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시 미응시로 ‘면허’ 못 딴 의대생들…군 입대 어떻게 될까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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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미응시자라도 1년에 한해 연기 가능
1996년엔 병역법 개정 요구하며 단체행동 벌이기도
전체 응시대상 의대생의 86%가 치르지 않은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이 10일 종료됐다. 국시 실기시험은 지난 9월8일부터 약 두 달간 분산 실시됐으며, 전체 대상자 3172명 중 446명만이 시험에 응시했다. ⓒ 연합뉴스
전체 응시대상 의대생의 86%가 치르지 않은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이 10일 종료됐다. 국시 실기시험은 지난 9월8일부터 약 두 달간 분산 실시됐으며, 전체 대상자 3172명 중 446명만이 시험에 응시했다. ⓒ 연합뉴스

'재응시'를 놓고 정부와 줄다리기를 해오던 의대생 국가고시 실기시험이 종료됐다. 부정적 여론과 정부의 재응시 불가 방침 속에 2020년을 한달 여 앞둔 상황에서 추가 시험이 치러질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태다. 올해 본과 4학년생 중 86%가 의사 면허를 갖지 못하게 됐다.

때문에 군 입대를 해야하는 남학생들의 경우엔 국시 미응시로 인해 입영 연기가 불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병무청은 미응시자라고 하더라도, 입영 연기는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11일 병무청 등에 따르면, 올해 의사 면허를 취득하지 못한 본과 4년 남학생의 경우 자발적인 시험 미응시자라고 하더라도 1년 내로 입대를 연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병무청 관계자는 "병역법에 따라 의사·치과의사·한의사·수의사·약사·유치원·초·중등교사 임용시험 불합격자로서 졸업 후 시행하는 시험 응시 예정자는 시험 일정까지 1년의 범위 내에서 연기를 할 수 있다"며 "자발적 미응시자라고 하더라도 불합격자 범위에 포함돼 입영 연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시험 미응시자 역시 큰 범위에서 불합격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입영 연기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전날 종료된 의사 국시 실기시험은 정부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본과 4년생들이 시험 응시 거부 방침을 밝힘에 따라, 전체 대상자 3172명 중 446명 만이 응시했다. 전체의 85.9%에 달하는 2726명이 시험을 포기했다. 

통상 의대생들은 의사 면허를 획득한 후 인턴이나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군의관 또는 공중보건의를 통해 병역 의무를 이행한다. 올해 실기시험을 치른 학생들은 내년 1월 예정된 필기시험까지 합격 후 의사 면허를 받으면 일정기간 수련 생활을 거친 후 군의관 또는 공중보건의로 갈 수 있다. 

올해 실기시험을 거부한 학생들은 필기 결과와 상관없이 면허 획득이 불발됐지만, 내년도 시험에 응시해 면허를 획득하면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로 갈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는 셈이다. 만일 본과 4년생 중 내년 하반기부터 시작되는 시험에서 탈락해 면허를 못따게 되는 경우엔, 이미 1번 입영연기를 했기 때문에 추가 연장이 불가능 할 수도 있다. 

김영훈 고려대학교 의료원장(왼쪽부터)과 김영모 인하대학교 의료원장, 김연수 서울대학교병원장, 윤동섭 연세대학교 의료원장 등 주요 병원장들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생들이 의사국가고시에 응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연합뉴스
김영훈 고려대학교 의료원장(왼쪽부터)과 김영모 인하대학교 의료원장, 김연수 서울대학교병원장, 윤동섭 연세대학교 의료원장 등 주요 병원장들이 지난달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생들이 의사 국가고시를 단체 거부한 것에 대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연합뉴스

1996년에도 재응시·병역법 개정 요구하며 단체 행동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1996년 진행된 의사 국시에서 평균 90%를 넘던 합격률이 전년(64.2%)에 이어 71.8%에 머물며 2년 연속 대량 탈락자가 발생하자, 의대생들은 단체로 수업을 거부하며 거리로 나왔다. 당시 의대생들은 서울 여의도에서 '국시사태 책임자 처벌 및 의학교육 정상화를 위한 예비의료인 결의대회'라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응시생 3000여 명 가운데 900여 명이 탈락한 의사 국시 추가 시험 요구와 한국의사자격국가시험원(국시원) 개편, 의무사관 제도 부활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2년 연속 국시 대량 탈락자가 발생한 것은 문제 출제방향이 잘못된 것이라며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의사국시 불합격 결정처분 취소' 소송도 제기했다. 또 90년까지만 해도 의대 졸업생이 국시에 떨어지면 28세까지 입영을 연기하고 의무사관 제도를 통해 장교로 입영이 가능했는데, 현행 병역법상 불합격자는 입영 연기가 1년에 불가하다며 병역법 개정까지 요구까지 들고 나왔다. 

결국 정부는 의대생과 의사 국시 탈락자들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1995년에 이어 1996년에도 추가 시험 기회를 부여했다. 추가 시험을 통해 합격자가 늘면서 최종 국시 합격률은 1995년 64.2%→85.7%, 1996년 71.8%→95%으로 상향 조정됐다.  

2000년대 들어서도 이같은 상황은 반복됐다. 2000년 의약분업 파동 당시 전국 의대생들은 동맹 휴학을 결의하고 의사 국시를 거부했다. 당시 응시 대상자 3120명 중 시험 응시자는 265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해 12월 의약분업 사태가 마무리되면서 정부는 의사 국시 일정을 1월에서 2월로 연기해 의대생들에게 추가 시험 응시 기회를 제공했다. 그해 의사 국시 합격률은 85.7%를 나타내 상당수 의대생이 구제됐다.

이번 사태에서도 의료계는 여전히 정부에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범의료계투쟁특별위원회(범투위)는 지난 9일 "범의료계 투쟁에 따른 의정 협의체는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구성돼야 한다"며 "현 상황의 원인은 정부에 있으므로 협상 환경의 조성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투위는 "의사 국시 (미응시로 인한) 문제는 내년 한 해 2700여 명의 의사 배출 감소만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지역의료 취약성, 필수의료 문제점,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코로나19 사태 대응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는 이를 국민에게 명백하게 알리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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