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냐 초량이냐”…부산역 조차장 ‘딜레마’
  • 이홍주 영남본부 기자 (fort0907@naver.com)
  • 승인 2020.09.2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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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부산역 조차장 존치’ 계획 일방적 발표에 주민 반발

부산시가 ‘부산역 조차장’을 이전하지 않고 현 부지에 그대로 두는 계획을 공개하면서 중구 주민의 집단 항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조차장 이전을 기대하고 있었다. 

당초 해양수산부가 고시한 ‘제2차 항만재개발 기본계획 부산항 북항 2단계’에 따르면, ‘부산역 조차장’은 이전 후 복합도심지구와 공공시설지구로 개발하기로 계획돼 있었다. 하지만 부산시는 지난 7일 ‘부산역 조차장’ 시설의 약 61%에 해당되는 면적을 KTX 조차장으로 그대로 둔 채, 주변을 주차장과 광장으로 개발하는 새로운 계획안을 공개했다. 중구 영주동, 중앙동 지역은 조차장으로 인해 북항재개발 지역과 단절되지만, 부산진역CY 철도부지는 공원으로 활용되면서 초량 지역은 북항 접근성이 개선된다는 것이다.

부산역 조차장 계획도면 (정부안, 부산시 컨소시엄) ⓒ 부산시
부산역 조차장 계획도면 (정부안, 부산시 컨소시엄) ⓒ 부산시

최진봉 중구청장은 9월 15일 ‘부산역 조차장 존치 반대’ 건의문을 통해 “부산항 북항 2단계 재개발 기본계획(해양수산부 제2019-32호)과 부산역 일원 철도시설 재배치 사업 기본계획(국토교통부 제2019-88호)을 뒤엎고 부산역 조차장을 존치하려는 ‘부산시 컨소시엄’의 사업 계획안을 전면 반대한다”며 “당초 기본계획대로 부산역 조차장 부지의 재개발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을 중구민의 뜻을 담아 건의한다”고 밝혔다.

지난 9월 22일 열린 북항 2단계 항만재개발사업 온라인 공청회에서도 조차장 존치를 반대하는 중구 주민의 항의글이 실시간 채팅창에 연이어 올랐다.

김광회 부산광역시 도시재생국장은 답변을 통해 “부산역 조차장 부분은 서구나 서부산에서 북항에 접근하는 중요한 통로라 평면화시키고 오페라하우스까지 평면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중구민이 원하는 대로 조차장 부지는 이전하고 평면화하도록 노력하겠다”며 해수부 원안대로 ‘부산역 조차장’을 이전하는 듯 답변했다. 그러나 부산시 담당부서는 시민의견을 수렴하여 종합적으로 재검토할 예정이며, 부산역 조차장 이전 또는 존치가 최종 결정된 것을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부 계획(왼쪽) 적용시 초량지역이 철길로 단절되며, 부산시컨소시엄 계획(오른쪽) 적용시 중구지역이 철길로 단절된다. ⓒ 부산시
정부 계획(왼쪽) 적용시 초량지역이 철길로 단절되며, 부산시컨소시엄 계획(오른쪽) 적용시 중구지역이 철길로 단절된다. ⓒ 부산시

중구 주민들은 부산시가 해수부 원안대로 ‘부산역 조차장’을 이전할 경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현 ‘부산역 조차장’ 대신 부산진역CY 부근에 KTX 조차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초량지역에 예정됐던 공원부지가 철도시설로 바뀌기 때문에 초량지역 주민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처럼 중구 의견을 반영하면 부산진역CY 부근 공원이 사라져 초량 지역이 북항과 단절되고, 동구 의견을 반영하면 ‘부산역 조차장’ 존치로 인해 영주동, 중앙동 지역이 북항과 단절되는 딜레마가 생긴다. 

강인규 중구의회 부의장은 “부산역 조차장 이전은 부산시와 전문가들이 당초에 만든 안이며 중구민뿐 아니라 부산시민들이 원하는 안이다. 중구는 문화관광특구로 북항재개발 지역으로 평면적으로 이어지는 동선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중구민은 조차장을 존치하는 부산시 제안에 배신감과 좌절감을 느꼈다. 조차장 존치 제안을 시민공청회를 앞둔 최근에서야 통보받았다. 부산시가 당연히 원래 계획안으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한다. 원안이 관철되지 않으면 구민과 함께 대규모로 대응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해수부 원안대로 조차장을 이전하는 것이 북항발전을 위한 바른 해법이란 주장이다. 

이희자 동구의회 의원은 부산시가 주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지역 간 분란을 일으켰다고 했다. 이 의원은 “북항재개발 2단계 구역 대부분을 차지하는 좌천동, 범일동 주민은 물론 동구청과 동구의회조차 부산시 계획을 뒤늦게 통보받았다. 지역주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와 과정은 없었다”면서 “KTX 조차장 이전 문제도 중구와 동구의 이해관계가 걸린 일인데, 해당 지역주민들은 그 결정 과정에 완전히 소외됐다. 사전에 논의됐다면 충분히 협의해서 해법을 찾았을 일인데 부산시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면서 중구와 동구 주민 간 분쟁으로 만들어버렸다. 지금이라도 북항재개발 논의 과정에 지역주민의 목소리가 비중 있게 반영될 수 있는 상설협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부산시는 범시민추진협의회를 구성한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지역주민과 공식적인 협의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협의기구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자며 해결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한편 부산시는 10월부터 ‘북항재개발사업 범시민추진협의회’를 구성할 계획이라 발표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참여 범위와 운영방법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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