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이건희] 정기선·허윤홍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2 10:00
  • 호수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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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타계로 재계가 본격적인 3·4세 총수 시대에 진입했다. 이재용 부회장 등 새로운 리더들은 선대의 공과(功過)를 딛고 어떻게 경영을 해나갈 지, 재벌 체제 위에 세워진 대한민국 경제는 어디로 향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뉴시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2007년 동아일보 기자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9년 현대중공업 재무팀에 입사했지만 본격적인 경력을 쌓기 시작한 건 2013년부터다. 입사 직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았기 때문이다. 이후 2011년 보스턴컨설팅그룹 한국지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다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선박영업부 수석부장으로 복귀했다. 정 부사장은 이후 2015년 상무로 승진한 데 이어 2018년 현대중공업에서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에 오르면서 경영 최전선에 나섰다.

정 부사장은 그룹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의 지분 5.1%를 보유한 3대 주주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7년 4월 현대중공업을 인적 분할을 통해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와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등 4개 회사로 나눴다.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지주의 신주와 현대중공업의 자사주를 맞바꿨다. 이를 통해 현대중공업지주의 현대중공업 지분은 13.4%에서 27.8%로 증가했다.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이다. 이후 정 부사장은 2018년 3월 정 이사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원으로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을 사들였다.
 
현대중공업그룹은 30여 년간 이어온 전문경영인 체제에 마침표를 찍고 오너경영인 체제 전환을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경영권 지분 확보를 위한 재원 마련이다. 정 부사장이 그룹 경영권 확보를 위해 정 이사장으로부터 물려받아야 하는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은 25.8%다. 이를 위한 상속세는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정 부사장은 여느 재벌가 3세들과 달리 승계를 위한 준비를 진행해 놓지 않았다. 현재 정 부사장의 수입원은 급여와 현대중공업지주의 배당금이 전부인 상황이다.
허윤홍 GS건설 사장 ⓒGS건설 제공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허윤홍 GS건설 사장은 그룹의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2002년 LG칼텍스정유(현 GS칼텍스)에 입사한 그는 2005년 GS건설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신사업본부 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최전선에 나섰다. 허 사장은 승진 직후부터 활발한 대외행보를 하고 있다. GS건설의 인도 태양광 시장 진출을 알리며 처음 공식적인 행보를 보였고, 올해 초에는 미국과 영국, 폴란드의 모듈러 건축업체 3곳을 인수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허 사장은 다른 GS그룹 오너 4세들이 그룹 지주사인 (주)GS 지분율을 높이는 사이 GS건설 지분만 늘렸다. 사장으로 승진한 뒤에도 GS건설 주식 7만700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0.25%에서 0.32%까지 확대했다. 허 사장은 GS건설을 바탕으로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태양광사업과 모듈러주택을 비롯해 수처리, 소규모 주택단지 개발, 자산관리, 배터리 재활용사업, 데이터센터 임대업 등을 추진 및 검토 중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허 사장이 GS건설을 중심으로 한 소그룹을 키워나가는 형태로 승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를 차치하더라도 허 사장은 신사업본부 사장을 맡은 만큼 새 먹거리 발굴에 성과를 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능력을 입증하고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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