에서 미술품을 사고 반입하는 경우다.

관세청 관계자는 “탈세를 기획한 자들은 들여오기 전부터 이미 인보이스를 위조한다”면서 “해외 미술품이 국내로 들여올 때 금액이 맞는지 여부는 조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미술품이 문제가 됐을 때 수입신고서류가 기록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통관과정에서 국세청 등 관계기관에 미술품 통관여부를 통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미술품의 탈세 여부는 검찰의 비자금 수사 등 사후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업계는 앞으로도 미술품이 탈세에 이용되는 것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갤러리 관계자는 “현재 시스템에선 해외거래를 통해 미술품이 탈세에 이용되는 것을 막기는 힘들다”면서 “정가가 없는 미술품의 속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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