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시티 중심의 균형발전뉴딜 [김현수의 메트로폴리스2030]
  • 김현수 단국대 교수(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회장) (jongseop1@naver.com)
  • 승인 2020.09.21 13:00
  • 호수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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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 통합 전에라도 시도별 광역협의체 구축 시급

수도권으로 사람들이 모인다. 수도권 인구가 전국 인구의 50%를 넘어서면서 수도권 집중과 지방 쇠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00년 전국 인구의 46.3%였던 수도권 인구가 지난해 말 50%를 넘어섰다. 

수도권이 넓어진다. 수도권과 접경한 강원도 원주, 충북 진천과 음성, 충남 천안, 아산 등지에서 인구가 늘어나고 생산 규모가 커진다. 이들 지역에서 수도권으로의 통근통행이나 생산연계성이 강화되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에서는 수도권을 서울, 인천, 경기도로 한정하지만 인구와 산업의 분포로 보자면 실제적인 범위는 넓어지고 있다.

수도권 인구는 증가하는데 서울 인구는 10년째 줄어들고 있다. 서울 인구가 5.7% 감소하는 사이 경기도 인구는 12.3% 증가했다. 2019년에는 서울 인구 10만 명, 인천 인구 4000명이 경기도로 순이동했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빠져나간 서울 시민이 경기 도민이 되어 서울로 통근한다. 지방 광역시 인구는 감소하는데 광역시를 둘러싼 대도시권 인구는 성장하거나 유지된다. 즉, 대도시권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수도권과 4개 광역시 중심의 대도시권은 국토 면적의 30%에 해당하는데 여기에 전국 인구의 80%가 모여 있다. 인구와 산업이 대도시권(metropolitan area)으로 집중한다. 대도시권 관리가 곧 국토 관리인 시대다. 5대 대도시권 바깥의 중소도시와 농촌지역은 지방 소멸을 우려하는 쇠퇴지역이다. 소멸을 우려하는 시군은 2013년 75개에서 올해 105개로 증가했다.

영남권 5개 시·도지사들은 8월5일 모임을 갖고 ‘영남권 그랜드 메가시티’ 구축에 합의했다. ⓒ경남도청 제공

농촌에서 도시로, 도시에서 수도권으로 이동 

우리 국토는 크게 3개 지역으로 구분된다. 인구가 집중하는 수도권, 그리고 4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대도시권을 형성해 가는 지방대도시권, 그리고 이 외곽에서 지속적으로 인구를 유출하는 시군들로 구성된다. 현재 전국 인구 5180만 명에는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제3의 지역, 즉 대도시권 바깥의 농촌과 중소도시에서 4대 광역시로 인구가 이동하고, 또 4대 광역대도시권에서는 수도권으로 유출하는 새로운 도시화가 진행 중이다. 

인구는 끊임없이 출생하고 사망하고 이동한다. 대한민국의 의료 수준, 위생영양환경이 향상되면서 출생과 사망요인은 인구 변화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결국 인구 이동이 지역의 성장과 쇠퇴를 결정한다. 20세기 초반 조선(朝鮮)의 도시화율은 5% 남짓한 수준이었다. 대다수 사람이 농촌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다. ‘70년대 들어 빨라진 경제성장은 1970년의 도시화율을 50%까지 끌어올렸으며, 1990년대 들어서는 90%에 도달했다. 근대산업과 제조업이 도시로 집중하면서 사람들은 도시로, 대도시로 이동했다. 5% 남짓하던 도시화율이 80년 만에 90%에 도달했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기록적인 속도다. 역사를 통해 보면, 사람들은 끊임없이 도시로 이동했는데 지금은 대도시로, 수도권으로 이동 중이다.

