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주연의 ‘리얼리티쇼’에 경악한 美…재선 먹구름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0.0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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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 하루만에 “기분 좋다” 트윗
미셸 오바마 맹비난…바이든과 격차 더 벌어져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입원했다 사흘 만에 백악관 돌아와 트루먼 발코니에서 마스크를 벗은 채 엄지를 치켜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입원했다 사흘 만에 백악관 돌아와 트루먼 발코니에서 마스크를 벗은 채 엄지를 치켜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선거유세를 위해 조기 퇴원을 감행하며 백악관으로 돌아왔지만, 곧바로 마스크를 벗어 던진 대통령의 '쇼'를 지켜본 여론은 싸늘하다. 민주당 진영은 대통령의 행동을 맹비난하며 바이러스와 함께 트럼프도 퇴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백악관 복귀 후 하룻밤을 보낸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기분이 좋다"며 "10월15일 목요일 저녁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토론을 고대하고 있다. 그것은 굉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민에 대한 사과나 방역 수칙 미준수로 혼란을 부추긴 것에 대한 언급은 역시나 없었다. 코로나19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내주 예정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2차 TV토론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만 강력하게 내비쳤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입원해 있던 군 병원에서 경호 요원들을 차량에 태우고 지지자 격려에 나섰고, 급기야 입원 사흘 만에 퇴원해 백악관으로 복귀하며 큰 논란에 휩싸였다. 여기에 복귀 직후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사진 촬영을 하고, "코로나19를 두려워 말라"는 비상식적인 메시지까지 내놓으면서 '쇼'만 펼친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퇴원 하루 만에 "기분이 좋다"는 말까지 더하면서 미국 사회에서는 대통령 주연의 '리얼리티 쇼'에 분노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이날 공개한 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사회 전체를 코로나19 위험에 내몰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오바마 여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유행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그가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를 무시해왔고 대유행 기간 내내 대규모 선거유세를 하겠다고 주장함으로써 "다 알면서도 지지자들을 위험한 바이러스에 노출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여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발병) 7개월이 지난 지금도 코로나19에 대한 계획이 없고, 마스크를 쓰지 않고 심지어 그 간단한 조치가 무수한 생명을 구할 수 있음에도 타인에게 그렇게 하라고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유행이 실제 위협이 아닌 것처럼 행동함으로써 미국인을 '가스라이트'(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조작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주의적 언사로 유색인종에 대한 두려움을 부추기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후보가 미국의 혼란을 끝낼 수 있는 지도자라며 "마음과 양심을 찾아 그에게 투표하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입원 치료를 받다 사흘 만에 백악관으로 복귀해 발코니에서 거수경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
코로나19 입원 치료를 받다 사흘 만에 백악관으로 복귀해 발코니에서 거수경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이탈이 두드러지게 확인됐다. CNN방송이 여론조사기관 SSRS와 지난 1∼4일 미 전역 성인 120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바이든 후보 지지율은 57%,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41%로 집계됐다. 두 후보의 격차는 기존 10%포인트에서 16%포인트로 더욱 벌어졌다.   

CNN은 이번 여론 조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공개 이후 이뤄졌다면서 "대선일이 한 달도 안남은 상황에 가장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감도 질문에는 바이든 후보가 52%, 트럼프 대통령이 39%였다. 응답자들은 국가 통합에 있어 바이든 후보(61%)가 트럼프 후보(33%)보다 나을 것이라고 평했다. 정직성과 진실성에 있어서도 바이든 후보가 58%로 트럼프 대통령(33%)을 앞섰다.

앞서 로이터통신도 지난 2∼3일 전국 단위 설문에서 바이든 후보가 51%의 지지율로 트럼프 대통령을 10%포인트 앞섰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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