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리더-의학·과학]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10.21 14:00
  • 호수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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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중요성을 세상에 알리는 과학자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 과학의 중요성을 알리는 과학자로 유명하다. 2009년부터 10여 권의 책을 냈고 2015년부터 꾸준히 TV에 출연하는 것도 일반인의 과학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함이다. 

그는 1993년 카이스트 물리학과를 졸업한 후 1995년과 1999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각각 물리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부터 부산대 사범대 물리교육과 교수로 근무하다 2018년 경희대 물리학과로 자리를 옮겼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주된 연구 분야를 일반인에게 소개한다면. 

“양자역학의 여러 이론적 측면에 대해 연구한다. 양자역학은 원자와 분자 같은 미시세계를 다루는 학문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지만 우리가 사는 거시세계의 존재들은 양자역학과는 다른 방식으로 행동한다. 미시세계와 거시세계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것인데 이 경계에 대해 연구한다. 양자정보, 양자열역학, 양자혼돈 같은 분야를 말한다.”

그런 연구가 실생활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물리학의 이론 연구가 실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뉴턴의 물리학이 탄생했을 때 그 이론은 별들의 운동을 성공적으로 기술했다. 하지만 이후 모든 공학적 응용의 기초가 됐다. 양자역학도 원자를 이해하려는 학문이지만 이후 전자공학이나 분자생물학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내가 하는 연구가 곧바로 세상에 실용적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연의 비밀을 알아내는 것이 목적이고 그 결과 언젠가 실생활에 도움이 되길 기원할 뿐이다.”

연구로 얻은 성과는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물리학자로서는 정보물리학 관련 연구 결과들이 있지만 평범한 물리학자 이상의 업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과학의 중요성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에서 내가 세상에 기여한 바가 있지 않을까? 앞으로도 이 일에 더 열심히 매진할 생각이다.”

꾸준한 방송 출연과 책 집필로 연구할 시간이 다소 부족하진 않은가. 

“당연히 부족하다. 다른 일을 할수록 연구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리 연구를 제대로 하려면 꿈에서도 그 생각을 해야 한다. 다른 일을 하며 연구까지 잘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물리학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 욕심부리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일을 조정해 나가려고 한다.”

일반인이 왜 과학을 알아야 할까. 

“투표를 하려면 정치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 코로나19, 인공지능, 미세먼지, 기후 위기, 원전, 전기차 등 최근 사회의 여러 중요한 문제는 과학과 기술에 대한 것이다. 이런 사안에 대한 중요한 결정은 시민사회의 집단지성으로 내려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 개인이 과학기술에 대해 최소한의 이해를 하고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과학기술이 우리 사회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것을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은, 올바른 사회를 바라면서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처럼 시민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에 과학적 사고방식이 자리 잡으면 더 행복한 세상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어떤 의미인가. 

“지금 코로나19로 모두가 고통받고 있다. 바이러스는 비열한 침입자가 아니다. 단백질과 RNA(리보핵산)로 된 분자 집합체다. 자기 복제를 하는 기계랑 비슷하다. 바이러스에 혐오의 감정을 쏟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더 나아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을 혐오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적군은 바이러스이고 다른 모든 인간은 아군이다. 마스크를 쓰는 것은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하지만 일부는 마스크를 쓰라는 말에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느껴 흥분하고 싸우는 경우가 있다. 과학적 사고방식이 필요한 시기다.”

일반인이 과학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팁을 소개한다면.

“교양 과학책을 읽거나 유튜브를 활용하는 것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다. 널리 알려진 책부터 차근차근 읽으면서 관심이 가는 분야의 보다 깊은 내용의 책으로 확장해 가는 방법밖에 없지 않을까.”

과학 교육이 시험 위주라는 비판을 받는데 평소 생각하는 과학 교육 개선점은.

“과학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과목도 시험 위주의 교육만 하고 있다. 출신 대학이 세속적 성공의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고 믿는 사회에서 시험에 모든 것을 거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합리적인 행동이다. 대학에 대한 인식이 재정립되지 않으면 해결하기 힘든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학에 대한 환상이 어느 정도 무너지면 단서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일러스트 신춘성
ⓒ일러스트 신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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