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애플카’ 보도, 개미 투자자만 큰 손해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1.02.0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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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정쩡한 현대차그룹 대응도 논란 부추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30일 한국판뉴딜 7번째 현장으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방문, '친환경 이동수단, 깨끗하고 안전하게'라는 주제로 열린 미래차 전략 토크쇼를 마친 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자율주행 기반 공유형 이동수단 콘셉트카인 현대모비스의 'M.비전S'를 시승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30일 한국판뉴딜 7번째 현장으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방문, '친환경 이동수단, 깨끗하고 안전하게'라는 주제로 열린 미래차 전략 토크쇼를 마친 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자율주행 기반 공유형 이동수단 콘셉트카인 현대모비스의 'M.비전S'를 시승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현대차·기아의 ‘애플카 개발’ 논란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관련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전기차 개발을 위한 현대차·기아와의 논의를 최근 중단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현대차·기아 역시 8일 공시를 통해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전기차 등 미래차 부품을 생산하는 현대차그룹 산하 현대모비스도 같은 내용으로 공시했다.

이번 논란은 관련 사실이 논의 단계에서 섣부르게 언론으로 새어나가면서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준 사례로 보여진다. 애플카는 지난해 로이터 통신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다”고 보도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2014년 ‘프로젝트 타이탄’이라는 차량 프로젝트를 가동했던 애플은 다른 분야에 집중하다가 2019년부터 다시 속도를 냈다.

그랬던 것이 지난달 초 한국경제TV가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 이른바 ‘애플카’를 현대자동차그룹과 공동으로 개발하기 위해 현대차·기아 미국 공장 가운데 한 곳에서 생산 및 개발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한 층 높였다. 이 뉴스를 CNBC 등 외신들이 재보도하자 관련 주가는 폭등했다. 물론 당시에도 현대차·기아는 각각 공시를 통해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면서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배런스는 한발 더 나아가 “애플카는 현대 E-GMP를 기반으로 미국 공장에서 생산될 것이며 현대모비스가 일부 부품의 생산 개발을 맡게 된다. 향후 애플의 협력업체는 GM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3일 동아일보는 “기아가 애플카 프로젝트를 맡고, 생산은 미국에 있는 기아의 조지아공장에서 이뤄진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심지어 다른 국내언론들은 “2월17일 본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있으며, 생산대수가 초기 연간 10만 대에서 40만 대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앞다퉈 보도했다.

애플 입장에선 이러한 뉴스가 지나치게 앞서나갔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현대차·기아가 공시를 통해 공식적으로 해명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현대차·기아의 처신도 논란이다. 관련 뉴스가 보도됐을 때 현대차·기아는 공시를 통해 애플차 개발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지만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협력 요청을 받은 것은 사실은 있다”고 말해 애플과의 협상이 진행되는 듯한 늬앙스를 풍겼다. 개미 투자자들이 관련 주식 매수에 서둘러 나선 것은 현대차그룹의 이러한 처사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블룸버그는 5일 양사간 논의 중단 소식을 전하면서 “수년간 개발 프로젝트와 공급 업체에 대한 정보를 비밀에 부쳐왔던 애플이 전기차 관련 논의 소식이 알려지자 화가 났을 것”이라면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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