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대통령의 상황 인식
  • 소종섭 편집국장 (jongseop1@naver.com)
  • 승인 2020.08.18 09:00
  • 호수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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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날 때마다 걷습니다. 걸으면 편안해집니다. 저녁에 술 한잔하고 귀가했을 때도 웬만하면 30분이라도 걷습니다. 스마트폰에 걷기 앱을 설치해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합니다. 땀 흘릴 만큼 걸은 뒤 사워를 하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습니다. 가끔은 걷지 않으면 답답해서 미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걷는다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자 진화 과정 같습니다.

최근에는 비가 많이 와서 멀리 나가지 못했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부에서 빙빙 도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어젯밤에도 열심히 걷고 있는데 제 앞에서 걷고 있던 아주머니와 아저씨 등 세 명이 나누는 대화가 귀에 들어왔습니다. 부동산 얘기였습니다. 아주머니 한 분은 부동산에 대해 잘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나머지 두 분은 제법 관심이 있었습니다. 특히 아저씨는 다주택자가 어떻고 세금이 어떻고 하면서 나름 지식을 쏟아내는 분위기였습니다. 40여 분 걷는 동안 여러 차례 마주치거나 지나쳤는데 그때도 계속 부동산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부동산 문제는 온 국민의 관심사입니다. 집이 있는 사람은 있는 대로,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집 없는 사람은 번듯한 집 한 채 장만해 전세나 월세 부담 없이 사는 게 꿈입니다. 집이 있는 사람도 더 좋은 환경에서 살고픈 꿈이 있습니다. 이왕이면 넓은 새 아파트에서 살았으면 하는 욕망입니다.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집을 소유한 상태에서 쾌적하고 안락한 환경에서 살고픈 것은 많은 이의 바람이니까요.

'임대차 3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서울을 중심으로 전셋값 폭등 및 전세 품귀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의 매물 정보란이 비어있다. ⓒ연합뉴스
'임대차 3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서울을 중심으로 전셋값 폭등 및 전세 품귀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의 매물 정보란이 비어있다. ⓒ연합뉴스

정책의 방향이 정권마다 같을 수는 없습니다. 다른 게 정상입니다. 그러나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치밀하게 설계해 있을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대국민 메시지는 정교하고 묵직하게 나와야 합니다. 그것이 정권의 실력이고 능력입니다. 이는 정책 나아가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연결됩니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이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여권은 4·15 총선에서 압승했습니다. 176석 거대 여당이 탄생했습니다. 여권은 정부, 의회, 지자체를 장악했습니다. 그런데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고 민심은 돌아서고 있습니다. 빠르게 흐름이 바뀌는 분위기입니다. 청와대 수석들이 책임을 지겠다며 물러난 뒤 새 진용이 짜였지만 이번 인사를 통해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사람은 바뀌었는데 상황에 대한 엄중한 인식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정점에 다다르면 쇠퇴하기 시작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입니다. 권력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금은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야 합니다.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에 힘쓰고 여당은 야당과 협치에 신경 쓰고 정부는 세심하고 촘촘하게 정책 그물망을 짜야 할 때입니다. 마음대로 건너다 보면 돌다리가 부서진 걸 모르거나 미끄러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건너편으로 건너가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새겨야 하는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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