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제명 등 험난한 정치 역경 지탱할 수 있었던 건 ‘소신’”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0.08.02 13:00
  • 호수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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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하용 신임 경남도의회 의장
의장 독자 출마로 인한 ‘민주당과 갈등’ 입장 밝혀

“소신껏 지방정치를 해 온 경험이 나를 지탱했다.” 김하용 신임 경남도의회 의장(69)은 2006년 진해시의원에 당선된 이후 줄곧 소신 의정을 펼친 경험이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14년 동안 탈당과 당선 등 몇 차례 변화 속에서도 올바른 정치를 해 왔으며, 그 결과 6월26일 제11대 경남도의회 후반기 의장에 당선됐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정치를 해 오면서 ‘아 그 사람 괜찮다’ ‘그 사람은 할 수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 말 그대로다. 자리를 이용하거나 사람을 활용하면서 일을 한다는 평은 듣지 않았다. 항상 배려하고 흩어지면 모았다. 그 결과, 경남도의회 의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는 것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소신’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을 표시하면서 “여태까지 불거져온 정치·사회 문제에 대해 소신을 앞세워 거침없이 돌파해 왔다”며 “내 생각을 말하는 데 움츠리거나 눈치를 보지 않은 것이 정치활동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향한 ‘불신임 투표’에 대해 질문을 던지자 “누구든지 의장에 출마할 수 있다. 당이 명분 내지 유불리를 앞세워 특정 후보를 내세우는 것은 맞지 않다”는 소신을 거듭 밝혔다. 경남도의회가 김 의장 ‘불신임’안을 처리한 다음 날인 7월24일 김 의장을 만났다. 

7월 24일 경남도의회 의장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는 김하용 경남도의회 의장 ©경남도의회
7월 24일 경남도의회 의장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는 김하용 경남도의회 의장 ©경남도의회

김 의장의 정치 여정을 돌아보면 탈당·입당·제명·불신임 등과 관련한 꼬리표가 항상 붙어 다닌다. 

“나는 역경이라 여기지 않는다. 정직한 정치의 과정이다. 바르게 정치했고, 누군가에게 얽매이지 않았다. 소신대로 행동하되 직(職)에 매달리거나 출세를 위해 움직이지 않았다. 정가에서는 나를 우여곡절을 겪은 정치인으로 이야기하지만, 난 단지 정치를 소신껏 했을 뿐이다.”

본인의 정치 소신은 무엇인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의사를 결정할 때마다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 중지를 모아 갈등을 해결하는 등 리더 역할을 자임했다. 윗사람이 압력을 넣은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의 불합리한 결정에 대해 반대 의견을 과감하게 냈다. 그로 인해 압박이 더 가해지면 그들과 정치 생활을 함께하지 않았다. 당을 몇 차례 옮기다 보니 ‘철새 정치인’이란 오명을 듣고 있다. 하지만 많은 변화 속에서 정치를 해 왔고, 소신껏 도민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새누리당(미래통합당의 전신)-바른미래당-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변경했다. 힘들었을 법하다. 

“당을 바꾸면서 힘들었다. 시대 흐름에 편승했으면 쉽게 더 좋은 자리에 갈 수 있었다. 솔직히 그런 기회도 많았다. 아무튼 경남도의회 의장이 되기까지 내 소신과 정직함이 동료 의원들한테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10년 넘게 정치를 해 왔기 때문에 나에 대한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 그 사람은 괜찮다’ ‘그 사람은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사람을 활용하면서 정치를 한다는 비난을 받지 않았다. 항상 배려하고 흩어지면 모았다. 정치를 지금까지 해 온 모습인데, 후회하지 않는다.”

의장 선거에서 당론을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출마했다. 

