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면 산에나 다니신다고요? 천만에! [최보기의 책보기]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thebex@hanmail.net)
  • 승인 2020.08.2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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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연히 어른이의 배낭여행》ㅣ임병완 글 / 김두영 일러스트ㅣ성우애드컴 펴냄ㅣ304쪽ㅣ1만5000원

2020년은 코로나19의 해다. 지금 인류는 이전에 전혀 없었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연말에 ‘올해의 10대 뉴스’ 선정을 두고 언론사 기자들은 매우 당혹스러울 것이다. 코로나를 뺀 나머지 9개의 뉴스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례적으로 길었던 여름 장마와 수해, 뒤를 이은 폭염에 제 2차 코로나 대유행 우려까지 겪으면서도 필사적으로 버티어 내려는 국민들의 노력에 눈물이 난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그치지 않는 비는 없고, 오르지 못할 산도 없다. 우리는 끝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물리치고야 말 것이다.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의 ‘집에 머물러 주세요’ 호소가 듣는 이들의 심금을 울려 많은 사람들이 애써 ‘집콕’을 하는 중이다. 각자 집에 있는 것은 같으나 이 상황에 대한 인식은 서로 다르다. 코로나19가 무서워 어쩔 수 없이 집에 있다고 생각해 그것으로부터 또 다른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있고, 기왕 집에 갇힌 김에 뭔가 생산성 있는 일을 도모해보려는 사람이 있다. 불가(佛家)에 전하는 당나라 임제 선사의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내가 현재 처해있는 곳에서 주인이 되면, 내가 서있는 모든 것이 진리가 된다’는 큰 가르침이 바로 후자의 사람을 관통한다. 집안에 머무름을 당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집안에 머무름을 주도하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다.

직장이나 현업에서 정년을 채우고 은퇴를 앞둔 사람들에게 은퇴 후 무엇을 할지 계획을 물으면 ‘뭐, 일단 산에나 다니면서 천천히 생각해보겠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만 60세에 은퇴를 할 경우, 최소한 20년은 뭔가 생산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 100세 시대라 그렇게 해도 20년이 더 남는다. 그런데 구체적인 계획 없이 은퇴한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산도 하루 이틀이지 지겨워 죽겠다’고 한다. 엄연한 현실이다. 현역일 때 상당히 화려했던 경력을 가진 사람을 최근에 만났는데 그 분은 “은퇴 후 세계는 전혀 다른 세계더라. 화려했던 과거(학력, 경력, 성과)는 아무 쓸모 없더라. 아파트 경비라도 해볼까 싶은데 아내가 반대해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역에 있을 때 은퇴 후를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준비해놓지 않으면 바로 저러한 허들이 당신을 기다린다. ‘뭐, 정 안되면 시골에서 농사나 짓지’라 하는데 정말 물정 모르는 사람이다. 현실은 텃밭 농사도 제대로 익혀놓지 않은 사람이 경제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농업을 하기란 불가능하다. 결론은 농사는 물론 등산, 독서, 낚시, 여행 등 어느 한 분야의 매니아 급 관심이 은퇴 후의 구체적인 삶과 연계될 확률이 높은 바, 현역일 때 그 준비를 탄탄하게 해두자는 것이다. ‘책이나 읽지’ 싶겠지만 평소 책 읽는 것을 멀리 했던 사람은 은퇴 후에도 책과 가까워지기 어렵다. 취미, 습관이 하루 아침에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준비 없이 은퇴를 맞이했다가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 얘기는 셀 수 없이 많다.

《홀연히 어른이의 배낭여행》은 은퇴를 앞두고 준비 없는 사람들을 위한 자기계발서다. 저자 임병완은 증권회사에서 28년 근무했던 평범한 생활인이다. ‘은퇴 하면 어딘가로 떠나야지’ 막연하게 생각만 했는데 아는 선배로부터 몽골 여행을 제안 받자 망설임 없이 몽골행 티켓을 끊었던 것이 배낭 여행가로서 세계 곳곳을 누비는 인생 2막을 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러니까 그가 몽골을 필두로 동유럽, 미얀마, 일본, 스리랑카, 모로코 등등을 다니는 여행기를 읽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가 않다. 제 2의 인생을 위한 그의 행동(Action)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에 일러스트를 보기 좋게 그려 넣은 김두영 역시 평범한 은행원이다. 그는 해외은행 M&A 업무 때 스토리보드 작성의 위력을 알고부터 그림을 과학적 언어라고 믿고 일러스트 능력을 키웠다. 은퇴 후 그림책 독립출판사와 아트뱅크 경영을 꿈꾸기 때문이다. 저자 임병완이 인생영화로 꼽는 ‘쇼생크 탈출’의 포스터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두려움은 당신을 죄수로 가두고, 희망은 당신을 자유롭게 하리라.

Fear can hold you prisoner, Hope can set you free.

크게 성공한 어느 벤처 사업가에게 지금까지 성공비결과 계획을 묻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저는 계획을 세우지 않습니다. 행동이 저를 다음 행동으로 몰아갑니다.

I don’t make plans. Action leads me to the next action.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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