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계약서도, 결과물도 없는 미래연의 수상한 용역사업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6.15 14:00
  • 호수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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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성북구 용역대금' 받았는데 근거·결과無…당시 실장인 윤건영 의원은 "책임 밖의 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직했던 ‘친노(親盧) 거점’ 한국미래발전연구원(미래연)이 용역계약을 맺지 않고 지자체로부터 대금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해당 지자체의 내부 기록에는 대금 출금 내역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받은 기관은 있는데 준 기관은 없는 셈이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미래연의 ‘2011년 월간수지 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연 법인통장에 2011년 2월 총 611만원이 ‘성북구청 용역(수입)’ 명목으로 들어왔다. 이는 2월9일 229만원, 2월10일 382만원 등 두 번에 걸쳐 입금됐다. 윤 의원은 2011년 2월경 미래연에 기획실장으로 부임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11년 2월과 5월 미래연 법인통장 월간수지 보고서. 2월9일, 10일 ‘성북구청 용역’ 명목으로 611만원이 입금됐고, 그해 5월 478만원이 입금됐다가 나갔다.
2011년 2월과 5월 미래연 법인통장 월간수지 보고서. 2월9일, 10일 ‘성북구청 용역’ 명목으로 611만원이 입금됐고, 그해 5월 478만원이 입금됐다가 나갔다.

1000여만원짜리 사업…계약서는 없어

그런데 서울 성북구 측은 미래연과 계약한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지방계약법에 의해 지자체장 또는 계약담당자는 △계약목적 △계약금액 △이행기간 △계약보증금 △지연배상금 등을 적은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성북구청 재무과 관계자는 “전산에 남아 있는 2011년 외주 계약 내역을 모두 찾아봤지만 미래연과 맺은 계약서는 없다”고 했다. 문서 보존기간인 5년이 지나 파기됐을 가능성을 고려해 정보공개를 따로 요청했다. 돌아온 답변은 ‘정보부존재’였다. 성북구 관계자는 "계약서는 아예 생산된 적이 없다"고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용역대금으로 추정되는 금액은 또 있다. 2011년 5월24일 미래연의 차명계좌에는 478만원이 들어왔다. 이에 대해 차명계좌를 운용했던 미래연 전 직원 김하니씨는 “성북구 용역대금으로 책정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김씨가 미래연 내부에 보고했다는 차명계좌 거래내역에도 나와 있다. 

앞서 5월14일 법인통장에서는 같은 금액이 ‘이체오류’ 명목으로 들어왔다가 이틀 뒤에 ‘이체오류 환불’ 명목으로 빠져나갔다. 용역대금 일부가 법인통장을 거쳐 차명계좌로 들어갔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즉 미래연이 기존의 법인통장 내 611만원을 포함, 총 1089만원을 성북구 용역대금 명목으로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법령상 5000만원 이하의 계약을 맺을 때는 계약서 작성을 생략할 수 있다. 그러나 이때도 지자체는 용역계약 상대자의 계약 이행 전에 대금의 일부를 지급하게 돼 있다. 성북구 관계자는 “용역대금이 그쪽(미래연)으로 지급된 내역도 없다”고 했다. 

미래연은 이 실체 없는 연구용역 사업에 돈을 썼다. 2011년 2월부터 6개월간 설문지 배송 비용, 여론조사 비용, 실무회의 비용 등으로 약 148만원을 법인통장에서 지출했다. 그런데 그 결과 보고서는 찾을 수 없는 상태다. 

 

용역사업 몰아준 지자체장은 모두 '친노'

김씨는 “교육 관련 용역이라는 것만 알고 구체적인 보고서는 못 봤다”고 했다. 시사저널이 지자체 정책연구정보를 공개하는 ‘프리즘’ 사이트를 통해 검색해 봤으나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사이트 담당자는 “지자체가 보고서를 올리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해당 지자체에 문의해 보라”고 했다. 그러나 성북구 관계자 역시 “용역 결과 보고서는 없다”고 밝혔다. 용역대금의 입출금 기록은 있지만, 수행 결과는 없는 것이다. 

한편 2014년에 성사된 미래연-성북구 계약건은 관련 기록이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북구는 그해 11월 미래연과 ‘자치혁신모델 정책개발연구’란 제목의 용역계약을 맺었다. 대금은 1952만원으로 알려졌다. 성북구 관계자는 “당시 용역계약서와 결과 보고서는 비공개 사항이지만 분명 존재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윤 의원이 친분 관계를 이용해 돈을 끌어쓴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미래연이 성북구와 용역계약을 맺었다는 2011년 당시 성북구청장은 김영배 민주당 의원이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윤 의원과 함께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이력이 있다. 김 의원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그 밖에도 미래연은 윤 의원이 재직하던 2011년에 지자체 용역 관련 사업을 주요 수입원으로 활용했다. 서울 노원구와 광주 광산구, 대전 유성구, 수원시 등이 그 예다. 당시 이들 지역의 지자체장은 모두 윤 의원과 함께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한 바 있다. 이 중 각각 노원구청장, 광산구청장을 지낸 김성환·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이번 총선 승리로 원내 입성했다. 허태정 당시 유성구청장은 대전시장에 올랐다. 염태영 당시 수원시장은 지금도 현직이다. 

특히 수원시의 경우 성북구와 마찬가지로 용역대금 일부가 차명계좌로 들어왔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앞서 시사저널에 보낸 입장문에서 “미래연 소속 연구원이 본인이 수행했던 용역사업에 대한 수고비를 회사 운영에 도와주려고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연구원은 미래연 업무시간에 연구활동을 했고, 그래서 개인 수입으로 처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4월29일 국민대에서 축사 중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4월29일 국민대에서 축사 중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실장이었던 윤건영 “업무 밖의 일”

윤 의원은 6월11일 다시 입장문을 통해 “연구용역과 관련된 모든 업무가 당시 기획실장이었던 제 업무 범위 안에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있었던 모든 일에 대해 세세하게 알고 있지 못하고 모두 알기도 어렵다”며 “제 책임하에 있지 않은 모든 영역의 일을 묻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본다”고 했다. 

지자체가 연구용역 사업으로 예산을 낭비한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되풀이돼 왔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2013~17년 5년간 공공부문에서 추진된 정책 연구용역에 들어간 비용은 2조3631억원에 달했다. 또 전체 용역 건수 3만3985건 중 52.6%(1만7876건)는 과제 이름조차 비밀에 부쳐져 있었다.   

 

[반론보도] 「계약서도, 결과물도 없는 미래연의 수상한 용역사업」 관련

본 보는 지난 6월 23일자 「계약서도, 결과물도 없는 미래연의 수상한 용역사업」 제목의 기사에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직했던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하 미래연)이 친분관계를 이용해 지자체 용역사업을 계약서도 없이 수탁했고 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로 일부 용역대금을 수령했다’라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윤건영 의원 측은 “보도에 언급된 성북구 용역에의 참여는 본인이 미래연 기획실장으로 부임하기 전에 결정된 일이고, 미래연과 성북구 간 계약서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미래연이 (사)한국공간환경학회가 수탁한 용역의 일부에 참여했기 때문이며, 용역대금 중 일부가 미래연의 법인계좌를 거쳐 차명계좌로 들어갔다고 보도했으나, 해당 돈은 미래연 운영 등을 위한 후원금이었다”라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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