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2인자’ 김여정, 예상깨고 강등…김정은의 전략?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1.1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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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총비서 추대, 김여정은 정치국 후보위원서도 빠져
김여정 급부상에 속도 조절…대남·대미 라인도 조정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연합뉴스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됐다. '2인자'로 입지를 굳혀가던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은 예상을 깨고 강등 처분됐다. 김 위원장이 김여정 급부상에 대한 여론을 인식해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11일 전날 열린 8차 당대회 6일차 회의 내용을 전하며 "당 제8차 대회는 김정은 동지를 조선노동당 총비서로 높이 추대할 것을 결정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김정은의 당내 공식 직함은 집권 초기 제1비서에서 지난 2016년 위원장, 이번에는 총비서로 바뀌었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부여했던 정치적 상징인 '총비서' 직책을 김 위원장이 맡게 되면서 노동당 최고지도자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앞서 북한은 2012년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일을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하고, 같은 해 최고인민회의에서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헌법에 명시했으나 지난해 개정 헌법에서는 김정일을 김일성과 함께 '영원한 수령'으로 명시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김정은의 입' 역할을 맡으며 승진이 유력하게 점쳐졌던 김여정의 강등이다. 김여정은 기존 정치국 후보위원에서도 빠졌고, 당 부장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김 위원장이 대남·대미 업무에서 성과가 부진했던 것에 대한 책임을 묻고, 2인자로 급부상 한 김여정 입지에 대한 전략적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정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여정이 '위임통치를 맡았다'고 언급하고 "위상에 걸맞는 직책을 맡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국내 뿐 아니라 외교가에서는 김여정이 실질적 2인자 역할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쏟아졌는데, 이런 점이 김 위원장에 부담을 주고, 여론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가 김여정에 대한 '문책성' 의미가 있다 하더라도, 다시 정치국 후보위원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여정이 이번 당 대회 첫날인 지난 5일 다른 정치국 후보위원들과 함께 주석단 제2열에 앉은 모습이 포착된 것을 보면 그가 가진 정치적 위상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김여정이 강등된 것과 반대로 김 위원장의 최측근인 조용원은 요직을 도맡으며 북한 내 '권력 서열 5위'로 올라섰다. 조용원은 정치국 상무위원에 선출돼, 상무위원회는 김 위원장과 기존 최룡해·리병철·김덕훈·조용원 등 총 5명으로 구성됐다. 

또 조용원은 당 중앙위원회 비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도 임명돼 조직 비서 직책을 꿰찼다. 

오일정 당 부장은 당중앙위 위원에서 정치국 위원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오일정은 빨치산 1세대이자 김정일 후계체제의 일등공신인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1995년 사망)의 3남이다.

한편 기존 정치국 상무위원이었던 박봉주 당 부위원장은 모든 당 직책에서 물러났고, 정치국 위원이었던 최부일 군정지도부장은 모든 당 직책에서 빠졌다.

대미·대남라인 인사들의 이동도 눈에 띈다. 대미 라인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됐다. 대중 외교를 담당해 온 김성남 당 국제부 제1부부장이 당 부장으로 임명됐고, 리선권 외무상은 정치국 후보위원 자리를 유지했다.

대남 문제를 총괄했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이 당 비서에서 제외되고 당 부장에만 이름을 올렸다. 북한이 대남 담당 비서를 없애고 당 부장만 둔 것으로 추정된다. 대남 담당이었던 장금철 당 통일전선부장은 부장단 명단에 빠졌다.

북한은 기존 10명이었던 당 부위원장을 7명 구성의 당 비서 체제로 줄였다. 인물 면면을 보면 대남과 외교 담당을 없앤 것으로 보인다. 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5명이며, 위원은 상무위원을 포함해 19명, 후보위원은 11명이었다. 당 중앙위원회 위원은 138명, 당 중앙위 후보위원은 111명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일 평양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가 개막했다고 1월6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월6일 평양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가 전날 개막했다고 보도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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