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선수’ 놓치자 옵티머스 ‘마수’ 뻗쳤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0.10.23 14:00
  • 호수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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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덕파워웨이 인수 뒤 거물급 인사들 불러들여…청와대 감찰 나선 배경 주목

지난해 3월20일, 코스닥 상장사인 강소기업 해덕파워웨이(이하 해덕) 공시자료에 ‘옵티머스’란 단어가 등장했다. 회사의 소액주주가 주주총회를 앞두고 금융위원회에 보낸 공문에서다. 내용은 “최대주주로의 경영권 이전을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이 최대주주는 ‘화성산업’이란 곳으로, 옵티머스가 지배하는 회사다. 

소액주주는 “옵티머스에는 해덕의 운용자금이 신탁돼 있다”며 “화성산업에 반대하고 새 이사를 선임한 뒤 건전한 투자자를 찾아 해덕을 정상화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뜻은 관철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6일 뒤 열린 주주총회에서 박윤구 화성산업 대표가 해덕의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이후 박 대표는 해덕을 노린 옵티머스의 ‘무자본 M&A’ 당사자로 지목됐다. 결과적으로 금융 당국은 소액주주의 우려를 전해 듣고도 묵살한 꼴이 됐다.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10월 해덕의 상장폐지를 의결하긴 했지만, 일단 개선기간 1년을 부여했다. 박 대표는 현재 133억원대 횡령 혐의로 해임된 상태다. 

비슷한 문제는 10월22일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 기간에도 지적됐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공공기관인 전파지능원의 비정상적인 옵티머스 투자에 대해 상급기관인 과기부가 2018년 10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는데 검찰이 무혐의 처리하면서 수많은 민간 투자자 자금이 옵티머스 펀드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당시 검찰이 정확하게 조사만 했어도 1조원이 넘는 피해는 막았을 것”이라며 검찰을 비판했다.  

옵티머스의 비정상적 운영은 그 전에도 금융 당국의 감시망에 걸려든 바 있다. 옵티머스는 2017년 7월 횡령과 부실 운영 등으로 자본금이 적정 기준(70%) 밑으로 떨어졌다. 단 금융감독원은 옵티머스로부터 자본확충 방안을 받아 검토한 뒤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옵티머스에 대한 시정조치를 미뤘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10월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옵티머스 인물 관계도’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10월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옵티머스 인물 관계도’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금감원 압박한 靑…’수장 교체설’ 불거져

하지만 옵티머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후 이행 가능성도 희박했다는 정황마저 드러났다. 옵티머스의 자본확충 방안에 따르면, 한 태양광업체 대표는 옵티머스에 2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태양광업체는 위험관리 종목으로 지정돼 신규 투자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파산 신청까지 돼 있었다. 금융 당국은 “파산 신청은 법원에서 기각됐다”고 밝혔으나, 기각 결정은 시정조치가 유예된 이후에 나왔다. 시간을 번 옵티머스는 해덕에 마수를 뻗치며 범죄집단으로 변해 갔다. 

인맥 네트워크도 넓혀갔다. 지난해 기준 옵티머스는 이헌재 전 부총리를 비롯해 채동욱 전 검찰총장,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등을 고문단으로 뒀다. 이 가운데 한 명인 양호 전 나라은행장은 옵티머스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또 2대 주주인 이동열씨는 2017년 이진아 당시 변호사와 함께 옵티머스에 각각 5억원씩 투자했다. 관계사인 해덕 사외이사를 맡은 이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청와대 행정관으로 부임했다.  

금융 당국이 마냥 손놓고 있던 건 아니었다. 금감원은 옵티머스의 비정상적 자금 흐름을 포착하고 올 4월 서면조사를 실시했다. 이러자 옵티머스는 인맥을 동원해 맞섰다.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는 한 달 뒤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을 금감원 수석조사역 출신인 변아무개씨에게 전달했다. 금감원의 조사에 관한 대응책을 세우기 위함으로 보인다. 변씨는 “이런 건 통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돌려보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 변씨는 금감원 국장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봐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씨는 현재 해덕 감사를 맡고 있다. 

급기야 청와대도 나섰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5월말 윤석헌 금감원장을 소환 조사했다. 민정수석실이 금융 당국 수장을 직접 조사한 건 처음이다. 앞서 3월에는 금감원을 상대로 특별감찰도 벌였다. 당시 금융계는 대규모 원금손실을 초래한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에 라임의 환매 중단까지 겹쳐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이 때문에 윤석헌 원장의 교체설까지 불거졌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금융 당국 감찰을 내세워 자기 방어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검찰의 금융사기 수사에 대비해 관계자를 색출하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 검찰이 옵티머스 수사에 돌입한 지난 6월 이진아 행정관은 청와대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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