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軍, 페이스북 차단…쿠데타 저항 움직임 ‘무력화’
  • 서지민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2.0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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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국민 절반 이상 사용하는 ‘페이스북’
페이스북 통한 ‘쿠데타 반대’ 움직임 막으려는 조치인 듯
2월4일 미얀마 양곤시에서 한 시민이 페이스북 접속을 확인하고 있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오는 7일까지 미얀마 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 메신저 서비스의 접속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지난 1일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의 군사정부가 미얀마 내 페이스북 접속을 차단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쿠데타 저항 움직임이 결집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4일 외신에 따르면, 국영통신사 MPT를 비롯한 미얀마 내 인터넷 업체들이 이날 오전부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 메신저 서비스의 접속을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통신부도 전날 밤 온라인 안내문으로 “페이스북이 오는 7일까지 접속이 차단될 것”을 알려 왔다. 

정보통신부는 페이스북 접속 차단 이유로 “국가 안정에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가짜뉴스와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네트워크 모니터링 단체인 넷블록스(Netblocks)도 현재 미얀마 내에서 국영 MPT가 제공하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 메신저 서비스가 제한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얀마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텔레노르 측도 성명을 통해 다른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페이스북 접속을 차단하라는 지침을 받았고, 이를 이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텔레노르는 “정부 명령이 미얀마 법률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이번 요청이 국제인권법에 부합하는 필요성에 근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적 입장을 냈다.

2월3일 미얀마 양곤시에서 SNS에서 글이 올라온 후 한 시민이 그릇을 맞부딪혀 소리를 내고 있다. ⓒAFP=연합뉴스
2월3일 미얀마 양곤시에서 SNS에서 글이 올라온 후 한 시민이 그릇을 맞부딪혀 소리를 내고 있다. ⓒAFP=연합뉴스

군정의 이번 조치는 시민들의 쿠데타 저항 운동을 전면 봉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에서 페이스북은 인구 5400여만 명 중 절반 이상이 사용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SNS다. 

이에 시민 저항 움직임은 주로 페이스북을 통해 이뤄지고 있었다. 지난 2일 오후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이뤄진 ‘오후 8시 자동차 경적 울리기·냄비 두드리기’ 시위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급속히 전파하면서 가능했다. ‘미얀마 시민불복종운동’ 페이스북 페이지는 이날 오전 19만 명 이상이 팔로우하고 있다.

미얀마 시민들은 SNS 통해 적극적으로 항의 의사를 표출하고 있다. 시민들은 세이브 미얀마(#SaveMyanmar), 미얀마는 민주주의를 원한다(#Myanmar_wants_Democracy) 등의 해시태그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또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집권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당의 상징색인 빨간 색으로 된 리본을 SNS 게시물에 올리고, 집에서 촛불시위를 하는 동영상도 올라왔다.

한편 군정은 지난 2일 밤 쿠데타 저항 움직임에 대해 “폭동과 불안정을 조장하며 소셜미디어에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매체나 개인은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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