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사회적 거리 두기로 회귀할 마지노선”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06.19 13:00
  • 호수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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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재갑 교수 “때를 놓치면 의료체계 마비…경각심 높일 강한 메시지 필요”

‘수도권의 코로나19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지적은 옛말이 됐다. 이미 어떤 대책으로도 코로나19 확산세를 꺾지 못하는 상황을 맞았다. 게다가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깜깜이 환자’ 비율이 10%로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준(5%)을 초과하면서 수도권에서는 소규모 집단감염이 산발적 테러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다. 의료진도 지칠 대로 지쳤다는 신음을 토해 낸다.

수도권 확산세가 전국 대유행으로 퍼지면 의료체계가 마비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지금이 사회적 거리 두기로 회귀할 마지노선이라는 경고가 전문가들 사이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의료계는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선 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돌아가면 늦다는 신호를 정부에 보내고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가을쯤 닥칠 것으로 예상했던 코로나19의 2차 유행이 수도권에서는 이미 시작돼 정점을 향해 상승 중이라고 경고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현재 상황이 약 한 달만 이어져도 하루 감염자가 800명을 웃돌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시사저널은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와 현재 수도권 코로나19 상황의 심각성을 짚어봤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5월6일 생활방역으로 전환한 것이 코로나19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을 풀어지게 했다. 그래서 정부가 어떤 방법을 써도 별 효과가 없어 보이는데 어떻게 진단하나.

“정부는 생활방역 속에서 고위험 시설에 대해 행정명령을 하고 있다. 이런 대책의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국민의 참여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민의 심리는 느슨해진 상태다. 쉽지는 않겠지만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높이려면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또는 대규모 집단감염이 터져 국민 스스로 경각심을 갖추는 것, 이 두 가지밖에 없다. 지금은 소규모 집단감염이 산발적으로 나오지만 어느 날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해 대구의 집단감염 사태처럼 커진 후에 경각심을 갖고 어떤 조치를 한다면 이미 늦다. 따라서 국민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만 남았다.”

강한 메시지란 어떤 것인가.

“정부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로의 환원을 발표하는 것 자체가 강한 메시지다. 이대로 가서는 안 되겠다는 정부의 판단이 필요하다. 이제는 국민에게 사람 많은 곳에 가지 말라고 하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또 코로나19 발생을 크게 줄인 외국과 같은 효과를 보려면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행정조치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즉 정부가 고위험 시설과 중위험 시설 등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필요에 따라 고위험 시설과 중위험 시설의 운영을 중단시키는 등 강한 행동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외국은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10명 이상 집합 금지도 하고, 유럽에서는 실외 식당은 운영하고 실내 식당은 금지하는 등 나름대로 기준을 세워 실천하고 있다. 우리도 세밀한 지침을 세워 접근해야 정책의 실효성과 국민의 참여, 이 두 가지를 모두 끌어낼 수 있다.”

정부가 생활방역을 고수하면 어떤 수단이 추가로 필요할까.

“만일 생활방역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 판단을 했다면 필요할 경우 고위험 시설을 문 닫게 할 정도로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통제할 방법이 없다. 환자가 발생한 곳뿐만 아니라 유사 시설까지 모두 폐쇄하는 조치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모든 시설을 다 확인할 수 없으므로 국민이 위험하다고 신고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정부가 실사를 나가 확인하고 적절한 조치를 할 필요도 있다.”

경제활동 때문에 정부는 생활방역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생활방역을 강하게 해서 2주 후에 유행 추세가 꺾이면 ‘그래 조금만 더 강화하면 되겠다’고 하겠는데 오히려 코로나19 유행이 증가하는 흐름이다. 그러니 국민도 불안해서 아예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로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 코로나19 환자 증가세와 국민의 불안 등을 모두 고려할 때 답은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뿐인 것 같다. 나는 경제학자는 아니지만 불확실성 속에서는 경제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만일 2주든 4주든 고강도로 통제해 발병을 줄여놓은 후 더 안전한 상황에서 경제활동을 재개하겠다는 신호를 국민에게 주는 게 낫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돌아갈 시점은 언제가 적기인가.

