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먹통’에 디지털 일상 마비됐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0.11.24 14:00
  • 호수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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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민 83%가 쓰는데 사과 한마디 없어…미국은 10달러 이용권 지급

대한민국이 단 2시간 만에 혼란에 휩싸였다. 11월12일 오전 유튜브에서 영상이 재생되지 않거나 접속이 지연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왔고, 기업의 온라인 행사도 난항을 겪었다. 그러나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은 피해 보상과 관련해 아무런 얘기를 꺼내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로 유튜브에 대한 한국의 의존도와 그 심각성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유튜브 오류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동시에 일어났다. 유튜브 측은 이날 오전 9시23분 트위터를 통해 “시청이 어려운 건 당신만 겪고 있는 현상이 아니다”며 “우리는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 중”이라고 밝혔다. 이후 2시간쯤 뒤인 오전 11시13분에 “문제가 해결됐다. 기다려줘서 감사하다”란 메시지를 띄웠다. 빨간 하트 이모티콘도 추가했다. 별일 아니라는 뉘앙스였다. 반면 온라인 세상은 난리가 났다. 

ⓒ시사저널 포토·freepik
ⓒ시사저널 포토·freepik

기업 행사·광고 마비되고 유료 구독자 울상

삼성SDS는 12일 오전 10시부터 개발자 콘퍼런스 ‘테크토닉 2020’을 유튜브로 생중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접속 장애로 행사가 30분가량 미뤄졌다. 이에 1200여 명의 접속자가 불편을 겪었다. 이번 행사는 사전참가 등록자가 지난해보다 2배 많은 6500명에 이를 만큼 관심이 높았다. 그 밖에 유튜브 기반의 비대면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피해를 보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튜브 유료 이용자도 마찬가지다. 유료 서비스인 ‘유튜브 프리미엄’의 국내 월 구독료는 1만450원. 장애를 일으킨 2시간어치 금액을 계산하면 1인당 약 29원이다. 한국 구독료는 미국·유럽보다 싸고 인도·터키보다 비싸다. 단순히 한국 구독료를 기준으로 전 세계 유료 서비스 가입자인 2000만 명(‘유튜브 뮤직’ 가입자 포함)의 피해액을 추산하면, 산술적으로 5억8000만원에 달한다. 인터넷에선 “양심이 있다면 유료 가입자는 다음 달 결제분에서 차감해 줘라” 등 보상을 촉구하는 의견이 제기됐다. 

광고주인 기업도 유튜브 먹통으로 인한 잠재적 피해자다. 오류가 난 시간 동안 광고가 노출될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는 광고 비용을 산출할 때 CPM(광고 노출 1000회당 비용)을 활용한다. CPM은 유튜브 채널 종류, 콘텐츠 내용, 시청자 특성 등에 따라 제각각이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광고분석업체 실버마우스가 자사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CPM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광고 단가는 3.21달러(3550원)로 조사됐다. 기업 입장에서 광고 노출 1회당 3.5원을 구글에 내야 하는 것이다. 지난해 구글은 유튜브를 통해 약 18조원의 광고 매출을 올렸다. 

네티즌과 기업의 피해에도 구글은 아직까지 보상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로이터가 구글 본사에 유튜브 오류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코리아 홍보 담당자는 시사저널에 “본사가 트위터에 올린 메시지 외에 따로 밝힐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보상 근거 없어…미국은 달라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유튜브 등 부가통신사업자는 4시간 이상 장애가 발생하면 소비자에게 그 사실과 원인, 대응 조치 등을 통보해야 한다. 이후 한 달 이내에 손해배상 절차도 알려야 한다. 이번 장애는 2시간 동안 이어졌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월13일 부가통신사업자의 장애 고지 기준을 2시간으로 강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단 현재로선 유튜브가 서비스 오류에 책임져야 할 법적 근거는 없다. 단 본고장인 미국에선 달랐다. 유튜브는 2018년 10월17일 오전에도 약 90분 동안 세계 곳곳에서 접속 장애를 일으킨 바 있다. 당시에도 구글은 국내의 보상 요구 목소리에 침묵했다. 반면 미국에선 자사의 유튜브TV(유튜브 영상과 미국 채널 80여 개를 TV에서 틀어주는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에게 사과문을 보내고 일주일 무료 이용권을 제공했다. 10달러 수준의 혜택이다. 앞서 그해 7월에도 유튜브TV에서 생중계 중이던 월드컵 경기가 끊기자, 일주일 무료 이용권을 지급했다.  

이번 장애 사태가 유튜브에 대한 의존도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유튜브 이용자는 한국 전체 인구의 83%에 이른다. 또 1인당 월평균 사용시간은 29.5시간이다. 카카오톡(12시간)이나 페이스북(11.7시간) 사용시간을 합쳐도 유튜브가 더 많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지난 9월 20억 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유튜브를 대체할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으로는 네이버TV와 카카오TV, 아프리카TV 등이 거론된다. 단 점유율로 따지면 유튜브의 상대가 안 된다. 2018년 말 국내 구글플레이 모바일 동영상 앱 사용시간 분석 결과 유튜브는 점유율 86%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아프리카TV는 3%, 네이버TV는 1%에 불과했다. 카카오TV는 순위권 밖이었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는 9월 세미나에서 유튜브를 필두로 한 미국의 플랫폼을 ‘디지털 패권’으로 표현했다. 

유튜브 의존을 단번에 분산시키긴 어렵다. 대신 플랫폼들이 구독자를 뺏어오기 위한 수단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 오리지널 콘텐츠다. 1인 크리에이터가 만든 영상을 오리지널 콘텐츠라고 하진 않는다. 이는 통상 플랫폼 사업자가 고비용을 들여 만든 고품질 창작물을 뜻한다. 

2017년 한국콘텐츠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2013년 오리지널 콘텐츠를 먼저 시작한 뒤로 다른 사업자들도 동참하고 있는 중이다. 페이스북, 애플, HBO 등도 독점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튜브도 2016년부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 플랫폼도 승부수를 띄웠다. 최근 웹예능 《가짜사나이2》가 유튜브를 떠나 카카오TV와 왓챠에서 공개된 것은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편 11월12일 발생한 유튜브 장애와 관련해 전 세계에서 1시간도 안 돼 28만 건의 사용자 접속장애가 보고됐다. 인터넷 서비스 중단 감시 사이트 ‘다운디텍터(DownDetector)’가 집계한 기록이다. 구글에선 ‘youtube down(유튜브 중단)’이란 단어의 검색량이 한국 시간 기준 당일 오전 10시에 급증했다. 해당 단어는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호주 등에서 상위 검색어에 올랐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네이버에서 12일 오전 9시47분 검색어 ‘유튜브 오류’는 전체 검색 순위 1위에 올랐다. 10시쯤에는 유튜브 관련 검색어 4개가 10위권에 포함됐다. 구독자 64만 명인 한 이슈 전문 유튜버는 “그야말로 디지털 일상이 마비됐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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