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쫓아가기 바쁜 신세계․롯데의 ‘엇갈린 표정’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1 10:00
  • 호수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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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SSG닷컴 날아오를 채비…야심 차게 출발한 롯데온은 지지부진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에선 최근 총수의 ‘오른팔’로 불리던 인물들이 잇달아 퇴진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갑수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을 (지난해 10월18일), 신동빈 롯데 회장은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을 (올해 8월13일) 각각 경질했다. 달라진 유통 환경에 뒤처진 데 따른 쇄신 인사로 해석됐다. 

양사에서 확고부동한 입지를 자랑하던 전문경영인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유통업계는 더욱 치열한 전장(戰場)으로 변했다. 시장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유통 공룡들이 쿠팡 등 신흥 이커머스 강자들을 사생결단으로 압박해 왔다. 

그러나 신세계와 롯데의 표정은 확연히 엇갈린다. 신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부터 온라인 강화에 매진해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는 반면, 롯데는 지난 4월 뒤늦게 선보인 통합 쇼핑몰의 안착에 아직도 애를 먹는 모습이다. 

롯데쇼핑 점포 구조조정의 하나로 오는 11월30일까지 영업하고 폐점하는 롯데마트 서울 구로점 ⓒ시사저널 박정훈 

‘절치부심’ 이마트, 실적 기대감 

올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이마트는 시장의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를 보면 이마트는 1247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증가한 수준이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34.8% 감소한 484억원, 2분기엔 4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가히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할 만하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해 2분기 창립 이래 첫 영업적자(299억원)를 기록한 뒤 대표이사를 외부 출신의 ‘젊은 피’로 교체했다. 주인공은 당시 50세였던 강희석 전 베인앤드컴퍼니 소비재·유통 부문 파트너다. 1993년 이마트 창립 이래 첫 외부인 출신 대표였다. 더군다나 자리를 내어준 인물이 정용진 부회장과 6년간 이마트호(號)를 진두지휘해 온 ‘신세계 근속 37년’ 이갑수 대표였다는 점에서 큰 화제가 됐다. 

강희석 신임 대표는 취임 후 1년간 이마트 점포 30% 리뉴얼, 신선·가공식품 사업 강화 등 체질 개선을 통해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정 부회장은 10월15일 강 대표가 그룹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 대표도 함께 맡도록 했다. 온·오프라인 사업 통합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온라인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신세계 측은 “이마트와 SSG닷컴은 대표이사 겸직으로 향후 온·오프라인에서 통합적으로 사고하고 시너지를 크게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자 운영되던 이마트몰, 신세계몰 등을 통합해 지난해 3월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SSG닷컴은 신세계를 ‘역성장 바이러스’에서 구해 준 백신으로 평가받는다. 아직 영업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적자 폭을 줄이며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사태 속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폭증하면서 SSG닷컴의 1분기와 2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40%가량씩 증가했다. 

희망의 불씨를 살린 신세계와 달리 롯데는 아직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3개 증권사가 전망한 올 3분기 롯데쇼핑 영업이익 예상치 평균은 전년 동기 대비 13.3% 줄어든 759억원이다.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올해 들어 계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온라인 쇼핑 성장세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가 코로나19 여파를 그대로 맞았다. 

SSG닷컴 광고(왼쪽)와 롯데온 애플리케이션

신동빈 회장 발목 더 세게 잡는 롯데온 

롯데 유통 계열사의 7개 쇼핑몰(백화점, 마트, 슈퍼, 닷컴, 롭스, 홈쇼핑, 하이마트)을 한데 합친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ON)은 4월28일 론칭 후 실적은 물론 화제성 면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잦은 접속 오류도 갈 길 바쁜 롯데온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올 2분기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이 17% 성장한 가운데 롯데쇼핑의 온라인 성장률은 1.2%에 그쳤다. 한 유통 대기업 관계자는 롯데온에 대해 “콘텐츠, 배송, 가격 등의 차별점을 찾기 힘들다. 이미 다른 주류(主流) 온라인몰에 익숙해진 고객들의 발길을 돌릴 유인이 부족하다”면서 “시스템의 속도, 편의성 등 측면에서도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계열사 간 시너지에도 의문부호가 달린다. 이커머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전문가 시각에선 SSG닷컴도 신세계 계열사 간의 온라인 서비스 협력상 문제가 없지 않아 보이지만, 롯데의 경우 너무 많은 계열사가 억지로 한 틀에 묶이다 보니 가격 책정 등에서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사실 대기업의 ‘그룹 통합 서비스’는 웬만큼 강한 리더십과 구심점이 없다면 성공하기 어려운 구조다. 계열사들이 각자 손해 보는 부분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롯데처럼 계열사별 독립성이나 개성이 강한 조직에서 그나마 실적 개선을 이루고 있는 홈쇼핑, 하이마트 등은 롯데온이란 플랫폼을 통해 다른 부진한 계열사와 뭉뚱그려지는 게 못내 속 쓰릴 것”이라고 했다. 

다만 증권사들은 롯데쇼핑의 고강도 구조조정 결과가 내년부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관측한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3월5일 200개 점포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슈퍼 536곳 중 대형점 중심으로 20%, 양판점은 591곳 중 20% 정도, 백화점은 71곳 중 5곳이 폐쇄 대상이다. 신 회장은 8월엔 황각규 부회장을 경질하는 동시에 롯데지주와 일부 계열사 대표들도 교체했다. 롯데가 연말 정기 인사철이 아닌 시기에 임원 인사를 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었다. 정기 임원 인사는 매년 12월 초·중순께였지만, 올해는 그 시기가 11월로 빨라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2분기 롯데의 양대 축인 유통과 화학 부문 영업이익은 각각 98.5%, 90.5% 쪼그라들었다. 신 회장이 더욱 크게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쪽은 유통으로 보인다. 형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갈등이 상존하고, 아들 유열씨로의 3세 승계 준비에도 착수한 만큼 지배구조 개선 등 경영권 강화 작업이 절실한 신 회장이다.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없는 유통 부문 실적은 호텔롯데 상장을 가로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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