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1년, 그리고 그후
  • 김재태 편집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2.01 09:00
  • 호수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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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이 흘러 여기까지 왔다. 국내에서 첫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꼬박 1년이 지났다. 처음 코로나19 소식이 들려왔을 때만 해도 이 감염병 공포가 이처럼 오래 이어질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지인들과 했던 그때 그 봄의 약속이 미뤄지고 또 미뤄져 여태까지 이뤄지지 못할 줄은 정말 몰랐다.

코로나19의 시간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것은 의학에 밝지 못한 일반인만의 얘기는 아닌 듯하다. 힌 감염병 전문가는 1년 전 코로나19 시작 단계에서 만났던 의료인들조차도 이 정도 팬데믹(대유행)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SNS를 통해 고백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감염병은 항상 예상을 뛰어넘기 마련”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의 발언처럼 코로나19는 예상을 뛰어넘어 1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넘어섰고, 그 긴 시간만큼 혹독한 생채기를 우리 사회 곳곳에 남겼다. 많은 사람이 감염돼 고통을 겪었고 그중 일부는 소중한 목숨을 잃기까지 했다. 거기에 더해 경제가 흔들리면서 민생의 시름 또한 한없이 깊어졌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그 긴 시간은 다른 한편으로 그동안 우리에게 통찰하고 반성할 기회가 많았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나타난 오류들을 통해 숨어 있는 위험들을 찾아내고 해결해 나가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충분히 축적할 시간이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최근 일부 종교단체 관련 시설에서 잇따라 나온 대규모 집단감염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방역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 적지 않음을 드러내는 것 같아 매우 염려스럽다. 실수나 실책은 누구나 저지를 수 있다. 하지만 그 잘못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채 같은 일을 반복한다면 그것은 그냥 ‘무능’일 뿐이다.

1월11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3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가운데 정치권에서 4차 지원금 논의가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1월11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3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가운데 정치권에서 4차 지원금 논의가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코로나19 1년, 이제는 솔직해져야 할 시간이다. 방역에 대해 솔직하고, 백신에 대해 솔직하고, 재난지원금에 대해 솔직해져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가장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민생 취약계층에게 더 솔직해져야 한다. 그동안 잘못하거나 미진했던 것이 있었다면 반성하고 그것을 만회할 방안을 찾아서 내놓아야만 한다. 그러러면 최근 정부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영업 제한 손실보상제’에 가장 적절하고 체계적인 방안이 담길 수 있도록 ‘공감’과 ‘효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관련 법·제도가 수요자를 만족시키고, 어디서든 실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내용을 촘촘히 구성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치적 판단을 벗어나 철저하게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민하면 다수가 공감하고, 다수에게 효율적인 법·제도는 훨씬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나라는 누가 말한 ‘기재부의 나라’도 아니고, 청와대의 나라도 특정 정당의 나라도 아닌 국민 모두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2월 입법을 위해 국회에는 현재 10여 개의 자영업 손실보상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고 한다. 그 법안들에 지난 1년간 축적한 데이터나 현장의 목소리, 쓰라린 경험들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는다면 그 또한 이미 익숙하게 보아왔던 ‘무늬만 법’에 그칠 수 있다. 지난 1년간 우리가 땀과 눈물로 버텨낸 시간이 그런 졸속으로 허무하게 얼버무려져서는 안 된다. 지난 1년 동안 우리가 잃어버리고 희생했던 것들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진정으로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지, 또 그 아픔을 제대로 치유할 의지를 갖고 있는지 지켜보는 눈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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