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이 아니라 남원이다 [최보기의 책보기]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thebex@hanmail.net)
  • 승인 2020.07.2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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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에서 살아보기》ㅣ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 지음ㅣ퍼블리티 펴냄ㅣ256쪽ㅣ1만5000원

남원, 구례, 곡성, 산청, 함양, 하동은 지리산을 어머니로 둔 주요 지방들이다. 지리산의 명성은 예로부터 있었으나, 대중들에게 제대로 그 이름이 각인된 것은 조정래 대하소설 《태백산맥》이었다. 태백산맥을 기어기어 마침내 세석평전에 도착했던 빨치산들의 희열에 찬 눈물은 끝내 비극으로 지리산을 적셨다.

섬진강 상류에 자리잡은 지리산 첫 동네 남원은 농경시대 지리산 둘레 지역 물산이 모이는 곳이라서 자원이 풍부했던 터라 문화예술이 꽃피우기 좋은 동네였다. 지리산 중턱 운봉에서 판소리 동편제가 흘렀고, 춘향이와 이도령, 흥부와 놀부 등 풍성한 스토리가 넘쳐났다. 그러나 이 모두 옛날 말이다. 산업화 시대 이후 쇠락의 길을 걸어온 농경지역들은 이제 ‘지방소멸’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서울, 특히 강남 3구는 지금 집값 때문에 난리도 아니다. 눈만 뜨면 아파트 값이 치솟아 집 없는 서민들은 집값을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서울을 포함해 비좁은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인 2500만 명이 살고 있다. 서울이 아닌 수도권의 집이라 해도 지리산 둘레 지역 집값과는 비교할 수가 없이 비싸다. 사람이 집을 깔고 사는 것이 아니라 집이 사람을 깔고 사는 형국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 인구의 가장 두꺼운 층을 형성하고 있는 수도권에 베이비부머 세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은퇴가 시작된 그들의 자산은 대부분 집 한 채가 전부다. 평균연령 100세 시대가 왔는데, 이제 육십 중반에 이른 그들의 인생 이모작 전략은 여전히 집값 비싼 수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마음속으로만 ‘여차하면 이 집 팔아 시골로 뜨면 되겠지’ 생각만 하는 중이다. 문제는 미래의 집값은 귀신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남원에서 살아보기》는 그런 고민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결단을 촉구한다. 섬진강이 유유히 흐르고 지리산이 유장하게 펼쳐진 남원에 와서 3일만 돌아보고, 한 달만 살아보라는 것이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임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지금 남원은 매년 약 700가구, 1000여 명의 도시인들이 이사를 오고 있다. 고민만 하면서 너무 재다 보면 더욱 좋은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남원에 풍부한 땅, 적지 않은 일자리, 섬진강과 지리산에 쌓인 아늑한 전원의 마을들이 많다고 해도 그 또한 한정된 자원이라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비용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기왕에 마음 먹은 귀촌, 귀농 남보다 서두르면 그만큼 이익이다. 《남원에서 살아보기》를 듣자니 일찌감치 그곳에 내려가 터를 잡은 도시인들의 남원예찬에 필자 역시 마음이 조급해진다.

아이쿱 생협 이사장을 지냈다가 지금은 문화해설사로 활동 중인 권영애씨는 20년 전 남편 직장을 따라 남원에 왔다가 남원에 반해 아예 눌러앉았다. 그는 이렇게 말하며 활짝 웃는다. “(남원 살기는) 더도 덜도 없이 모든 것이 적당하다”고. 무턱대고 남원에 가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일단 남원시청 방문을 권장한다. 그곳에 가면 남원의 일자리, 놀자리, 잘자리에 대한 정보들이 친절하게 준비돼 있다. 그것도 주저되면 일단 하루라도 지리산 둘레길을 걸어 운봉, 인월, 아영, 산내를 돌아보길 강권한다.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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