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서훈 국정원장 비공개 만남…정치적 중립 논란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05.2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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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연구원 부원장 5인 선임한 날 터진 뜻밖의 논란
양정철 원장 “사적모임…(취재) 적당히 하면 좋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자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꼽히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5월21일 저녁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비공개로 회동한 사실이 27일 밝혀졌다. 인터넷 매체 ‘더팩트’에 따르면, 이날 두 사람은 서울 강남의 한정식 식당에서 철저한 경호 속에 4시간 동안 만났다.

당장 집권 여당의 싱크탱크 수장이자 대통령 최측근이 정보기관의 최고 수장과 회동을 가진 일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양정철 원장은 문 대통령 당선 후 2년여 간 공직을 맡지 않다가, 지난 14일 민주연구원장에 취임해 더불어민주당의 내년 총선 전략과 정책 수립을 총괄하게 됐다. 그런 인사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국정원장을 만난 것은 논란거리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5월21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서울 강남의 한정식 식당에서 4시간 동안 독대했다고 인터넷 매체 ‘더팩트’가 27일 밝혔다. ⓒ더팩트
5월21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서울 강남의 한정식 식당에서 4시간 동안 독대했다고 인터넷 매체 ‘더팩트’가 27일 밝혔다. ⓒ더팩트

논란 일자 양 원장 “민감한 얘기 오갈 자리 아냐”

이들의 만남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에도 파장이 일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과거 국정원의 총선 개입이 떠오르는 그림이 아닌가”라며 “이혜훈 정보위원장은 정보위를 즉각 개최해서 사실관계부터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양 원장은 이날 오전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서 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당일 만찬은 독대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 함께 한 만찬이었다"면서 "특별히 민감한 이야기가 오갈 자리도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양 원장은 "제가 고위 공직에 있는 것도 아니고 공익보도 대상도 아닌데 미행과 잠복취재를 통해 일과 이후 삶까지 이토록 주시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취재진이) 추구하고자 한 공적 이익은 무엇이냐. 적당히 했으면 좋겠다"고 반문했다.

양 원장과 서 원장은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일 때부터 핵심 참모 역할을 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양 원장은 문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가까이서 보좌해온 최측근으로, 19대 대선 당시 실무적으로 선거 준비를 뒷받침하는 ‘광흥창팀’에서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 원장 역시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국방안보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양정철 원장이 5월14일 오전 여의도 당사 민주연구원 사무실 앞에서 첫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양정철 원장이 5월14일 오전 여의도 당사 민주연구원 사무실 앞에서 첫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민주연구원, ‘전략가’ 기질 부원장 5인 선임

논란이 발생한 27일 오전, 민주연구원은 양정철 원장과 총선 전략에 함께 머리를 맞댈 신임 부원장단 5인을 선임했다. 이날 오전 민주당은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들 5인의 임명을 재가했다. 신임 부원장으로는 민주당 김영진·이재정·이철희 의원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선임됐으며,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이 당연직 부원장으로 합류했다.

이번 부원장 선임에 대해 '총선 병참기지'로서의 연구원의 역할과 ‘원팀’을 강조해 온 양 원장의 강한 의지가 분명히 드러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전·현직 전략기획위원장 3명이 한꺼번에 포함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란 평가다. 민주당 신임 전략기획위원장인 이근형 부원장을 비롯해, 각각 2018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에서 당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았던 김영진·이철희 부원장이 이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민주연구원이 향후 당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총선 필승 전략을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데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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