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의 시론] 결국 사람이다!
  •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jongseop1@naver.com)
  • 승인 2020.11.06 17:00
  • 호수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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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처음엔 어색해 보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이 그 자리에 어울려 보인다는 뜻이다. 물론 그 자리에 가기 전엔 그렇지 않았는데 가고 나서 바뀌었다는 의미도 있다. 이때 변했다는 건 이전보다 더 나아졌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부정적 함의가 많다.

반면 ‘자리가 그 사람을 드러나게 한다’는 말도 있다. 자신이 열심히 노력해 원하던 자리에 올랐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어울리지도 않고 하지 않아도 될 마음고생만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신에게도 힘든 일이지만 조직이나 공동체에 주는 민폐가 더 크다.

‘지금 자리 지키기나 그 자리에서 오래가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이 자리가 뭐 하는 자리든, 뭘 해야 하는 자리든 상관없이 자리보전이 우선이고 지금 이대로 더 오래 머무르는 게 제일 좋다는 것이다. ‘지금 자리 지키기나 그 자리에서 오래가기’를 원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인사권자 잡기다. 주변에서 뭐라 하든 무슨 방법을 쓰든 최종 결정권자의 마음을 얻는다면 자리를 지키는 건 물론 오래갈 수 있다. 그의 결정이니 누가 뭐라 할 수도 없다.

다른 하나는 성과를 보여주는 건데 이강철 KT 감독은 계약 기간이 1년이나 남았음에도 더 좋은 조건으로 더 길게 다시 계약했다. 이런 경우라면 그가 더 하는 게 맞고 계속 성과를 낸다면 더 오래 하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올해도 우승”이 모든 프로 스포츠 감독의 소망이다.

반면 ‘지금 이 자리의 역할’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 이때 자리의 역할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 자리에서 누가 하든 누구든 기본적으로 해야 할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자리 지키기에서 나아가 지금 자리 오래하기를 원하든 아니면 지금 이 자리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든 상관없는 가장 초보적인 역할이자 기능이다. 물론 부정부패 논란이나 잡음 없이 그동안 해 왔던 대로 한다면 대부분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조직이나 공동체에 대한 기여를 기대하긴 어렵다.

다른 하나는 조직이나 공동체가 앞으로 발전하기 위해 자신이 지금 이 자리에서 기여할 수 있는 게 뭔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자신의 성공과 이에 따른 오래하기도 중요하지만 조직과 공동체의 이익과 진전을 자신과 자신의 자리 지키기보다 우선하는 경우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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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線)으로 이어지게 하는 점(點)의 역할인데, 지금까지 이어진 선의 끝에서 어떤 사람이 ‘언제, 어디에, 어떻게’ 자기 역할의 점을 찍느냐에 따라 앞으로 공동체와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따라서 중요한 건 그 점을 찍는 어떤 사람을 선택하는 행위다. 조직에서는 최고 인사권자고 공동체라면 구성원의 판단과 선택이 핵심이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점입가경(漸入佳境) 협연’, 그걸 지켜보는 대통령, 정치 개혁을 위한 ‘혁신 당헌’이었지만 지금은 ‘당원들의 뜻’이라는 집권당 대표 그리고 치유나 통합보다는 법적 수단을 고민하는 혼전의 미국 대통령선거. 결국 사람이 문제다. 더 중요한 건 그들을 선택하는 사람들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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