부정하기 어려운 두 가지 사실이 있다. 첫째는 4차 산업혁명이 촉진하는 성장산업이 점점 더 대도시권, 특히 수도권으로 모인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대도시권 외곽의 농촌과 중소도시들의 쇠퇴를 막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로 대표되는 한국의 플랫폼기업들이 지난 1년간 시가총액 기준으로 대개 100% 성장했는데, 이는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일 것이다. 일자리 증가는 정보통신, 바이오, 스타트업과 벤처투자회사 등에서 빠르다. 전통 제조업이 모여 있는 국가산업단지는 같은 기간 생산 규모가 20% 감소했다. 고용 감소는 더욱 심각하다. 기술혁명이 선도하는 성장산업은 대개 수도권에 있고 쇠퇴하는 전통 제조업은 비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으니, 이로 인한 지역 격차 확대가 우려된다. 통계청(2000)도, 그리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2000)도 9월10일 발간된 ‘균형발전 모니터링&이슈’에서 이와 같은 수도권 인구 집중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구 이동의 결정적 요인은 일자리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가 안정기에 접어든 현재, 인구 이동의 결정적인 요인은 일자리다. 특히 청년들이 선호하는 성장산업의 일자리는 수도권에서 늘어난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만 8만 명의 청년이 영남과 호남에서 수도권으로 순이동했다. 이 숫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와 같은 규모의 순이동이 발생했다. 이들은 대개 1인 가구이며 불안한 거주 여건 등으로 결혼과 출산에 소극적이다. 코로나 원년인 2020년은 출생아 수가 30만 명 이하로 떨어지는 해다. 청년들의 수도권 집중과 낮은 출산율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통계청(2020)의 ‘시도별 합계출산율’은 세종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지역이 전남(1.23인), 가장 낮은 지역이 서울(0.72인)임을 보여주고 있다. 저출산, 집값, 빈집, 제조업, 대학 등의 문제가 모두 지역의 인구 및 정주 기반과 연관이 있다. 최근 공공의료 문제로 뜨겁다. 이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지역의 정주 여건과 관련이 크다. 인구, 주택, 산업, 교육, 의료 등 부문별로 접근해서는 한계가 있다.

정책 대응은 부분적이다. 인구문제는 행정안전부, 주택문제는 국토교통부, 대학은 교육부, 산업은 산업통상자원부, 공공의료는 보건복지부가 담당한다. 그러다 보니, 개별법 차원에서 한정된 대안 제시에 머무른다. 각 부처의 쇠퇴지역 지원정책은 시군 공모의 형식을 띤다. 시군을 대상으로 선정하다 보니, 장소적으로 분산된다. 대표적인 균형발전정책은 혁신도시를 활성화시키는 것인데 그 효과를 둘러싸고 이견이 팽팽하다. 현재의 수도권 규제가 가진 공장총량제, 인구집중유발시설과 권역별 규제 방식으로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기 어렵다. 즉, 수도권 규제와 혁신도시정책, 부처별로 분산된 공모 방식으로는 지방에서 심화되어 가는 인구, 대학, 빈집, 주택시장, 공공의료 등 지방 쇠퇴 문제를 헤쳐가기 어렵다.

부산·울산·경남도가, 대구광역시와 경북도가, 세종시와 충청남북도가, 광주와 전남이 행정구역 통합과 메가시티 구축을 논의 중이다. 행정구역 통합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므로, 광역 인프라 설치와 관리, 환경처리시설 입지, 산업입지와 도시개발 등 광역적 사업을 두고 메가시티 차원의 협의체를 구성해 가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4개 광역시급 거점과 50만 명 규모의 대도시급 거점을 중심으로 지역의 중추기능을 모아야 한다. 그러자면 시군 간, 시도 간 경합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협력하고 연계할 수 있는 관계망 구축이 절실하다.

행정구역 통합 이전에라도 시도별 메가시티 차원의 광역협의체 구축이 시급하다. 중앙정부를 상대로 시도가, 시군이 경쟁하던 구도에서 협력하고 연대하는 방식, 제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500만 명 내외 메가시티 규모의 대도시권이 가지는 경쟁력으로 수도권으로 움직이는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가자. 다가오는 대선에는 ‘균형발전뉴딜’ 공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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