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요트·무인도 ‘쏠림현상’, 이대로 괜찮을까
  • 정덕현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7 16:00
  • 호수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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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찾아 나선 예능 프로그램들…유사 콘셉트 집중으로 차별성에 아쉬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는 예능 프로그램에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만들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상화로 비대면을 추구하다 보니 몇몇 소재로의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이런 한계들은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것일까. 

tvN 《바퀴 달린 집》의 한 장면 ⓒtvN 채널

tvN 《바퀴 달린 집》은 사실 콘셉트가 완전히 새롭다고 보긴 어렵다. 캠핑 소재의 예능 프로그램은 이미 2016년 MBN 《여행생활자 집시맨》으로 시도된 바 있고, 2019년 핑클 완전체가 출연해 화제를 모은 JTBC 《캠핑클럽》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말고도 아침이나 저녁 시간대의 데일리 교양 프로그램에서도 캠핑 콘셉트의 기획 아이템들은 계속 존재했다. 그러니 《바퀴 달린 집》이 새로울 게 있을까. 

하지만 《바퀴 달린 집》은 최고 시청률이 5%(닐슨 코리아)를 넘길 정도로 괜찮은 성과를 거뒀다.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여기 출연한 성동일, 김희원, 여진구의 지인 찬스로 동원된 아이유, 공효진, 이성경 등 게스트들이 화제의 중심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의외의 성과는 다분히 코로나19라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저마다 집콕하는 일상이 많아지면서 시청자들의 ‘안전’에 대한 욕망과 더불어 ‘자연’을 찾아 여행하고픈 욕망이 동시에 커졌다.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방식으로 《바퀴 달린 집》은 집을 자연 속으로 가져간다는 콘셉트를 통해 과거와는 다른 느낌으로 시청자들의 욕망을 대리 충족시켜줬다. 자연을 앞마당에 두고 지인들과 만나 수다를 떨고 무엇보다 그 지역의 맛난 음식들을 다양하게 맛보는 건 단순한 재미일 수 있었지만, 코로나 시국에는 더할 나위 없는 몰입감을 만들었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집, 음식, 자연이라는 키워드를 관통했기 때문이다. 

위부터 JTBC 《갬성캥핑》의 한 장면, E채널 《노는 언니》의 한 장면 ⓒJTBC·E채널

《바퀴 달린 집》 이후 쏟아진 캠핑 예능 

하지만 되는 프로그램이 등장하면 으레 유사 프로그램들이 나왔던 것처럼 캠핑은 예능의 주요 소재로 떠올랐다. KBS Joy에서 김숙과 라미란을 주축으로 세운 《나는 차였어》를 시도했고, JTBC는 여기에 여성 예능이라는 콘셉트를 더해 《갬성캠핑》을 만들었다. 본격 캠핑 예능은 아니지만, E채널 《노는 언니》에서도 여지없이 캠핑이 소재로 활용되기도 했다. 물론 출연자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콘셉트에선 큰 차이를 찾기가 어렵다. 친구들과의 수다, 먹방, 자연, 게스트가 그것이다. 코로나 상황이 많은 것을 제한하기 때문에 비슷한 콘셉트의 예능들이 나오게 됐다고는 하지만, 차별성도 별로 없는 유사 프로그램들의 쏠림현상은 과연 코로나 탓으로만 치부될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가 촉발한 예능가의 쏠림현상은 몇몇 비대면 콘셉트 소재를 등장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소재가 무인도다. 물론 무인도라는 소재 역시 새로울 건 없다. 이미 KBS 《1박2일》이나 MBC 《무한도전》이 무인도 콘셉트를 선보인 바 있고, SBS 《정글의 법칙》도 야생 생존에 무인도를 등장시킨 바 있다. 게다가 MBN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프로그램도 산속 오지만이 아니라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자연인을 소개한 바 있다. 그래서 새로울 건 없지만 무인도라는 공간은 코로나 사태를 맞으면서 예능 프로그램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tvN 《삼시세끼》 어촌편5가 코로나로 인해 기존 만재도 대신 죽굴도라는 무인도를 선택했고, 이 선택은 완벽하게 고립된 섬이 오히려 자연적인 비대면을 통해 자연을 만끽하게 해 주는 공간이 된다는 걸 보여줬다. 

파일럿으로만 8%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해 정규 편성된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 역시 무인도를 배경으로 삼았다. 안정환과 이영표가 함께 무인도를 찾아가 그곳에 사는 자연인의 삶을 함께 체험하면서 벌어지는 티키타카가 콘셉트지만, 두 사람의 케미를 빼고 보면 이 프로그램은 《삼시세끼》 어촌편5와 《나는 자연인이다》를 섞어 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실제로 이들이 두 번째로 찾았던 섬의 자연인 제임스 오는 《나는 자연인이다》에 출연해 화제가 됐던 인물이기도 했다. 

 

'차별성'에 대한 고민 치열하게 이뤄져야 

무인도처럼 비대면이면서 프라이빗한 공간은 이제 코로나 시대에 예능 프로그램들이 찾아야 하는 최적지로 떠올랐다.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정글의 법칙》이 국내를 선택해 무인도를 생존지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때아닌 요트가 예능의 소재로 떠올랐다. tvN 《바닷길 선발대》와 MBC에브리원 《요트원정대: 더 비기닝》이 동시에 요트 생활을 예능의 소재로 삼았다. 다른 프로그램이지만 요트라는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는 같은 프로그램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코로나 시국을 맞아 방송 프로그램들이 저마다 비대면을 지켜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되면서 소재적으로나 콘셉트 측면에서 유사한 프로그램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특히 음악과 여행 소재 프로그램들은 쏠림현상이 더 극명해 보이는데, 이것은 코로나 시국에 할 수 없는 만큼 그 갈증이 이 소재들에 더 집중돼 있어서다. 관객을 동원할 수 없어 콘서트 시장 자체가 얼어붙은 상황이지만, 그럴수록 대중들은 음악이 주는 위로와 힐링을 더욱 요구하게 됐다. 또 코로나로 인해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대중들은 방송을 통해서나마 대리 경험을 하고픈 욕망이 커졌다. 그래서 이들 음악과 여행 소재 프로그램들은 저마다 할 수 있는 비대면 장치를 달고 방송을 하기 시작했다. 음악이 차용한 건 화상 연결이라는 장치이고, 여행이 차용한 건 프라이빗이라는 콘셉트다. 그러니 이걸 충족시켜주는 소재로서 무관중 오디션 콘셉트의 음악 프로그램들이 쏟아지고 무인도, 요트, 캠핑을 소재로 하는 여행 프로그램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게 된 것. 

물론 이런 쏠림현상은 방송 프로그램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네 일상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비대면으로 음악을 듣고픈 욕망은 랜선 콘서트라는 새로운 방식에 대중들이 귀를 열게 하고 있고, 이 시국에도 어디론가 떠나고픈 욕망은 차박이나 독채를 숙소로 얻어 떠나는 프라이빗 여행 트렌드를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방송은 어쩌면 이런 일상의 변화를 반영한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소재나 공간이라 하더라도 저마다 차별점은 갖추는 것이 그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게 아니라면 자칫 코로나라는 시국을 탓하며 손쉽게 흐름에 동승하려는 의도로 비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비대면 콘셉트의 새로운 소재와 공간을 찾아내는 일과 더불어 어떻게 하면 타 프로그램들과 차별성을 찾을까 하는 고민 역시 치열하게 이뤄져야 이 어려운 시국을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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