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대통령의 소통
  • 소종섭 편집국장 (jongseop1@naver.com)
  • 승인 2020.11.30 09:00
  • 호수 162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글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불통’ 얘기가 나올 흐름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을 강력 비판하며 등장한 정권의 대통령이 다시 그런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아이러니입니다. 문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 “고통받는 국민들 곁에 대통령은 언제나 부재중이었다. 오직 국민 위에 군림하는 ‘불통 대통령’만 있었을 뿐이다”고 ‘불통’을 정면으로 비판했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리의 택시운전사》를 쓴 홍세화 사회운동가가 지난 11월19일 한겨레에 기고한 칼럼이 논란을 부르며 화제가 됐습니다. 칼럼 제목은 ‘우리 대통령은 착한 임금님’이었습니다. 기자협회보 통계를 인용해 “역대 대통령의 직접 브리핑과 기자간담회를 합친 횟수는 김대중 150회, 노무현 150회, 이명박 20회, 박근혜 5회, 문재인 6회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닮았다. 불편한 질문, 불편한 자리를 피한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은 대통령보다 임금님에 가깝다”고 썼습니다. 최승호 뉴스타파 PD(전 MBC 사장)는 이 칼럼을 공유하며 “대통령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청와대 홍보라인이 대통령이 국민과 가까워지도록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닮았다는 분석이 나온 지는 꽤 됐습니다. 심리학자인 황상민 박사(전 연세대 교수)가 2012년에 펴낸 《정치심리극장》에서 ‘남자 박근혜’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당시 황 박사는 문 대통령이 대중의 마음속에 ‘남자 박근혜’ 같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문재인·박근혜는 후광을 받을 수 있는 배경은 있지만, 대중이 공감할 만한 뚜렷한 정치적 목표나 입장은 없다는 데에 공통점이 있다. 정치지도자로 활동한다고 해도 자신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또 할 수 있는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그리고 두 사람은 어떤 주어진 정치적 과제나 시대적 소명이 있다면 그것을 운명처럼 잘 따를 것 같다. 하지만 스스로 동력을 만들어내서 어떤 일을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한동안 잠잠했었는데 최근 다시 ‘남자 박근혜’ 얘기가 나오는 것을 청와대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집권 4년 차에 왜 이런 비판이 불거지는지 성찰과 반성이 필요합니다.

대통령의 소통이 ‘언론과의 소통’만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참모와의 소통, 국무위원들과의 소통, 지인들과의 소통, 여야 정치인들과의 소통…. 그러나 이런 부분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밤에 누구를 만나는지 알 수가 없다”는 말도 나옵니다. 문 대통령이 사람을 만나기보다 책을 읽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도 정치권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입니다. 수시로 젊은 참모들과 토론을 즐겼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확실히 달라 보입니다. 사람을 만나야 생생한 민심을 체감하며 현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텐데 문 대통령은 왜 소통하는 데 저어하는 것일까요.

소통 소홀은 잘못된 상황 판단을 불러오기 십상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잘못된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소수의 측근들에 둘러싸이는 인의 장막이 생길 위험성도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했습니다. 소통 대통령이 되겠다는 선언이었는데 현실은 어떠한지 되돌아볼 때입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