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신상공개’ 디지털 교도소 흥행…경찰 내사 착수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7.0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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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에 불신 표출하며 “관대한 처벌 한계 느껴”
성범죄자와 아동학대범 등의 신상정보를 공개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웹사이트 '디지털 교도소' ⓒ 디지털교도소 화면 캡처
성범죄자와 아동학대범 등의 신상정보를 공개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웹사이트 '디지털 교도소' ⓒ 디지털교도소 화면 캡처

성범죄와 아동학대 등 범죄 가해자들의 구체적인 신상정보를 공개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웹사이트 '디지털 교도소'가 경찰의 수사망에 올랐다.

9일 경찰에 따르면, 부산지방경찰청은 최근 경찰청의 지시에 따라 '디지털 교도소'에 대한 내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디지털 교도소'에 대해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범죄자 신상을 개인이 공개하는 것이 법 테두리 밖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내사 결과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수사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교도소' 운영진은 사이트 소개 코너에서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악성 범죄자들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며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껴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해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 하려 한다"고 운영 이유를 밝혔다. 

이어 "모든 범죄자의 신상공개 기간은 30년"이라며 "본 웹사이트는 동유럽권 국가 벙커에 설치된 방탄 서버에서 강력히 암호화돼 운영되고 있어 대한민국 사이버 명예훼손, 모욕죄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사이트가 신상을 공개하는 범죄자는 성범죄자와 아동학대 가해자, 살인자 등 세 부류다. 최근 법원이 미국 송환을 불허한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24)씨의 사진과 출신 지역·학교 등의 정보도 공개했다. 이 사이트는 손씨에 대해 "초등학교 때 다크에덴 프리서버를 운영해 5000만원을 벌고 도박사이트 총판, 비아그라 판매 알선, 성인 사이트 총판을 통해 집안을 먹여 살리던 소년가장"이라고 소개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손씨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재판부 판사들의 실명과 사진, 생년월일, 사법연수원 기수 등의 정보도 올라왔다. 이 게시글에는 손씨와 판사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의 익명 댓글이 수 백개 달렸다. 

또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유망주였다가 팀내 가혹행위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 등에 대한 신상도 공개했다.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해 텔레그램 등에 유포한 '갓갓' 문형욱과 그의 공범 안승진 등의 개인정보도 노출됐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법적으로 제도화한 범죄자 신상 공개도 '사회적 낙인'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개인에 의해 이뤄지는 신상 공개는 정보가 부정확하고 악용 가능성이 커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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