“어떤 방역 조치든 그 결과는 2주 정도 후에 나타난다. 때를 놓치면 더 확산하므로 그 억제 효과가 상당히 떨어질 뿐만 아니라 기간도 길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R0(재생산지수·감염자 1명이 몇 명을 더 감염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로 이 값이 1보다 작아야 감염병 확산이 감소한다)가 1.7로 한 달간 유지되면 하루 800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금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감염자 추세를 꺾지 못하면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현재 40명 선으로 증가했다. 방역 정책을 논의할 때 정책 실행 2주 후에 실효성을 평가한다. 평가해 보니 정부가 방역을 강화하는데도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즉 지금의 방역 대책으로는 억제 효과가 없다. 적어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도 좋을 텐데 오히려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R0를 봐서도 지금 증가세를 잡지 못하면 도저히 꺾지 못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3월5일 사회적 거리 두기로 한산했던 서울 명동(왼쪽 사진)이 6월16일 생활방역으로 북적이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3월5일 사회적 거리 두기로 한산했던 서울 명동 ⓒ시사저널 최준필
3월5일 사회적 거리 두기로 한산했던 서울 명동(왼쪽 사진)이 6월16일 생활방역으로 북적이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3월5일 사회적 거리 두기로 한산했던 서울 명동이 6월16일 생활방역으로 북적이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산을 꺾지 못하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까.

“수도권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는 곳이고 밀집돼 있다. 생활반경이 넓으며 네트워크도 복잡하다. 이런 곳에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 하루 40~50명씩 환자가 발생하면 한 달이면 1500명의 환자가 누적된다. 하루 100명씩이면 한 달에 3000명이다. 더 심해져 누적 확진자가 수도권에서 월 4000~5000명 발생하면 의료체계에 큰 부담이 생긴다. 대구에서 생활치료센터가 마련되기 전까지 많은 사람이 입원을 못 해서 대기하다가 사망하지 않았나. 수도권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수도권의 병원과 병상은 여유가 있나.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전국적으로 8000병상이 있다고 했고, 그 가운데 절반은 수도권에 있을 것이다. 그나마 지금은 전담병원을 축소한 상태여서 남은 병상은 1000개 남짓이다. 물론 다시 전담병원을 확대하면 병상 수가 늘어날 수 있다. 대구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 10일 만에 5000명의 환자가 생겼고 3주쯤 뒤엔 8000명이 됐다. 이 가운데 중증 환자를 5%만 잡아도 그 수가 약 400명이다. 그런 상황을 다시 맞았을 때 병상이 충분할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수도권에서 4000~5000명의 누적 환자가 생겨 중증 환자를 5%만 잡아도 250명이다. 당장 중환자실 가용에 문제가 생긴다. 하루에 1000명씩 신규 환자가 발생해 한 달에 3만 명이 누적되면 수도권 의료체계는 마비된다.”

병상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

“지금부터라도 병상 계획을 세워야 한다. 특히 수도권에 생활치료센터를 만들어 둬야 한다. 현재 약 1000명의 코로나19 환자가 입원 중인데 이 가운데 경증 환자를 생활치료센터로 옮겨 병상 여유율을 높여야 대규모 집단감염에 대비할 수 있다. 그렇게 해야 국가지정병원이나 감염병전담병원의 의료인력도 한숨 돌리며 재충전할 수 있다.”

의료진의 피로 누적은 어느 정도인가.

“내과 의사들은 수개월 동안 격무에 시달리다 보니 한계에 달했다. 여기저기서 더 못 버티겠다는 소리가 나온다. 그래서 영상의학과 의사들까지 코로나19 환자를 보는 데 동원될 정도다. 또 환자를 본다는 부담감에 과도하게 방호복을 입어 금방 땀으로 범벅이 된다. 그래서 방호복 위를 열고 선풍기 바람을 쐬기도 하는데 사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수술가운이든 전신보호복이든 착용 상태를 제대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라리 가볍게 입고 자주 갈아입는 게 낫다. 더우니까 냉방조끼를 입기도 하는데 습기가 차고 무겁다. 그나마 물량이 없어 구하기도 힘들다. 과거부터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컨테이너로 임시 선별진료소를 마련하곤 했는데 의료진뿐만 아니라 대기하는 환자도 더위나 추위로 힘들다. 감염병에 대한 상시 진료체계를 갖춰 에어컨을 갖춘 실내에 선별진료소를 마련해야 한다. 상시 진료소를 500곳 만들기 위한 추경 예산이 아직 처리되지 않아 아쉽다.”

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로 거의 모든 시설이 위험한 상황인 것 같다.

“우리 병원만 해도 감염 환자를 돌보던 레지던트 1~2명이 자가격리 중이다. 우리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사례는 서울, 부천 등 수도권의 병원마다 2~3건씩 있다. 최근 한 대학병원 응급실은 이틀 동안 폐쇄됐다. 이미 많은 감염자가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는 얘기다. 지금은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조금 악화하면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 다시 집단감염이 발생할 것이다.”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감염자가 늘어나 국민은 불안하다.

