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이 비치해야 할 책들은 어떤 책들인가 [최보기의 책보기]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thebex@hanmail.net)
  • 승인 2020.11.0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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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대처 매뉴얼》ㅣ최용선·지영환 지음ㅣ모아북스 펴냄ㅣ408쪽ㅣ5만5000원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는 광역과 기초를 통틀어 243개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를 이끄는 도지사, 시장, 구청장, 군수 등 지방정부 책임자는 주민들이 선거로 뽑는다. 이들은 4년마다 선거를 통해 엄중한 평가를 받기 때문에 정책 개발과 공약 완수에 대단히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여러 정책 중 하나가 건전한 시민의식과 교양, 감성을 키우는 인문학 도시 육성인데, 그러한 도시의 얼굴이 도서관이다. 대외적으로 도서관 정책을 경시할 수 없는 이유라서 지방정부가 직영하거나 위탁, 지원하는 동네 문고부터 크고 작은 도서관을 합하면 줄잡아 수천 개에 이를 것이다.

이들 도서관들이 비치할 책들을 구입하는 기준과 방식은 법으로 명확하게 규정돼있지 않아 각개 도서관의 관행이 구매 목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주로 관내 주민의 구매 희망도서 신청, 중앙 언론에 기사로 소개된 책, 구매 담당 사서의 개인적 호불호, 저자와 책의 지명도, 예산에 적절한 가격, 대출신청 빈도, 독서 유관 단체의 추천목록 등이 구매도서의 주요 기준으로 작용하는 항목들이다. 도서 구매 예산이 한정돼있으므로 모든 주민들의 다양한 독서 욕구를 100% 만족시키는 장서를 갖춘 도서관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건축, 과학, 문화, 예술, 스포츠 등 특정 분야의 소수 전문가 급 독자에게 읽히는 고가의 책은 대출 빈도상 다수 주민들이 이용하는 공공 도서관에 비치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해당 독자들은 일반 시민이 구매해 소장하기 부담스러운 가격의 전문서적들을 공공 도서관이 비치해야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인문학 베스트셀러 등 보통 가격의 대중적인 책 한 권도 사기 쉽지 않은 주민들 입장에서는 ‘누구나 많이 찾는 책이 도서관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 다 틀리지 않기에 도서관 구매 담당 사서는 오늘도 고민이다.

《바이러스 대처 매뉴얼》은 전자에 해당되는 책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을 맞아 국민 개개인과 방역기관의 구체적인 대처 리스트들이 총망라돼있지만 개인이 직접 구매해 익히기는 부담스럽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 방역을 선도하는 공무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의 담당자 등이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내용들이 항목별로 정리됐지만 그들이 개인적으로 이 책을 구매해 읽을 것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도서관이다. 《바이러스 대처 매뉴얼》 정도는 필요한 누구나가 대출해 볼 수 있어야 도서관이 도서관으로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최소한 각 지방자치단체 대표 도서관 한 곳에라도 《바이러스 대처 매뉴얼》 한 권이 비치돼있길 희망해본다.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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