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지형도 바꾼 쿠팡, 종합 플랫폼으로 변신 노린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1 10:00
  • 호수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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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강자마저 움직이는 쿠팡의 영향력 주목
OTT까지 노리는 쿠팡의 진화

‘쿠팡보다 빠르게’ ‘쿠팡보다 싸게’. 유통업계에서 가격 경쟁력이나 배송 경쟁력 강화를 언급할 때 수시로 사용되는 말이다. 10년 전 소셜커머스로 시작한 쿠팡이 업계에서 이렇게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롯데와 신세계 등 전통 유통 강자들을 위협하거나 앞서면서 업계에서 드러내고 있는 강력한 존재감. 그것이 쿠팡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만들어낸 비대면 절벽에서 많은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멈칫하거나 추락할 때, 쿠팡은 오히려 로켓배송을 무기로 날아올랐다. 아직도 그 기세를 멈출 생각이 없다. 이제 쿠팡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중고 거래 시장까지 넘보면서 종합 플랫폼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전체 유통시장에서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6.4%다. 지난해 상반기 40.9%에 비해 5.5%포인트 증가했다. 온라인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를 마주한 쿠팡은 빠른 배송을 활용해 많은 고객의 충성도를 확보했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이 조사한 올해 상반기 주요 이커머스 관련 조사에 따르면 이 기간 쿠팡을 통해 이뤄진 결제금액은 9조9272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나 뛰었다. 지난 7월을 기준으로 쿠팡 앱을 설치한 휴대전화 수는 2242만 대에 이른다. 전 국민의 43%에 달하는 규모다.

쿠팡이 사업을 다각화하는 이유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로켓배송은 어디로 날아가고 있을까’ 보고서를 통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에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사업 환경 변화로 ‘온라인화’를 지목하고, 그 온라인 유통시장의 한가운데 쿠팡이 있기 때문에 쿠팡의 방향성을 예측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쿠팡이 국내 유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내 유통업계는 쿠팡의 행보에 발맞추거나 뒤늦게 좇는 추세다. 롯데가 그룹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을 열고, 신세계가 잇달아 물류센터를 설립해 배송을 강화하려는 것도 쿠팡을 필두로 확장되고 있는 이커머스 수요를 잡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특히 쿠팡은 올 들어 사업 다각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라이브 커머스를 운영하기 위한 인력도 대거 충원했다. 지난 7월 싱가포르 OTT업체 훅(Hooq)의 소프트웨어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새로운 영역 진출을 예고했던 쿠팡은 최근 사업 목적에 기타 부가통신 서비스(온라인 VOD 콘텐츠)와 온라인 음악 서비스 제공업을 추가하고, ‘쿠팡 스트리밍’ ‘쿠팡 플레이’ ‘쿠팡 티비’ ‘쿠팡 오리지널’ ‘쿠팡 비디오’ ‘쿠팡 라이브’ 등의 상표권도 출원했다.

얼핏 이커머스 기업과 무관해 보이는 OTT 사업에 쿠팡이 발을 들이는 이유를 살펴보기 전에, 네이버의 행보를 살필 필요가 있다.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는 최근 이커머스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연간 거래액 20조원을 넘어서면서 17조원 이상의 거래액을 기록한 쿠팡을 밀어냈다. 여기에 지난 6월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을 출시하면서 쇼핑 적립금 비율을 높여주고 웹툰과 영화, 음악 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혜택을 내놨다.

네이버는 최근 CJ와 지분동맹을 맺고 CJ대한통운을 이용한 풀필먼트(입점 판매자의 배송·포장·재고 관리를 대행해 주는 서비스)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을 밝히면서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던 배송 문제도 보완했다. 포털로 시작한 네이버가 멤버십을 확대하고 배송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커머스의 영역을 넓힌 것이다. 이커머스 업체로 시작한 쿠팡은 콘텐츠를 유입해 종합 플랫폼으로 나아가려 한다. 결국 국내 이커머스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두 기업의 지향점은 쇼핑과 배송, 콘텐츠 모두를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이다.

