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토익 10번 봤는데”…인천공항 정규직 전환에 분노하는 20대
  • 정우성 객원기자 (wooseongeric@naver.com)
  • 승인 2020.06.24 13: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규직 전환 그만하라” 국민청원 16만 돌파
야당은 ‘로또취업방지법’ 발의하기도
2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보안검색 노동자 정규직화 관련 브리핑을 마친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브리핑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던 중 직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2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보안검색 노동자 정규직화 관련 브리핑을 마친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브리핑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던 중 직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인천국제공항공사 파견직 특수경비원 10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하자 20대 취업준비생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해 공정을 세우겠다는 정부 조치가 오히려 역차별로 불공정 하다는 불만이다.

 

“노력한 사람 자리 뺏었다” 청원에 16만 동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에 동의한 사람 수는 24일 16만 명을 넘었다. 청원인은 “알바처럼 기간제 뽑던 직무도 정규직이 되고, 그 안에서 시위해서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 및 복지를 받고 있다”면서 “이 곳을 들어가려고 스펙을 쌓고 공부하는 취준생들은 물론 현직자들은 무슨 죄냐”고 했다.

그는 “노력하는 이들의 자리를 뺏게 해주는 게 평등이냐”면서 “사무 직렬의 경우 토익 만점에 가까워야 고작 서류를 통과할 수 있는 회사에서, 비슷한 스펙을 갖기는커녕 시험도 없이 그냥 다 (정규직)전환이 공평한 것인가 의문이 든다”고도 했다.

ⓒ 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에 동의한 사람 수는 24일 12시 현재 16만 명을 넘었다. ⓒ 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토익 10번 본 대학생 “노력했지만 호구가 됐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취임 다음날인 2017년 5월12일 인천공항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특히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안전과 생명 관련 업무 분야는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원칙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는 공기업 입사를 원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최고의 직장으로 손꼽힌다. 평균연봉도 대기업 수준이다. 지방으로 이전하게 되는 다른 공기업과는 달리 수도권에서 근무할 수 있다. 그만큼 취업 경쟁도 치열하다. 매년 높은 어학 성적과 대학 학점을 가진 지원자들이 몰린다. 지난해 사무직 공채 기준 경쟁률이 180대 1에 달한다.

공기업 취업준비생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인천공항공사에 취업하기 위해 토익 시험을 10차례나 봤다”는 하소연도 올라왔다. 인천공항공사 취업에 필요한 토익 점수가 만점에 가깝기 때문에 점수를 높이고자 여러 차례 응시한 것이다.

게시자는 “매일 허벅지 찔러가면서 14시간씩 전공 공부를 했다”면서 “근데 열심히 노력했던 내가 호구가 됐다. 이게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에 살기 싫어졌다”고 썼다.

게시자는 700점이던 토익 성적을 980점까지 높였다. ⓒ 네이버 카페 캡쳐
게시자는 700점이던 토익 성적을 980점까지 높였다. ⓒ 네이버 카페 캡쳐

하태경 “로또 취업 법으로 막겠다”

야당도 이를 비판하고 있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24일 ‘로또취업방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운영에관한 법률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해 공공기관 채용 시 일반국가공무원과 동일하게 엄격한 공정성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같은 당 박수영 의원은 이날 “우리사회의 기본가치를 완전히 흔들어 놓는 우를 범한 것”이라면서 “열심히 준비하던 청년들은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운이 좋거나 지인을 통해 알바자리 구한 청년들은 정규직으로 입사시키고, 누가 이것을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것으로 보겠는가”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