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뜨고 지는 것엔 이유가 있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7.28 10:00
  • 호수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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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월~7월초까지 국내 유튜브 채널 구독자 상승∙하락 순위와 이유 분석

바야흐로 유튜브 시대다. 유튜브는 채널을 넘어 미디어가 됐다. 초등학생들에게 장래 꿈을 물으면 “유튜버!”라고 답하는 시대다. 우리나라만 이런 게 아니다.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유튜브 시대가 이제 본격화했다는 측면에서 미래 가능성은 예측불허다. 그만큼 유튜브 안에는 무궁무진한 세계와 엄청난 영향력이 있다.

구독자 10만 명. 유튜버라면 누구나 지향하는 꿈의 숫자다. 유튜버 전업 여부를 고민하는 시기로 통하기도 한다. 조회 수에 따라 직장인 평균 연봉을 훌쩍 넘는 돈을 벌 수도 있다. 무엇보다 10만 구독자는 유튜버의 영향력을 상징하는 ‘실버버튼’의 수여 기준이다. 

실버버튼은 은색 상패로 유튜브 CEO의 서명이 담긴 편지와 함께 전달된다. 이 편지에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중 극소수만 달성한 엄청난 기록”이라며 “이 성과의 의미를 잊지 않고 되새기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상투적이지만 빈말이 아니다. 구독자 10만 명을 달성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데, 구독자가 줄어드는 건 한순간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구독자 10만 명은 유튜버의 마일스톤(이정표)으로 불린다. 

ⓒ일러스트 신춘성
ⓒ일러스트 신춘성

킬러 콘텐츠·연예인·운동선수…이유 있는 상승

시사저널은 유튜브 데이터 분석업체 ‘녹스인플루언서’로부터 올 2월부터 7월초까지 국내 채널 구독자 상승·하락 순위를 받아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구독자 10만 명이 넘는 채널로 삼았다. 이 가운데 전주(前週) 대비 구독자 상승률 50% 이상 혹은 하락률 2% 이상인 채널에 주목했다.   

구독자 상승률이 가장 높은 채널은 방송인 노홍철이 운영하는 ‘노홍철’이었다. 이 채널은 6월14일 개설된 지 13일 만에 구독자 30만 명을 끌어모았다. 일주일 단위로 상승률이 94%에 이른다. 연예인이라는 출신 배경과 평소에 보여준 기행 등이 기대감을 불러 모은 것으로 풀이된다. 

노홍철을 포함해 상승률 상위권인 채널 중 다수는 연예인·운동선수 등이 운영하고 있었다. 축구선수 박주호의 ‘캡틴파추호’(상승률 91.2%), 드러머 빅터한의 ‘드럼좌’(90.8%), 개그맨 조충현의 ‘조충현’(85.7%) 등이 그 예다. 

한 건의 ‘킬러 콘텐츠’가 구독자를 확 끌어모은 경우도 있다. 미술 전문채널 ‘골드손’의 구독자는 3월 중순 들어 갑자기 치솟았다. 3월8일 올라온 영상 ‘오일파스텔로 비오는날 풍경 그리기’가 대박이 난 것이다. 덕분에 지난 1년 동안 2000명이 안 됐던 채널 구독자 수가 불과 1개월여 만에 30만 명을 돌파했다. 해당 영상의 조회 수는 7월16일 현재 650만 회를 넘었다.

4·15 총선을 앞두고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를 홍보하는 채널이 반짝하기도 했다. 황 전 대표의 지지자가 만든 채널 ‘청년 황교안TV’는 2월을 기점으로 구독자 수가 급상승했다. 그가 서울 종로구 출마를 선언한 시점(2월7일)과 겹친다. 2월9일 채널 구독자는 10만 명이 넘었고, 총선을 코앞에 두고서는 18만 명을 찍었다. 황 전 대표 공식 채널(‘황교안TV’) 구독자 수를 합하면 24만 명에 이른다. 당시 종로에서 맞대결을 펼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식 채널(‘이낙연TV’)의 경우 10만 명에 못 미쳤다. 보수 성향 네티즌들이 황 전 대표 관련 채널에 몰린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추락하는 채널에도 저마다의 배경이 있었다. 우선 조작 방송 의혹에 휩싸이면서 구독자가 등을 돌린 경우다. 최근 조작 의혹을 시인한 인기 유튜버 송대익이 그중 한 명이다. 한때 13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했던 그는 6월28일 “배달원이 치킨과 피자 일부를 빼먹었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올렸다. 이는 곧 거짓으로 밝혀졌고, 송대익은 7월1일 사과했다. 그러자 한 달도 안 돼 22만 명이 구독을 취소했다. 