“인터넷 플랫폼으로 가는 전철 밟아”

쿠팡은 배송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이미 갖고 있다. 여기에 무료배송과 무료반품을 내세운 로켓와우 멤버십으로 고객 충성도도 확보했다. 쿠페이라는 이름의, 현존하는 가장 간편한 결제 방식도 탑재하고 있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고객들을 쿠팡에 머무르게 하는 요소가 없다는 점이다. 그 요소를 만들기 위해 콘텐츠를 소환하는 것이다. 쿠팡은 “OTT 사업 진출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OTT 서비스가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승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사실상 쿠팡의 OTT 서비스 출시가 임박했다”며 “OTT 서비스 제공을 통해 인터넷 플랫폼으로 가는 전철을 밟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인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고객을 유입시키고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OTT 사업 진출은) 쿠팡으로서는 당연한 수순일 수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쇼핑에 영상과 음악 등 콘텐츠를 결합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종합 플랫폼을 지향하는 것이 최근 추세”라며 “라이브 커머스는 쇼핑과 관련해 많은 것을 확보하고 있는 쿠팡이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는 부분으로, 광고 효과를 극대화해 매출 신장으로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OTT의 경우 직접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기보다는 협업 형태를 통해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쿠팡은 이 외에도 여러 신사업을 모색 중이다. 지난해 8월 음식배달 서비스 ‘쿠팡이츠’를 내놓았고, 올해 4월 간편결제 서비스인 쿠페이를 자회사 쿠팡페이로 분사했다. 이미 쿠페이는 거래액 규모로 국내 3위다. 쿠페이 관련 사업을 확장하는 것 외에 혁신적인 핀테크 서비스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쿠팡 내에서만 사용했던 쿠페이를 외부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개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쿠팡페이의 사업 목적에 전자금융업뿐 아니라 콘텐츠 제작업, 사이버 출판업을 담은 것은 콘텐츠 서비스를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쿠팡은 지난달 국토교통부에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자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택배사업자 지위도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쿠팡이 택배사업자로 인정되면 직매입 제품 외에 외부 업체들의 제품도 배송할 수 있게 된다. 업계는 이번 쿠팡의 택배 사업자 도전을 풀필먼트 등 3자 물류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쿠팡이 단기간 내 대규모 외부 택배 물류를 확보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며 풀필먼트 서비스를 보완하고자 택배사업 자격을 신청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아마존 벤치마킹해 대대적으로 영역 확장

‘한국형 아마존’이라는 야망을 실현하는 것일까.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해 대다수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아마존은 미국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한 이후인 2011년 OTT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출시했다. 자체 OTT를 운영하면서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회원 수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입점한 판매자를 상대로 상품 보관과 로켓배송, 고객 응대까지 한번에 해 주는 쿠팡의 로켓제휴 프로그램 역시 아마존의 성장동력인 ‘FBA(Fulfillment By Amazon)’와 비슷하다. 쿠페이를 분사해 사업을 확대하려는 것도 아마존이 지급결제 수단인 ‘아마존페이’를 기반으로 금융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점과 겹친다.

쿠팡이 진출할 것으로 보이는 사업들은 모두 활황이다. 점차 규모가 커지고 있는 중고 거래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미 당근마켓,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이 업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쿠팡은 2000만 명에 육박하는 순이용자(MAU)와 독보적인 배송 인력,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 쿠페이 등을 중고 거래에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존재한다. 이미 자체 오픈마켓인 마켓플레이스 입점 사업자들이 반품 제품에 등급을 매겨 중고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C2C(소비자 간 비즈니스) 영역까지 거래를 넓힐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이다.

지난 9월 쿠팡은 상표권 ‘쿠릉’을 등록하면서 자동차 금융업과 자동차보험 관련 상담 및 중개업, 중고차 감정업, 중고차 평가 관련 정보제공업 등을 지정상품으로 등재한 바 있다. 쿠팡 측은 관련 사항에 대해 언급하지 않지만, 조만간 쿠팡이 직접 중고차 거래에 뛰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쿠팡의 ‘플랫폼 락인’을 위한 전략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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