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국내 언론 사상 단일 주제 최장기 기획인 시사저널의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는 1989년 창간 이후 31년째 계속되고 있다. 올해도 국내 오피니언 리더들인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인·문화예술인·종교인 각각 100명씩 총 1000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국내 최고 권위의 여론조사 전문기관 ‘칸타퍼블릭’과 함께 했다.
‘전체 영향력’을 비롯해 정치·경제·언론·문화예술 등 13개 부문에 걸쳐 각 분야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총망라됐다. 6월22일부터 7월15일까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자는 남성 72.2%, 여성 27.8% 비율이며, 연령별로는 30대 23.6%, 40대 33.3%, 50대 32.9%, 60세 이상 10.3%다. 각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올해 가장 뜨거운 방송·연예계 인물은 유재석이었다. 유재석은 시사저널이 조사한 올해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방송·연예 부문에서 66.1%의 압도적인 지목률로 1위에 올랐다. 하나의 궁금증은 남는다. 1위를 차지한 것은 ‘본캐’인가 ‘부캐’인가.
위기를 기회로 바꾼 ‘국민MC’. 우리는 그를 유재석이라고 불러왔다. 유재석은 2000년대 초반 국민MC 타이틀을 획득한 이후 정상의 자리를 꾸준히 지켰다. 저조한 시청률에 허덕이던 SBS 《런닝맨》을 최정상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올려놓으면서 국민MC의 저력을 다시 입증한 그다. 가장 오래 진행한 프로그램 MBC 《무한도전》이 끝났을 때 ‘유재석의 시대’는 끝날 것이라 했지만, 그는 종영 이후 또 다른 날개를 달았다.
방송 초반 “재미없다”는 반응이 나오던 《놀면 뭐하니?》가 1년 만에 예능 대세 프로그램으로 올라서는 데 가장 주효했던 것은 유재석의 ‘부캐(부캐릭터)’ 변신이었다. 유재석은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변신하면서 시청률을 견인했고, 《합정역 5번 출구》와 《사랑의 재개발》이라는 단 두 곡으로 트로트의 ‘대세’가 됐다. 라면을 잘 끓이는 섹시한 남자, ‘라섹’이라는 이름의 ‘인생 라면’ 사장으로 변신하더니, 이제 싹쓰리의 멤버 ‘유두래곤’으로 가요 무대에 섰다.
그래서 이제 더 이상 ‘본캐’인 ‘유재석’이라는 이름으로만 그를 부를 수 없게 됐다. ‘무한도전=유재석’이라는 공식은 일찌감치 스스로 깼고, ‘부캐 신드롬’이라는 새로운 예능 트렌드까지 만들어냈다. 게다가 그의 ‘부캐’들은 그만큼 힘이 있다. 유산슬은 《아침마당》까지 출연하는 열정을 선보이며 트로트 열풍의 중심에 서더니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았고, 싹쓰리의 유두래곤은 《다시 여기 바닷가》로 올여름 음원시장을 정복하며 가수로서의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린다G(이효리)와 비룡(비) 사이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물론이다.
토크쇼의 위기도 그가 깼다. tvN의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으로 자신의 강점인 ‘토크’를 내세우면서 프로그램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유느님’의 전성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온라인 콘서트의 새로운 가능성 제시한 BTS…K팝 역사 새로 써
컴백 초읽기에 들어간 BTS가 27.4%의 지목률로 뒤를 이었다. BTS가 지나온 자취는 곧 K팝의 역사가 된다. BTS가 개최한 첫 유료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 공연에는 100여 개국 75만6000여 명의 시청자가 동시 접속했다. 전 세계에서 진행된 유료 온라인 콘서트 중 가장 큰 규모였다. 온라인 공연을 통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BTS는 ‘최다 시청자가 본 라이브 스트리밍 음악 콘서트’라는 새로운 기네스 세계 기록을 달성했다. 이미 K팝 아티스트 최초 미국 앨범 차트 1위 기록을 비롯해 한국 최다 앨범 판매량, 트위터 최다 활동(평균 리트윗 수) 등 다수의 기네스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BTS다.
2019년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드에 시상자로서 참석했던 BTS는 올해 초 퍼포머 자격으로 시상식에 참석해 ‘Old Town Road All-Stars’ 무대를 선보여 많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8월30일(현지시간) 열리는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이하 VMA) 출연도 확정했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베스트 팝’ ‘베스트 K팝’ ‘베스트 안무’ 등 3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BTS는 음악과 메시지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불러오며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밴 플리트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BTS의 성장에 힘입어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도 청신호다. 빅히트는 상장을 추진하면서 연예기획사가 아니라 글로벌 문화 콘텐츠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강호동이 16.2%로 3위를 차지했다. ‘힘의 MC’로 불리며 거침없이 질주하던 강호동은 잠정 은퇴 선언 이후 돌아와 위기를 마주했지만, 최근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며 다시 대세 MC의 모습을 갖춰가는 중이다. 10분 안팎의 SNS 기반 예능인 《라끼남》으로 새로운 플랫폼에 승차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신서유기》에서 젊은 세대와 허물없이 어울리면서 신구 세대가 함께 하는 장을 만들어냈다. SBS 예능 프로그램 《맛남의 광장》으로 착한 소비를 촉진하고 있는 백종원이 6.7%로 4위에 올랐다.
싹쓰리의 ‘린다G’로 전성기와 같은 매력을 보여주는 이효리, 《미스터트롯》의 진으로 트로트 열풍을 이끌고 광고계까지 점령한 임영웅이 5.8%의 지목률로 공동 5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MBC 연예대상을 수상한 박나래가 4.4%의 지목률로 6위, 《기생충》으로 한국을 빛내고, 최근 《동주》로 유수의 각본상을 휩쓴 신연식 감독의 차기작 《1승》에 출연을 확정한 영화배우 송강호(4.3%)가 7위다. ‘숏폼 예능’의 시작을 연 나영석 PD(3.4%), 대한민국에 트로트 열풍을 몰고 온 주역인 《미스트롯》 진 송가인(3.0%)이 그 뒤를 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