채널 ‘아임뚜렛’도 조작 논란을 일으켰다. 채널 운영자는 자신이 투렛증후군(틱 장애) 환자라고 밝히며 관심을 끈 홍정오씨다. 그에 대해 1월초 ‘장애를 흉내 낸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추가 근거가 쏟아졌다. 이후 40만 명에 가까웠던 구독자가 급감하기 시작했다. 홍씨는 나중에 채널명을 ‘젠이뚜’로 바꾸고 활동을 재개했지만 하락세를 거스르지는 못했다. 결국 홍씨는 영상을 모두 내렸다. 

조작·사생활·일베…이유 있는 하락

유튜브 밖의 사생활이 도마에 올라 구독자가 줄어든 경우도 있다. ‘이지영’ 채널을 운영하는 이지영 이투스 강사는 사회1타 스타강사다. 누적 수강생만 250만 명에 달한다. 그런데 2월초 이씨를 두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포교 활동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신이 설립한 천효기독교재단을 통해 종교적 색채가 강한 세미나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2월11일 이씨는 유튜브에서 “서울시 허가를 받아 이제 겨우 출발한 재단에서 범법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한 달 사이 약 8000명이 구독을 끊었다. 

극우 커뮤니티 일베에 얽혀 십자포화를 맞은 채널도 눈에 띈다. 그중 규모가 가장 큰 채널은 JTBC 웹콘텐츠 제작사가 만든 ‘워크맨’이다. 이 채널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른 성장 속도를 뽐냈다. 3월11일에는 구독자 400만 명을 달성했다. 공교롭게도 논란은 이날 터졌다. 공개한 영상에 나온 ‘18개 노무(勞務) 시작’이라는 자막이 화근이었다. ‘노무’는 일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할 때 쓰는 용어다. 

이후 단 하루 만에 구독자 8만 명이 증발했다. 3월말까지 구독자가 380만 명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금도 회복이 안 되고 있다. 그 밖에 게임 유튜버 ‘저라뎃’(구독자 51만 명)과 요리 유튜버 ‘아하부장’(49만 명)도 일베 활동 이력이 밝혀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수만 명의 구독 취소 행렬이 이어졌다. 

“공인이란 생각 갖고 콘텐츠 질 높여야”

이와 같은 구독자 수 증감 배경은 유튜브 생태계에서 살아남는 방안을 시사한다. 녹스인플루언서의 류경남 총괄 매니저는 “뉴스 등 외부 매체 노출로 인해 구독자가 몰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상승률 90.7%를 기록한 ‘아이엠엄빠’가 그 예다. 이 채널은 KBS Joy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관심을 모은 싱글대디 김강환씨가 운영하고 있다.

반면에 한 번이라도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면 구독자를 잡아두기가 힘들다. 의약 정보 채널 ‘약쿠르트’ 운영자인 약사 박승종씨는 4월말 ‘여성에게 성병을 옮겼다’는 폭로가 인터넷에서 퍼진 뒤로 채널을 접었다. 박씨도 과거 MBC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바 있다. 그는 언론 매체에도 수차례 등장하며 훈남 약사로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자 24만 명이던 구독자 수는 곤두박질쳤다. 방송 조작이나 사생활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류경남 매니저는 “구독자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면 유튜브 알고리즘은 해당 채널의 노출을 줄이고 품질이 나쁘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갈수록 더 악화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인기 유튜버들은 자신이 공인이란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수치로 따졌을 때 구독자가 10만 명만 돼도 경남 밀양시 인구 수(10만5100명)와 맞먹는다. 이미 방송 권력도 유튜브 쪽으로 기울었다. 국내 플랫폼 나우앤서베이가 지난해 11월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오후 7시 이후 유튜브 시청률은 56.7%로 지상파 방송(19.8%)을 따돌렸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인플루언서마케팅허브는 2018년 각종 통계자료를 근거로 “유튜버는 전통적 유명 인사보다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매사 언행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저급 콘텐츠로 상승기류에 올라타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이러한 경향을 꼬집는 차원에서 ‘사이버렉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매번 교통사고 현장에 잽싸게 달려가는 렉카(견인차)처럼, 이슈가 터질 때마다 짜깁기해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를 조롱하는 뜻이다. 유튜브도 자체적으로 ‘스팸 영상’을 막기 위해 삼진아웃 제도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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