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후 중도 사퇴한 포스코 CEO 흑역사 재현하나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1.03.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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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내외부, 최정우 회장 산재 리스크 흔들기 본격화?

포스코는 오는 3월12일 정기 주총에서 대표이사 회장을 선출한다. 현재로선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단독 후보에 뽑힌 최정우 현 회장의 연임이 유력시된다. 임기는 2024년 3월까지다. 그러나 최 회장이 연임 후에도 순탄하게 임기를 이어갈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포스코는 그동안 여러 차례 CEO(최고경영자) 리스크에 시달려왔다. 정권 교체 후 새 회장이 취임했지만 연임 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중도 사퇴한 ‘흑역사’가 반복돼 온 것이다. 포스코는 민영화 이후 연임 임기를 채우고 물러난 회장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정준양 전 회장은 연임 후 1년8개월 만에 사퇴했다. 전임 권오준 전 회장도 2017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진행된 사업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일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듬해 중도사퇴했다. 두 번째 임기를 1년 반가량 남긴 시점이었다. 포스코 내외부에선 최 회장이 임기를 마쳐 그동안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기대하지만, 한편으로 최 회장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다. 그리고 최근 급증하고 있는 산재 사고가 CEO 리스크의 원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시사저널 이종현·박은숙
ⓒ시사저널 이종현

지난 청문회에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포스코가 사내 긴급 메일을 통해 협력사 직원 사망으로 인한 고용노동부의 감독이 예상된다면서 위험성 평가로 지적되지 않도록 보고서 수정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올 1월 모 지상파 방송사의 지적 사항을 수정하고 개선 사항을 정리하기 위해 사본에 체크해 둔 것이며 조작 목적으로 원본까지 손을 댄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경영진의 문제점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청문회장에서 최 회장의 신사참배 논란이 제기된 것이 단적인 예다. 2018년 10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철강협회 총회 중 최 회장이 도쿄타워 인근에 있는 정토종의 본사 ‘조조지(增上寺)’를 방문한 것을 두고 노웅래 의원은 “국민기업인 포스코의 회장이 한·일 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신사참배를 가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과 포스코는 “시간이 남아 한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 명소를 방문한 것이며, 해당 장소는 ‘신사’가 아니라 ‘절’이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태를 보는 한 전직 포스코 고위 임원은 “회장 주변 사람들조차 최 회장을 믿지 못하기에 이런 일이 생겨난 것”이라면서 “마치 ‘3점짜리 고스톱’을 치는 사람처럼 실적 맞춤에만 급급한 나머지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는 것이 지금의 포스코 난맥상”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전직 임원들의 이야기들을 종합해 보면 최 회장은 포스코 전직 임원들과도 사이가 돈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포스코 내외부에선 1960년대생인 전중선 부사장(글로벌인프라부문장)과 정창화 부사장(경영지원본부장), 유병옥 부사장(철강부문 구매투자본부장) 등을 차세대 주자로 꼽는다. 이 중 정 부사장은 이번에 처음 등기이사 후보로 추천됐다. 그러나 최 회장의 경우처럼 그간 거론되지 않은 의외의 인물이 부각될 수도 있다.

실제로 전직 사장 출신 H씨가 과거 측근들과 정기적으로 회동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도는 등 주총을 앞두고 포스코 경영진을 흔들려는 시도는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환노위 관계자는 “이번 청문회를 앞두고 포스코 내외부에서 정말 많은 제보가 쏟아졌다”면서 “최 회장 아들의 포스코인터내셔널 인턴 채용 등 여러 현안을 앞으로도 계속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스코 주변에서는 이번 중대재해 사건이 경우에 따라 CEO 리스크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는 만큼 최 회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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