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사찰’ 논란, 검찰 수사정보정책관실의 흑역사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0.12.0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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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 국정원’으로 불렸던 범정, 정보 기능 축소됐지만 여전히 논란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직무정지 명령을 내린 후 대검찰청의 모습 ⓒ이종현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직무정지 명령을 내린 후 대검찰청의 모습 ⓒ이종현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 사유 중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게 ‘재판부 사찰 의혹’이다. 대검찰청 감찰부는 주요 사건 판사들의 신상정보 관련 문건을 작성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의혹을 반박하기 위해 수사정보정책관실(현 수사정보담당관실)이 작성한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에서 ‘정보 조직’인 검찰 수사정보정책관실은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꼽혔다. 수사정보정책관실은 예전부터 유력 정치인 ‘사찰’ 논란 속에 지속적으로 축소돼 왔다. 수사정보정책관실의 뿌리는 1961년 4월에 출범한 ‘대검 중앙수사국’이다. 이때 수사과, 사찰과, 특무과, 서무과 등 4개의 과가 설치된다. 이후 1973년 특별수사부로 이름이 바뀌면서, 대통령의 하명 사건 등을 담당하면 힘을 키워나갔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들어선 노태우 정부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이 과정에서 검찰은 급성장한다. 강력사건과 비리사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갈수록 여론이 집중되는 사건이 ‘공안사건’에서 ‘비리사건’으로 옮겨가는데, 이 중심에 ‘대검 중수부’가 있었다. 1990년 이후 대검 중수부에는 ‘대한민국 모든 정보가 모이는 곳’이 된다. 1995년 대검 중수부 산하에 범죄정보과가 설치된다. 본격적인 범죄정보 수집 기구가 만들어진 것이다.

1999년 1월에는 대검 중수부의 범죄정보과를 확대, 독립해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이 설치됐다. 일명 ‘범정’이라고 불린 이 부서는 부정부패·경제범죄사범·공안 등 범죄정보 수집 등을 본격적으로 했다. 범정은 대검 중수부와 공안부가 나눠 맡았던 정보 수집 기능을 한 손에 쥐면서 새 요직으로 떠올랐다. 

직제상으로는 대검 차장 직속이지만, ‘검찰 내 국정원’이라 불리며 사실상 검찰총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총장 직속기구’ 성격으로 존재했다. 이 때문에 총장 하명사건을 수사하는 대검 중수부와 함께 총장 권한을 지탱하는 양축으로 불렸다. 하지만 범정은 시설된 이후 각종 사찰 논란을 낳았다.

범죄정보 뿐 아니라 정치인, 기업인, 고위관료 등에 대한 개인정보와 첩보까지 수집하면서 ‘정치사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범정은 검찰개혁의 중요한 과제로 꼽혀왔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대검 중수부 폐지에 이어 범죄정보기획관실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조직이 없어지지는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범정은 검찰개혁 대상에 올랐다. 이번 정부에서 임명된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취임과 함께 대검 범정을 해체했으며, 범정을 수사정보정책관실로 개편했다.  당시 문 전 총장은 “정보수집을 하는 건 좋은데 일반정보는 수집하지 않고, 수사에 국한하여 수사정보만 다루고 수집하자는 취지에서 이름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일반정보는 ‘동향조사’ 등의 사찰을 뜻한다. 그런데 윤 총장 직무정지 사태 과정에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수사정보가 아닌 재판부 동향 문건이 공개됐다. 문건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사건과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정치 사건을 재판 중인 판사들의 정치적 성향, 가족관계, 취미, 성격 등의 정보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논란에 더욱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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