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라기는 부는 걸까, 누르는 걸까 [최보기의 책보기]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thebex@hanmail.net)
  • 승인 2021.01.12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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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1》ㅣ김나연 외 8인 지음ㅣ싱긋 펴냄ㅣ320쪽ㅣ1만8000원

영화 《관상》에서 조선 최고 관상가 내경(송강호 분)이 ‘수양대군은 왕이 될 관상이 아니다’고 했다가 왕좌를 차지한 세조에게 횡액을 당한 후 내뱉는 대사가 있다. “나는 사람의 모습만 봤을 뿐 시대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만 본 것이지. 바람을 봐야 하는데.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데”다. (김동완 지음 《운명을 바꾸는 관상 리더십》 중)

이는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가 가장 안전하나 그것이 배의 존재이유는 아니므로 거친 대양에 나선 것이라면, 선장은 파도를 보지 말고 바다를 봐야 육지에 닿을 수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자고로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도 발밑을 보지 말고 하늘을 봐야 한다. 인내천(人乃天)ㅡ국민이 곧 하늘이므로.

19세기가 제국의 시대, 20세기가 국가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도시의 시대다. 1800년 3%에 불과했던 도시화율은 2008년 50%를 넘었고, 2040년에는 65%에 이를 전망이다. 1975년 3개였던 인구 1000만 명 이상 메가시티는 2025년에 29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도 1주일에 약 1300만 명이 도시로 이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전정환의 트렌드(일상의 변화 추세) 분석서 《밀레니얼의 반격》의 키워드는 로칼(Local)과 크리에이티브(Creative)다. 20세에서 40세까지 청년층, 밀레니얼 세대들이 ‘도시를 탈출해 지방으로 가서 창조적 경제활동에 올인 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급격한 도시화 추세 속에서 관성적 라이프 스타일을 혁신하려는 이들의 도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1》은 이노션 인사이트 전략팀 소속 9명의 마케팅 전문가들이 2021년 변화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일상, 놀이, 세상, 마케팅’ 등 네 분야로 구별해 분석한 책이다. 당연히 코로나19가 야기한 조용한 트렌드 변화까지 포함돼있다. 이노션 인사이트는 중장기 브랜드 마케팅 전략 컨설팅 전문기관이라 트렌드 분석과 예측에 실패하면 조직의 존립도 어려운 특성이 있다. 2021년의 트렌드는 대략 이렇다고 한다.

‘전지적 자기관리’ 시대가 도래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오프라인 축소, 온라인 확대 추세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급변하는 온라인 환경에서 올바른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는 외모, 체형, 이미지를 넘어 공간, 디지털 라이프, 감정, 의지까지 관리해야 한다. ‘추천 알고리즘’을 간파하지 못하면 주체적 소비 대신 남이 시키는 대로 지갑을 열게 된다. ‘스마트 카피캣’ ‘인싸’ 같은 용어를 모르면 시장에 뛰어들 생각을 아예 접어야 한다.

‘소환놀이’가 흥행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이 놀이가 ‘한 물 간 가수 비’를 다시 정상에 올려놓았는데 그의 노래 ‘깡’으로 인한 ‘깡 신드롬’이 생겼고, 밈(Meme, 모방과 복제)의 홍수 속에 ‘1일 1깡’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영화에서 주연배우보다 조연배우가 더 관심을 받는, 영화가 다 끝나고 보여주는 쿠키영상이 영화 못지않게 인기를 끄는 서브 콘텐츠 전성시대가 왔다. 이 콘텐츠들을 실어 나르는 상인들은 ‘디지털 보부상’들이다.

2021년 새로운 트렌드를 이야기하는데 유독 우리말로 풀어 쓰면 더 어색할 외래어와 신조어가 많이 등장한다. 새로운 트렌드의 특징을 간명하게 대변한다. 하여튼 이제 ‘호루라기를 분다’고 하면 틀리고 ‘호루라기를 누른다’고 해야 맞는 시대인 것은 분명하다. 지피지기 백전불퇴(知彼知己 白戰不退)라고 추세의 변화를 알아야 실패할 확률도 낮다. 더구나 이 어려운 코로나 시국에.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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