“30년 넘은 지방자치 시대다. 경남도의회에는 회의 규칙이 있다. 오랫동안 지방자치를 운영하면서 가장 좋은 방법을 다듬고 다듬어서 만든 게 회의 규칙 아닌가. 도민들로부터 선택받은 도의원 누구나 의장에 출마할 수 있다. 당이 명분 내지 유불리를 앞세워 특정 후보를 내세우는 것은 맞지 않다. 그렇다고 내가 당 입장을 살피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다. 나는 분명히 당에서 누가 출마하면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의장 선거에 불출마 의사를 표시했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당에서 누가 한 사람이라도 출마하면 뜻을 접겠다고 했다. 다만 미래통합당 등 야당 의원이 출마하지 않으면, 굳이 민주당 내 경선을 거칠 이유가 없었다. 340만 경남도민이 뽑은 57명의 도의원들이 모여 의장을 선출하면 되는 것이다.”

현재 소속 정당인 민주당이 ‘제명’과 ‘의장 불신임’을 추진하고 있다. 

“나는 민주당의 정강·정책이 정말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서 나는 도민들이 바라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고민한다. 권한을 억압하는 행위, 이런 건 민주주의 방식이 아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할 말 하고, 토론을 통해 좋은 안을 찾는 것이다. 당이 만든 틀에서 벗어나면 당규 위반이란 논리를 반대한다.”

김하용 경남도의회 의장은 7월28일 민주당에서 제명됐다. 당내 경선을 거치지 않고 의장단 선거에 나섰기 때문이다. 민주당 경남도당으로부터 제명 처분을 받은 김 의장에 대해 민주당 중앙당 윤리심판원은 7월27일 소명 절차를 거친 뒤 김 의장이 청구한 제명 처분 재심 청구를 반려했다.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 문제로 경남도의회가 어수선하다. 

“사실이다. 최근 의장단 선거 등 문제로 도의원 간 갈등의 수위가 높다. 하지만 나는 이런 갈등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리라 본다. 또 갈등 봉합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아직 일부 도의원들이 마음을 열지 않은 채 나와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그들의 입장을 이해한다. 내가 천성적으로 악한 일을 못 한다. 내가 그들을 진정으로 안아준다면 더 좋은 시간을 같이할 수 있지 않겠나. 코로나 때문에 도민들이 어려운 마당에 자리 문제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하루빨리 갈등을 봉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의장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경남도의회는 도민의 대표기관이다. 경남도를 감시하는 최종 의사결정 기구다. 의장은 경남도의회를 대표하면서 상임위원회 활동 등을 지원하고 있다. 화합과 협치로 하반기 경남도의회를 잘 이끌어 나가겠다.”

코로나 여파로 지역경제가 침체돼 있다. 경남도의회의 역할도 중요할 듯한데.

“글로벌 경기 침체로 경남도가 어려움을 겪던 차에 코로나가 덮쳤다. 경남도는 말 그대로 엎친데 덮친 격이다. 수출은 줄고 있고, 도민들의 행동반경도 엄청나게 변하고 있다. 또 도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도민들의 먹거리부터 시작해 선제적인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동료 도의원들과 경남도 공무원들의 뜻을 잘 모으겠다.”

취임사에서 역동적인 의회, 생산적인 의회를 강조했다.

“전반기 경남도의회를 돌이켜 보면, 초선 중심의 도의원들이 모든 걸 해 보겠다는 의지로 수많은 의정활동을 펼쳤다. 도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씨앗을 뿌렸다. 후반기 경남도의회는 도민의 희망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그러려면 역동적이고 생산적인 의회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의장으로서 그런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미다. 경남도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도의원들의 역량을 뭉쳐 내겠다.”

하반기 경남도의회 운영 방향은. 

“지금은 코로나 여파로 여느 때와는 다른 시기다. 도민과 경남도 발전을 꾀해야 하는 엄중한 시기다. 동료 도의원들과 화합해 코로나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데 집중하겠다.”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의장단 선출 문제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더 낮은 자세로 의장직을 수행하겠다. 경남도의회가 화합하고 협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도의원들이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격려와 응원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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