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 김여정마저 책임 물은 김정은의 속내는?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1.01.1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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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대북 정책 불만 표시…‘그림자’ 조용원 실세로 급부상
2018년 4월27일 오후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을 나와 판문각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2018년 4월27일 오후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을 나와 판문각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1월5일부터 12일까지 열렸던 북한 노동당 8차 당대회는 김정일 때 있었던 총비서 체제를 부활시킨 것 외에 관료들의 세대교체, 외교라인 문책과 관련한 인사가 눈에 띤다. 정치국 상무위원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박봉주의 퇴진은 세대교체뿐만 아니라 경제 라인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도 해석된다. 내각 총리와 국무위 부위원장을 맡았던 박봉주는 국제사회 제재 속에서도 북한 경제를 이끈 사령탑 역할을 해왔다. 그런 그가 이번에 물러났다는 것은 북한 정부 주도하의 경제개발 계획이 생각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평가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정치국위원으로 활동한 최부일의 퇴진 역시 세대교체 성격이 짙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유년시절 각별한 인연을 바탕으로 최부일은 군 제1부총참모장 겸 작전국장·인민보안상·당 군정지도부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이번 인사에서 외교 및 대남라인은 위상이 크게 줄어들었다. 외교·대남정책을 책임지는 당중앙위 국제부장, 통일전선부장 모두 상위직책인 당중앙위 비서에 올라가지 못한 것이다. 싱가포르와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었던 김영철은 통일전선부장에만 간신히 이름을 올렸다. ‘목구멍 냉면’ 발언을 한 리선권 외무상 역시 정치국 후보위원 중 가장 나중 호명됐다. 김영철을 뛰어넘는 위상을 과시했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당중앙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됐다.

 

김여정 대남 성명 봐선 실권 여전하다는 분석도

김 총비서 친동생인 김여정도 종전 당중앙위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강등됐다. 뿐만 아니라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서도 물러난 것으로 확인됐다. 김여정의 이러한 위상 변화는 1월13일 대남 담화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김여정은 “남조선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10일 심야에 북이 열병식을 개최한 정황을 포착했다느니, 정밀추적중이라느니 하는 ‘희떠운 소리’를 내뱉은 것은 남조선 당국이 품고 있는 동족에 대한 적의적 시각에 대한 숨김없는 표현이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여정의 위상 변화에 대해선 대북전문가들마다 판단이 엇갈린다. 손기웅 전 통일연구원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에 맞춰 화해의 메시지를 들고 남쪽으로 내려 보낸 여동생마저 직책을 강등시켰다는 것은 우리 정부에 대한 불만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밝혔다. 손 전 원장은 그러면서 “대남·대미라인들은 죄다 강등시키면서 김여정 직책만 그대로 유지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에 김여정이 개인명의의 대남담화를 낸 것으로 봐서 실권까지 완전히 빼앗겼다고 보긴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대회 주석단에 앉은 모습이나 당대회 집행부 39명 중 20번째로 이름이 불린 것으로 봐선 실권이 전혀 없어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손 전 원장도 “이번 당대회를 통해 서기국 위상이 올라간 걸로 봐서 김여정에게 차기 권력을 만드는 ‘킹메이커’ 역할이 주어졌거나 아니면 대남·외교·공안업무를 총괄하는 북한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맡겼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성장 윌슨센터 연구위원 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결정하면 김여정은 언제든지 정치국 후보위원이나 위원직에 선출될 수 있고 김정은의 공개 활동을 상시적으로 보좌하고 있기 때문에 공식 지위가 갑자기 높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1월1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주재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지난해 1월1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주재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는 조용원이다. 1957년생을 추정되는 조용원은 5인으로 구성된 북한 최고 권력기구 당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에 뽑혔다. 조용원은 지난 2년 간 김 총비서의 공개 활동 시 가장 많이 수행했던 인물이다.

현재 노동당 3대 핵심기구인 당중앙위 정치국‧비서국‧당중앙군사위에 모두 이름을 올린 이는 김 총비서를 빼고 조용원과 리병철 단 두 명뿐이다. 우리 정보당국은 북한 관영매체들이 1월13일 8차 당대회에서 선출된 새 지도부가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것을 소개하면서 조용원이 서열 2위인 최룡해 다음으로 호명된 것을 근거로 그를 국가서열 3위로 보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참배에 동행한 당 정치국 상무위원들을 최룡해·조용원·리병철·김덕훈 순으로 호명했다. 당시 참배 현장에서 조용원은 김 총비서 바로 오른편에 서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임을출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조용원 중용은 실무능력을 우선시하는 김정은의 파격적인 인사스타일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용원-김재룡이 노동당 핵심 라인

2014년 12월 김 총비서의 평양어린이식료품공장 현지지도 때 처음 모습을 드러낸 조용원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김 위원장의 대외 활동이 뜸했던 지난해에는 3월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 참관 행사를 비롯해 모두 다섯 차례 대외 행사에 참석했다. 당 조직지도부는 주요 인사 및 고위간부들에 대한 검열권을 가진 핵심 부서다. 총괄책임인 당 조직지도부장에는 당초 김여정이 거론됐지만 예상을 뒤엎고 김재룡 전 총리가 임명됐다. 그 위 조직담당 비서가 조용원이다. 정성장 선임연구위원은 “김재룡은 지난해 연말 김정은이 주재해오던 정치국 회의 사회를 맡은 바 있으며, 당대회 참가 대표자들에게 대표증을 수여하기도 해 조만간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번 당대회에선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김수길에서 권영전으로 교체됐다. 또 인민무력상이라는 명칭이 국방상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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