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 ‘집콕’에 읽기 좋은 과학 교양서 [최보기의 책보기]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thebex@hanmail.net)
  • 승인 2020.08.0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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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들의 이상한 과학책》ㅣ신규진 지음ㅣ생각의길 펴냄ㅣ416쪽ㅣ2만2000원

태초에 제우스 몰래 불을 훔쳐다 인간에게 선물했던 프로메테우스는 그 벌로 카우카수스산 절벽에 묶였다. 독수리가 날마다 그의 간을 쪼아먹는 고통을 당해야 했다. 제우스는 불을 얻은 인간에게도 재앙을 내리기 위해 판도라라는 겉만 예쁜 여인을 창조해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에게 보냈다. 그녀는 제우스가 절대 열어보지 말라며 준 상자를 가지고 왔는데 호기심에 그만 그 상자를 열어본 탓에 욕심, 질투, 증오, 저주, 질병 같은 재앙들이 상자를 튀어나와 인간들 사이에 퍼졌다. 놀란 판도라가 얼른 상자 뚜껑을 닫음으로써 희망만은 상자 안에 남게 되었다.

판도라의 상자(Pandora's box)로 인해 지금 인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초유의 고통을 겪고 있다. 다행히 ‘우리가 아무리 어려워도 희망을 다 써버린 때는 없었’던 것이니 백신과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조금만 더 인내하며 마스크와 손 씻기, 2미터 거리 유지하기, 밀폐된 장소에 많이 모이지 않기 등 방역에 적극적인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헤라클레스가 와서 독수리를 죽이고 자신을 해방시켜 줄 것이라는 희망 하나로 제우스에게 굴복하지 않고 3000년을 버틴 프로메테우스도 있었으니까.

프로메테우스의 불은 인간의 생활에 대변혁을 일으켰다. 신들처럼 음식을 요리해 먹음으로써 쾌락과 건강을 얻었다. 횃불로 어둠을 밝힘으로써 해가 뜨면 사냥하고 해가 지면 잠을 자는 자연동물에서 벗어나 인간의 문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추위를 막음으로써 아프리카를 벗어나 전 지구를 장악할 수 있게 됐다. 활과 창 등 무기를 비롯한 도구를 만듦으로써 마침내 만물의 영장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됐다. 물론 네로와 같은 미치광이를 만나면 불은 도시 전체를 잿더미로 만들어버리는 화마로 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간들은 나무가 불에 타면 왜 빛과 열, 연기와 숯이 나오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17세기에야 독일의 의사이자 화학자 베허와 그의 제자 슈탈이 물질이 연소할 때 뜨거운 열을 가진 성분이 밖으로 흘러나온다는 사실(?)을 알아내, 그 물질을 ‘플로지스톤(phlogiston)’이라 칭했다. 그러나 18세기 영국의 프리스틀리가 촛불을 유리병에 넣고 뚜껑을 닫으면 촛불이 꺼지는 현상을 들어 프로지스톤 가설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를 들은 프랑스 ‘근대 화학의 아버지’ 라부아지에가 마침내 물(H20), 수소(H), 산소(O)의 존재와 불의 원리를 정확하게 밝히는 《화학원론》을 펴냈다. 이 책에는 그 유명한 ‘질량 보존의 법칙’도 함께 들어있었다.

1789년 루이 16세의 폭정과 ‘과도한 세금’에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났다. 세금징수조합 간부였던 앙투안 라부아지에는 체포돼 급진좌파 자코뱅당 공포정치의 주인공 장 폴 마라 주도로 단두대에서 참수됐고, 시신은 공동묘지에 버려졌다. 7년 후 라부아지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 두 번째 장례식이 성대하게 거행됐다. 그의 죽음을 지켜보던 이탈리아 수학자 라그랑주는 “그의 머리를 베어 버리는 것은 1초면 충분하지만, 프랑스에서 같은 두뇌를 만들려면 백 년도 넘게 걸릴 것이다”고 탄식했다고 한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장 폴 마라는 과거 허접한 논문을 써서 과학아카데미에 제출했는데 라부아지에로부터 퇴짜를 맞아 앙심을 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롱드당 지지자 샤를로트 코르데에게 목욕탕에서 살해됐다. 장 폴 마라만 보더라도 남에게 나쁜 짓을 한 사람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그만큼의 벌을 받는다는 것을 역사는 우리에게 준엄하게 가르쳐준다. 착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최고들의 이상한 과학책》은 이런 이야기들을 포함해 모두 28가지의 ‘결정적 과학’에 대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항상 어려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특수 이론과 일반 이론’이 있고, 폭탄의 어머니 리제 마이트너가 있다. 코페르니쿠스보다 1800년 앞서 지동설을 주장했던 아리스타르코스(BC310), 막대기 하나로 지구 둘레를 측정했던 에라토스테네스(BC276)도 있다. 아인슈타인이 불세출 천재라면 아이작 뉴턴은 ‘신이 인간에게 보낸 선물’이라고 한다. 그가 에드먼드 핼리의 후원으로 《자연 철학의 수학적 원리》(프린키피아 Principia)를 썼고, 핼리는 또 뉴턴의 도움으로 혜성을 발견하게 된 이야기도 있다.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 따르면 17세기 당시의 천문학 장비로 핼리가 혜성을 발견했던 일은 종로 일대를 덮은 소금 중 한 알이 없어진 사실을 알아내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반신반인(半神半人) 뉴턴은 왜 ‘턱도 없는 연금술’과 신학에 빠졌을까? 여름 휴가철에 ‘집콕’일 때 읽을 만한 책으로 이만한 책이 없다.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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