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조차장 이전, 중구·동구 지역갈등으로 번지나
  • 권대오 영남본부 기자 (sisa521@sisajournal.com)
  • 승인 2020.10.2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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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부산시 ‘부산역조차장 존치’ 일방적 결정 반발
동구, ‘조차장 이전’ 검토하자 동구의회 반대결의안 발표
영주고가도로에서 본 부산역조차장 ⓒ시사저널 권대오
영주고가도로에서 본 부산역조차장 ⓒ시사저널 권대오

부산시가 최근 발표한 ‘부산역조차장 존치안’이 북항재개발 구역에 포함된 중구·동구 이웃 지자체 사이 싸움의 불씨가 되고 있다. 부산시가 북항재개발 2단계 사업 시행자로 참여하면서 해수의 원안과 달리 부산역조차장을 존치하는 안을 내놓으면서다. ‘조차장 존치안’이 공개되자 최진봉 중구청장을 비롯한 중구 주민은 원안 고수를 요구하며 집단 항의에 들어갔다. 반면 동구의회는 부산역조차장 이전 계획을 철회하고 정책결정과정에 동구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중구 주민 항의에 부산시는 원안대로 부산역조차장을 이전하는 안을 검토하겠다 서둘러 발표했다. 김광회 부산시 도시재생국장은 온라인 시민공청회에 쏟아진 조차장 원안 추진 요구를 접한 후 “부산역조차장 부분은 중구민이 원하는 대로 조차장 부지는 이전하고 평면화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여론을 달랬다.

부산역조차장 문제는 잠시 진화되는 듯했으나 이번에는 동구의회에서 조차장 이전을 수용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 22일 동구의회는 김성식 의장 및 구의원 명의로 부산역조차장을 부산진역CY 부지로 이전하는 계획을 철회하고, 정책결정과정에 동구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라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동구의회는 결의안을 통해 “부산역조차장을 부산진역 CY 부지로 이전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북항과는 완전히 격리되고 북항재개발과 소외돼 지역 간 갈등을 조장할 수 있으며, 시민에게 북항을 돌려주겠다는 당초의 계획에 어긋나는 일이다"고 성토했다. 부산시가 지역 간 갈등을 키웠다는 주장이다.

부산시가 중구의 요구대로 조차장을 이전할 경우 부산시가 동구 주민에게 약속했던 초량지역 철로 주변 대규모 공원 계획을 폐기해야 한다. 반면 동구의 요구를 반영할 경우 부산역조차장 존치로 중구의 반발에 직면하는 사면초가 형국에 처했다.

최학철 중구의회 의장은 부산시의 조차장 존치안과 동구의회 결의안은 수용할 수 없으며, 협상의 대상도 아니라는 강경한 입장이다. 최 의장은 “중구 지역은 조차장 부지만 포함돼 있지만, 동구 쪽은 북항재개발 1단계에 이어 2단계도 포함돼 있다. 동구의 이익만 챙기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부산역조차장은 원안대로 추진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해결책이다"고 했다.  원안대로 부산역조차장을 이전하는 방안이 유일한 해결책이란 얘기다.

그동안 중구와 동구는 원도심 통합·북항재개발 행정구역 경계 등의 문제로 충돌해왔는데, 설상가상 부산역조차장 이전이라는 또 다른 불씨가 떨어졌다. 부산시가 원안에 없던 조차장 존치안을 들고 나와 지자체 사이 분쟁으로 확전 될 조짐이지만, 부산시는 이 문제에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부산시는 사업시행자 공모신청 당시 해수부에 제출한 ‘부산역조차장 존치안’을 수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해수부와 협상과정에 시민들의 찬반의견이 있다는 내용만 추가로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조차장 이전문제는 해수부가 시민의견 등을 검토해서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원안을 뒤집는 제안을 한 당사자가 부산시다. 하지만 중구와 동구의 반대에 부딪히자 최종 결정을 해수부에 미루는 모양새다.

북항재개발 2단계 구역에 포함된 부산진역 CY와 범일5동 북항배후부지 ⓒ시사저널 권대오
북항재개발 2단계 구역에 포함된 부산진역 CY와 범일5동 북항배후부지 ⓒ시사저널 권대오

하치덕 부산시 북항재개발추진단장은 동구의 결의안에 대해 “(부산역조차장 이전안으로) ‘부산역 일원 철도시설 재배치 사업 기본계획’에 고시가 났다. 사업 고시 전에 여론수렴을 거쳤다. 동구에서 오해하는 게 있다. CY부지는 당초 계획대로 개발되고 일부 선로만 고속철도조차장으로 존치된다. 일반철도조차시설은 부전역으로 이전된다. 보행데크가 5개가 있어 부산진역 CY로 이전하더라도 지금 형태와 큰 변화가 없다”고 해명했다. 중구안을 수용할 경우 동구 철길 주변에 계획된 공원 부지는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해당 공원은 사라지지만 전체 공원 비율은 동일하므로 다른 곳에 공원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중구의 조차장 완전 이전 요구에 대해 “부산시가 고시대로 안하고 중구 쪽에 넣은 것은 공공시설 확보를 위한 컨소시엄의 노력 중 하나이다. 조차장을 주차장, 광장으로 개발하는 안도 포함됐지만 중구 쪽에서 못마땅해 하는 것 같다. (부산시 안에) 반대하는 시민 의견이 있다고 공식 전달할 예정이다. 수행권자인 해수부에서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항만심의위원회를 통과하는 절차도 남아있다. 그런 과정에서 여론 동향을 수렴할 것이다”며 제3의 방안을 비롯한 여러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 단장은 11월 5일로 예정된 ‘북항2단계 재개발사업 경제분야 전문가 토론회’와 앞으로 구성될 ‘범시민추진협의회’에서 해당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 토론회 식순에는 관련 일정이 잡혀있지 않다. 지난 8월 사업시행자로 선정되면서 구성을 약속했던 ‘북항재개발 범시민추진협의회’ 역시 3달이 다 되도록 계획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다. 부산시가 도시경관과 공간구조를 검토하기 위해 구성한 도시·건축 TF팀이 유일하게 운영 중이나, 관련 회의자료와 회의록은 시민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어 시민 의견이 반영될 통로는 사실상 막혀있는 형편이다. 해당 지자체가 참여하는 문제 해결 기구 구성 계획에 대해 문의했지만 그럴 계획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부산시의 이러한 태도와 달리 북항재개발 주변 지자체 간 이견을 조정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공식 논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동구는 북항재개발 온라인 공청회 당시 “동구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계획에 반영하는 공식기구 설치”를 부산시에 요구했다.

부산시가 주민의견을 반영할 상시적인 통로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온다. 안일규 부산경남미래정책 사무처장은 "중구와 동구 모두 조차장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부산시가 조정자로 역할을 다해야 한다. 해양수산부도 중동구 주민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해양수산부는 북항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주변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부산항북항통합개발추진협의회를 구성해서 운영해왔다. ‘지자체 협의회’도 별도로 구성해 북항 1, 2단계 재개발 추진 상황을 지자체와 공유하고, 의견수렴 및 추진방안을 논의해왔다.

부산시는 ‘시민주도 북항재개발’을 공언하고 있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지금까지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의견을 듣기 위한 공식기구를 구성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진행됐던 온라인 공청회에서도 북항 주변 지역주민과 지자체 관계자는 토론자로 초대받지 못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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