“이른바 깜깜이 환자가 는다는 것은 그만큼 감염자가 지역사회에 확산해 있다는 얘기다. 서울 이태원 클럽과 물류센터 등에서 퍼진 감염자 중 드러나지 않은 환자가 지역사회로 스며들어 여기저기서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니까 결론적으로 확진자는 자신이 어디서 감염됐는지 모르는 상황이 벌어진다. 현 상황에서 생활방역이 통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가을철 코로나19 2차 유행과 수도권 감염의 전국 확산이 맞물릴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그 점이 가장 우려된다. 감염자가 18만 명이 넘은 이란은 첫 피크 후 경제활동을 재개했다가 두 번째 피크를 맞아 첫 피크 때만큼 많은 감염자가 발생했다. 계절적 성향 없이 2차 유행이 가능하다는 방증이다. 의료계가 2차 유행이 오는 가을이나 겨울이 더 심각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코로나19 유행과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 유행이 겹치는 상황 때문이다. 6개월간 코로나19 검사가 100만 건인데 매년 인플루엔자 감염 환자가 약 200만 명 발생한다. 코로나19 2차 유행 시점에 인플루엔자까지 섞이면 2~3개월 만에 200만 명 이상을 검사하고 치료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국내에서 인플루엔자로 한 해 최소 700명에서 2000명이 사망한다. 겨울마다 재난인 셈이다. 그래서 겨울엔 중환자실이 꽉 찬다. 그런데 코로나19까지 겹치면 그 자체가 재앙이다.”

정부의 대응 상황은 어떤가.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위기감을 느끼고 타개할 방법을 모색 중인 것 같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기조가 다르다. 두 조직 모두 현 상황이 심각하다면서도 복지부는 현 생활방역을 유지하겠다고 한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국민에게 강한 메시지를 주고 싶어도 상위 조직인 복지부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없는 것 같다. 상황 인식의 차이인지 아니면 사회적 거리 두기로 돌아가는 것이 정책 판단의 실패라고 느끼는 부담인지 모르겠다. 생활 속 거리 두기를 하다가 불안해지면 다시 사회적 거리 두기로 돌아가는 것은 모든 국가가 인정하는 방법이다. 풀었다가 필요할 때 다시 고삐를 당기는 모습을 정부가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 무더운 날씨에 마스크 착용이 힘든데 어떻게 해야 하나.

“덥고 습하고 호흡이 곤란한 KF94 마스크를 굳이 찾을 필요가 없다. 일상에서는 덴탈마스크나 비말차단용 마스크(KF-AD)를 착용하면 한결 수월하다. 나도 거리를 다닐 때는 덴탈마스크를 쓴다.”

미국 사례처럼 우리도 물놀이 시설을 찾기 시작하면 코로나19가 확산할 텐데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밀집도를 낮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해수욕장은 입구를 2~3개로 좁혀서 입장객을 제한하고, 워터파크도 실내보다는 실외 수영장을 활용하고 인원도 통제해야 한다.”

사실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유명무실하다.

“그래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부득이하게 그런 곳에 가야 한다면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 사실 밀집된 공간은 마스크로도 안전하지 않으므로 가지 않는 게 상책이다. 또 이런 기회에 고위험 시설은 스스로 바꿀 필요도 있다. 업체가 리모델링이나 업종 변경을 신청하면 정부가 도와주는 식이다. 코로나19 상황은 장기화할 텐데 고위험 시설을 그대로 두면 감염 확산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수도권 코로나19 감염, 얼마나 심각한가

정부가 5월6일 생활방역(생활 속 거리 두기)으로 전환하면서 국민의 경각심이 풀어졌다. 당시 전문가들은 생활방역 전환을 섣부른 조치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생활방역 첫날부터 수도권에서 집단감염이 시작됐다. 특히 5월28일 전국적으로 79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수도권에서 67명이 나왔다.

이후에도 신규 확진자는 30~50명 사이를 오가며 꾸준히 이어졌고 95% 이상이 수도권에서 발생하고 있다. 6월17일 기준 수도권 누적 감염자는 2530명으로 전국 감염자의 20%를 차지했다.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한 수도권 집단감염은 물류센터, 콜센터, 방문판매업체, 어르신 보호센터, 학원, 삼성전자 사업장, 기아자동차 공장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퍼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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