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밖에서 길을 찾는 사람들 [최보기의 책보기]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thebex@hanmail.net)
  • 승인 2021.02.0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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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뉴 로컬생활》ㅣ최아름, 조아신 외 지음ㅣ스토어하우스 펴냄ㅣ444쪽ㅣ2만2000원

2년 전 설에 멀리 남해안의 고향 섬에 갔었다. 육지와 가까운데다 반농반어가 가능했던 섬의 크기 또한 작지 않아 과거 산업화 전에는 인구가 3만 명에 육박했던 곳이다. 10년 전에는 육지와 다리로 연결돼 이전에 배를 타고 가야 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교통 편의와 문화 변혁도 일어났다.

섬 중심부에 이르자 도로변에 내 건 현수막 세 개가 눈에 띄었다. 두 개의 현수막은 섬 출신 인재가 수도 서울에서 높은 관직을 얻어 출세한 것을 축하하는 것이었다. 이런 류의 현수막은 도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라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나머지 하나 현수막은 눈으로 직접 목격하기는 처음이었던 바, ‘00부락 모 부부 따님 출산’을 축하하는 것이었다. 요즘 절체절명의 이슈인 ‘지방소멸’을 실감케 하는 현수막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그 섬의 인구는 전성기 6분의 1인 5000명 내외로 줄었다. 그나마 대부분이 자식들을 모두 도회지로 내보낸 고령층 인구다. 섬 자체가 고령화 국가의 미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점점 퇴락해가는 마을마다 한 집 걸러 한 집이 빈집으로 널려있고, 지방자치단체의 어르신 복지예산이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수도 서울에서 지방으로 돈을 내려 보내면 일주일 안에 80% 이상이 다시 서울로 되돌아온다는 어느 경제학자의 말처럼 전체 인구의 절반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몰려 살고 있다. 그러니 지방에는 빈집이 처치곤란이 되고 있는데 서울의 어떤 아파트들은 수십억원을 주고도 살 물건이 없다고들 난리다. 이런 기형적이다 못해 해괴망측한 일들을 여기서 더 거론하는 것은 지면낭비에 불과하다.

일전에 지방 도시에 있는, 역사가 상당히 깊은 사립 대학교의 교수를 만났는데 그의 수심도 마찬가지로 깊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폐교가 진행된다’는 ‘벚꽃 엔딩’이 현실화되고 있는 탓이었다. 대화 중에 그가 지방으로 내려올 것을 권하면서 ‘서울 사람들이 경제적 수입을 이유로 지방을 꺼린다. 그러나 서울에서 살았다는 경험 자체가 지방에 내려오면 경쟁력이 된다’는 논리를 펼치는데 꽤 설득력 있게 들렸다. 폭넓은 시야와 인적 네트워크를 잘만 활용하면 할 수 있는 일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었다.

《슬기로운 뉴 로컬생활》은 바로 이를 실천에 옮긴 사람들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다. 수도권 사람들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관념을 벗어난 도전들이라 ‘뉴(New)’ 로컬생활이다. 강화 청풍 협동조합, 강화 책방 시점, 시흥 월곶 빌드, 광주 무등산브루어리, 속초 칠성조선소, 순창 방랑싸롱, 남원 사회적 협동조합 지리산이음, 목포 (청년) 괜찮아 마을, (청년) 로컬라이즈 군산, 대구 북성로 사회혁신 클러스터, 청주 촌스런 (청년들), 서귀포 독립출판가가 서울(수도권)을 탈출해 로컬(‘지방’이란 단어는 서울 중심의 차별적 의미를 담고 있어 가치중립 언어로써 ‘로컬’을 의도적으로 사용)에서 새로운 관점을 ‘먹고사니즘’과 직결시키며 안착해가는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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