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철 밟나…정부 ‘여행 지원’에 쏟아지는 우려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0.07.3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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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여행장려 이후 확진자 속출한 상황 재현될까
여행업 고사 직전인데…진퇴양난 시국 계속

여름 휴가철을 맞아 코로나19 방역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정부가 사실상 여행을 장려하는 대책을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여행 장려 사업을 시행했다가 확진자가 폭증한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겠냐는 우려의 시선이 제기되면서다. 국내 여행업계가 고사 직전에 내몰린 상황이라, 경기 부양과 방역 사이에서 진퇴양난 하는 시국이 계속되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탑승 수속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탑승 수속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행업계 고사 위기에 “여행 지원”

정부는 지난 29일 ‘국내여행 조기예약 할인지원 상품 공모’를 제주도 지역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내달까지 공모를 통해 우수한 가을 국내 여행 상품을 선정하고, 9월부터 해당 상품을 예약한 국민에게 30% 이상의 할인 혜택을 주는 내용이다. 당초 제주도 여행은 공모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여행 활성화를 위해 기준을 수정했다.

이외에도 정부는 다양한 여행 장려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여행업계를 지원하고 국민에게 안전한 환경에서 여행하는 기회를 제공하려는 취지다. 앞서 5월에는 국내여행 활성화를 위해 4만원의 숙박 할인 쿠폰을 100만 장을 지원한 바 있다. 또 당초 2주였던 특별여행주간을 7월1일부터 19일까지 3주로 확대 시행했다.

이처럼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속에도 여행을 장려하는 이유는 여행업계가 도산 위기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여름 휴가철이면 특수를 누리던 여행사나 항공·면세업계가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반 년 이상 개점휴업 상태다. 그나마 정부에서 받던 지원도 곧 끊길 예정이다. 지난 3월부터 지급된 정부의 특별고용지원금이 8월이면 종료돼서다. 지원이 끊기면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에 업계에서는 지원 연장을 호소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여행사 부스가 비어있다. ⓒ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여행사 부스가 비어있다. ⓒ 연합뉴스

여행장려 이후 확진자 1000명 넘은 일본…세계 곳곳 “다시 문 닫아라”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행을 장려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행장려 캠페인을 강행했다가 확진자가 폭증한 일본의 전례가 있어서다. 일본 정부는 이달 초부터 여행 장려 정책인 ‘고투 트래블(Go To Travel)’을 시행했으나, 이후 확진자 증가 속도가 점점 빨라지더니 최근 일주일 동안 6000명 가까이 감염됐다. 지난 29일에는 일일확진자 1264명을 기록했다. 일본에서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0명대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경기 부양을 위해 문을 연 유럽에서도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이 나타나 비상이 걸렸다. 특히 유럽의 대표적 관광 국가인 스페인에서 일일 확진자 규모가 기존 500명대에서 2000명대로 폭증했다. 때문에 유럽 각국에서는 다시 여행 규제 조치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스페인발 입국자 전원을 2주간 격리하기로 했다. 프랑스와 벨기에는 스페인 일부 휴양지를 타깃으로 입출국을 금지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월17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가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외출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연합뉴스

안정기 접어들었지만 “방심은 금물”

국내 코로나19 감염세는 현재 어떠할까. 비교적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30일 신규 확진자는 18명을 기록, 한 달여 만에 10명대로 떨어졌다. 그마저도 해외유입이 11명으로 지역발생 7명보다 많았다. 

다만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발하기 직전 확진자 수가 주춤했던 경험을 고려하면 방심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2월18일 대구에서 31번째 환자가 발생하고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폭발적 감염이 일어나기 직전, 5일 동안 신규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또 지난 6월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이 대규모 확진으로 이어지기 이전에도 한 달 넘게 신규 확진자 규모는 10명대 미만을 기록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여행을 장려하는 동시에 방역수칙을 강조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휴가철 물놀이형 유원시설의 경우 밀집도가 급증하고 관광지 인근 유흥업소 등 방역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때문에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여유롭게 휴식하는 휴가로 보내길 당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문화체육관광부와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와 17개 지자체는 전국 200여 개 유원지에서 △출입명부 작성 △일일 입장 수 제한 등 방역지침을 지키고 있는지 점검 중이다. 개인이 지켜야 할 방역수칙은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 △휴게소․음식점에서는 최소 시간 머무르기 △사람 간 거리 2m 이상 유지 등이다.

ⓒ 중앙방역대책본부
ⓒ 중앙방역대책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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