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머스크 한마디에 주가 요동…가상화폐까지 흔들까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1.1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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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트윗에 주가 폭등하는 ‘나비효과’ 확인
가상화폐 시장도 요동…파급력 더 커질 듯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9일 워싱턴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손 끝'에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 들어 전 세계 부호 1위 자리까지 꿰찼던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면서, 최근에는 머스크가 올린 짧은 트윗 하나에 기업 주가가 수백 배 치솟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머스크의 말과 행보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가상화폐 시장까지 뒤흔드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그 '시그널'이 아닌데…주가 폭등"

14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일본 증시에서는 게임업체인 반다이남코 주가가 직전 거래일 대비 4.35% 상승해 9384엔에 거래를 마쳤다. 뚜렷한 상승 재료가 없던 상황에서 난데없이 '머스크의 나비효과'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머스크가 자신의 트위터에 일본 캐릭터의 밈(meme·온라인에서 재생산·복제되거나 유행하는 패러디물)을 올렸고, 이 때문에 해당 캐릭터를 만든 반다이남코 주가가 뛰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반다이남코 '아이돌마스터' 시리즈의 캐릭터 사진을 올렸다. 머스크는 이 사진과 함께 'You're gonna make it(넌 해낼거야)' 등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는 글을 게시했는데, 이를 본 투자자들이 '머스크의 언급=호재'로 인식해 주식 매수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머스크의 파급력은 이보다 앞선 지난 11일 해프닝에서 더욱 확실히 확인됐다. 머스크는 지난 7일 트위터에 "시그널을 사용하라"라는 짧은 메시지를 올렸다. 이는 개인정보 보호정책과 이용약관 개정을 발표한 페이스북의 메신저 왓츠앱 대신 암호화된 메신저앱인 '시그널'을 사용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를 본 투자자들은 곧장 주식시장으로 옮겨가 '시그널'이란 기업을 찾기 시작했고, 텍사스주에 있는 장비 제조사인 '시그널 어드밴스'의 주식을 '묻지마' 매수했다. 

이에 11일 뉴욕 장외주식시장에서 시그널 어드밴스의 주가는 무섭게 치솟기 시작해 한때 70.85달러까지 올랐고,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 38.7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머스크가 트윗으로 이 회사를 언급하기 전인 6일 주가는 60센트에 불과했다. 장외시장에서 거래량이 전무하거나 미미한 날이 대부분이었던 이 회사 주식은 그날 하루에만 232만 주 넘게 거래됐다. 

마켓워치는 머스크의 트윗 이후 시그널 어드밴스의 주식은 무려 5600%이상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해프닝으로 시작된 이 회사의 주가는 이후 매도세가 나오며 하락을 거듭해 14일 기준 11.5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지만, 여전히 '머스크 나비효과'가 있기 전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머스크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는 데다 트위터 팔로워 4200만 명을 거느린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그의 한 마디가 던질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머스크는 테슬라의 실적과 이에 따른 주가 변동으로 한때 전 세계 부자 1위에 까지 오르는 등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포브스는 지난 8일 머스크가 테슬라 주가 급등에 힘입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를 제치고 전 세계 부호 순위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후 주가 하락으로 사흘 만에 재산이 135억 달러 증발, 1720억 달러가 되면서 다시 2위로 내려오긴 했지만 최고 부호 반열에 오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비트코인 시세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지만 제어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상화폐 시장이 거대한 도박판으로 변질된 모습이다. 투자자들의 큰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 사진=Pixabay
비트코인 시세가 한때 4만 달러를 돌파하는 등 2021년 들어 연초부터 상승 랠리를 펼치고 있다. © 픽사베이

'풍자'냐 '관심'이냐…가상화폐도 요동 

이 때문에 머스크가 향후 가상화폐 시장도 뒤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머스크는 가상화폐에 대해 "대단한 시장"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급등세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펼치며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를 언급한 발언이 금융투자시장에서 정반대로 해석되기도 하는 등 여러 분석을 낳으며 '현재진행형'이다. 

정확한 의중을 알 수 없는 와중에도 그가 가상화폐를 언급한 것 만으로도 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지난해 12월20일(현지 시각) 머스크는 비트코인을 대량 매수한 것으로 알려진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CEO에게 대규모 거래를 비트코인으로 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이에 세일러는 "달러 대신 비트코인으로 거래하면 주주에게 돌아갈 혜택이 1000억 달러 정도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후 머스크는 자신이 가장 관심있는 코인이라고 소개한 바 있는 도지코인을 뜻하는 게시물을 올리면서 프로필을 '전 도지코인 CEO'로 바꿔놓기도 했다. 비트코인보다 도지코인이 더 믿을만 하다는 일종의 풍자가 들어간 게시물이었다. 

도지코인은 2013년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이를 풍자하기 위해 일본의 대표 견종인 시바견의 인터넷 밈을 새겨 만들어진 코인이다. 그러나 투자시장에서는 머스크의 글을 또 다시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머스크가 도지코인을 언급한 날 도지코인 시세는 20% 이상 급등하며 시총이 6억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후 머스크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4월에는 트윗에 '이더리움(시종 기준 2위 암호화폐 시장)'이란 한 단어를 올렸고, 이더리움 창시자와의 대화까지 이어지자 당일 암호화폐 시세는 일제히 급등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올 들어 4만 달러까지 돌파하는 등 랠리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던 머스크의  가상화폐 또는 블록체인 기술 시장 진출에 대한 움직임이 감지될 경우 시장에 또 다른 파고를 만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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