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경영 복귀 안 하나 못 하나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9.03.21 08:00
  • 호수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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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가석방 이후 정중동 행보…실적 하락과 재판 청탁 의혹 수사 걸림돌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2015년 5월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수백억원대 회삿돈 횡령과 배임, 상습도박 등의 혐의였다. 동국제강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다. 그렇지 않아도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았다. 한때 9조원(연결 기준)에 육박했던 회사 매출은 6조원대로 추락했다. 경기 침체와 경쟁력 저하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적자로 전환됐다. 동국제강은 2014년 말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했다. 창립 60주년 기념일을 한 달 정도 앞둔 시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너 리스크’까지 겹친 것이다. 장 회장의 동생인 장세욱 부회장 체제로 동국제강이 재편됐다. 하지만 그룹의 경영 상황은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다. 실적이 고점이던 2011년 4만원대에 이르던 주가는 2016년 1월 4000원대로 주저앉았다. 알짜 계열사인 유니온스틸과의 합병 효과를 기대했지만, 경영 상황은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다. 

2018년 4월 장 회장은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장 회장은 현재 동국제강 본사가 위치한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 매일 출근하며 현안을 체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장 회장이 언제 경영에 복귀할 것인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재계의 한 소식통은 “2015년 검찰에 구속된 이후에도 장 회장은 미등기 임원으로 회장직을 유지해 왔다”며 “지난해 11월로 가석방 기간이 만료된 만큼 올해부터는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 

2018년 4월 가석방으로 출소한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의 경영 복귀 시기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왼쪽은 동국제강 본사가 있는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 ⓒ 시사저널 임준선·시사저널 최준필
2018년 4월 가석방으로 출소한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의 경영 복귀 시기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왼쪽은 동국제강 본사가 있는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 ⓒ 시사저널 임준선·시사저널 최준필

그룹의 실적이 발목 잡아

하지만 올해 3월 주주총회 안건을 살펴보면, 장 회장이 등기 임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당분간 장세욱 부회장 체제로 동국제강그룹이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그룹의 실적이 장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당초 재계에서는 장 회장이 브라질 CSP 제철소의 성공을 발판 삼아 경영에 복귀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CSP는 브라질 최대 철광석 공급업체인 발레(50%)와 동국제강(30%), 포스코(20%)가 합작해 만든 일관 제철소다. 연간 생산능력만 300만 톤으로, 사업 초기부터 장 회장이 진두지휘했을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 

이 제철소가 지난해 2분기 처음으로 영업 흑자를 냈다. 2016년 8월 상업 생산을 시작한 지 3년여 만이었다. 이 실적을 바탕으로 장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브라질 헤알화의 하락세가 만만치 않다. 2012년 제철소 건립 초기 600원대이던 헤알화 가치는 최근 200원대까지 추락했다. 제철소 건립을 위해 빌린 차입금의 이자비용이 크게 증가했고, 제철소의 평가가치도 낮아지면서 동국제강은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444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동국제강 관계자는 “CSP가 흑자를 낸 시기가 제철소 가동 이후 3년도 채 안 된다. 비슷한 시기 해외에서 가동을 시작한 제철소의 흑자 전환 시점이 4년 정도라는 것을 감안할 때 고무적”이라며 “올해부터 CSP가 목표대로 300만 톤 이상을 생산하게 되면 1억 달러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게 된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회계상 손상차손으로 현금 흐름에 큰 영향이 없다. CSP 가동이 정착되면 실적 역시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우려가 나오고 있다. CSP 손상차손에 따른 당기순손실 규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CSP의 손상차손에 의한 손실은 그해 동국제강이 거둔 영업이익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금과 같이 헤알화 가치 하락이 지속될 경우 회사 재무에 부담이 될 것으로 경영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 책임은 고스란히 장 회장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장 회장의 경영 복귀를 가로막을 수 있는 악재는 실적뿐만이 아니다. 시민단체인 민생경제연구소는 최근 재판 개입과 배임·횡령, 갑질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 등 조선미디어그룹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2월27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주목되는 사실은 과거 장세주 회장의 재판 청탁 의혹 역시 고발 내용에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한겨레와 KBS 등은 지난해 11월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조선일보 고위 관계자로부터 장세주 회장 사건을 잘 봐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았다’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이 검찰에 고발하면서 사건이 수면위로 부상한 것이다.  


재판 개입 의혹 수사도 본격화 

검찰은 현재 동국제강그룹이 조선미디어그룹에 18억원을 투자하는 등 두 기업이 가까웠던 점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장 회장이 과거 구속영장 실질심사나 재판을 받을 당시 여러 가지 석연치 않는 점이 적지 않았다. 검찰은 2015년 4월말 장 회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당시 법원은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하지만 판사가 장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의 ‘발부’란에 찍힌 도장을 수정한 뒤 ‘기각’란에 다시 찍은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법원은 당시 “영장전담판사의 순간적인 부주의”라고 해명했지만 뒷말이 적지 않았다. 이후 검찰은 장 회장을 재소환해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장 회장은 5월 구속됐다. 

2015년 11월 서울중앙지법은 장 회장에 대해 횡령과 배임 혐의만 인정해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선고 직후 서울중앙지법의 임성근 형사수석부장이 법원행정처 이민걸 기조실장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이 이메일에는 장 회장 사건의 판결문과 판결보고서가 첨부돼 있었다. 그 이유가 조선일보 고위 관계자의 청탁 때문이라고 이 전 실장이 검찰에서 진술한 만큼 향후 검찰 조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장 회장이 가석방으로 석방된 지 1년여 만에 또다시 검찰 조사를 받게 될 수도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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