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검찰 개혁 이론가가 ‘경찰 파쇼’ 걱정하는 이유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1.03.05 15:00
  • 호수 163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자제와 관용’ 리더십으로 항상 소수 배려해야”

2011년 김인회 인하대 교수는 “검찰이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다. 국민의 자유를 위해 검찰과 맞서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쓴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이 책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그로부터 꼭 10년이 지난 2021년, 그는 이제 경찰 개혁을 말한다. 역시나 국민의 자유를 위해서다. 3월 초중순 출간 예정인 《경찰을 생각한다》라는 책(초고 3월3일자 기준)에서 김 교수는 “검찰 개혁으로 경찰의 권한은 더욱 늘어났다. ‘검찰 파쇼’를 피하려다 ‘경찰 파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가 말하는 경찰 개혁이란 무엇일까.

경찰 개혁 말고도 묻고 싶은 게 많았다. 대체 검찰 개혁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궁극적으로 권력기관 개혁의 본질이란 무엇일까. 현안도 물어야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윤석열 검찰총장(3월4일 사퇴)은 또다시 충돌하고 있다. 여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에 대해 대검은 “법치 말살” “민주주의 퇴보” “헌법 정신 파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윤 총장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추진 저지를 위해 여론전의 전면에 섰다. 현직 검찰총장이 집권여당이 추진하는 법안에 이 정도 수위로 공개 반대한 전례는 찾기 어렵다.

3월3일 서울 시사저널 회의실에서 만난 김 교수는 ‘뜨거운 감자’가 된 현안과 될 현안 모두에 대해 시종일관 차분하게 답했다. 차분한 그의 말에는 지난 10년간의 고민과 성찰이 담겨 있었다. 그의 말 안에 ‘누구 편’은 없었다. 대신 상식과 합리성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정작 논의에서 빠진 주권자인 국민을 자주 호출했다. 인터뷰는 90분간 진행됐다. 

ⓒ시사저널 임준선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시사저널 임준선

현안부터 묻겠다. 지금의 중수청 논란을 어떻게 보나. 

“먼저 어떻게 문제를 볼 것인지에 대해 얘기하자. 지금은 크게 보고, 구체적으로 보고, 다시 크게 볼 때다. 원래의 검찰 개혁 취지가 무엇이었는지, 지금의 개혁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최종 개혁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지금 무엇이 시급한지 등을 되돌아봐야 한다. 중수청 논란은 당연히 검찰 개혁이라는 큰 틀에서 봐야 한다. 다시 하나씩 쪼개서 보자. 먼저 방향성. 여당이 추진하는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라는 큰 방향은 검찰 개혁이란 당초 취지에 부합한다. 다음으로 타이밍. 지금은 검찰 개혁 제도화 안착에 힘쓸 때다. 셋째, 새로운 제도 개혁은 단순한 구조가 좋다. 넷째, 검찰 개혁과 경찰 개혁은 같이 가야 한다. 종합해서 결론을 내면, 중대범죄를 수사할 중수청이 왜 필요한지 그 필요성을 증명하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다.” 

필요성을 먼저 증명해야 한다는 지적인가.

“새 제도는 통계와 증거, 논리라는 기반 아래 추진돼야 한다. 물론 큰 방향은 맞다. 다만 그 방향도 장기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지금 검찰 개혁이 일정 부분 마무리됐다. 이 안정화 작업도 중요하다. 또 새 조직은 심플(단순)해야 한다. 중수청이 설치되면 검찰이 보유한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의 수사권이 이관된다. 왜 이 6대 범죄인가? 개인적으로 정권의 부패 문제나 증권 범죄 같은 경제 문제를 다루기 위한 수사청은 이해가 된다. 나머지는 아니다. 경찰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그 필요가 인정된다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처럼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견제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한다.”

김 교수는 이 대목에서 말을 신중히 골랐다. 맥락과 함의를 잘 파악해야 했다. 현실성과 우선순위의 문제였다. 그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성과를 현실에 잘 안착시키는 일이 중수청 추진보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듯했다. 중수청이 설치되면 검찰에 남은 직접수사권이 모두 떼어져 중수청으로 넘겨지게 된다. 검찰 입장에선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 김 교수에겐 이보다 더 시급한 과제가 있다. 검찰 개혁으로 인해 깨진 ‘힘의 균형’이다. 경찰국가를 막을 경찰 개혁이 더 중차대한 과제라는 인식이다.

왜 지금 경찰 개혁이 시급한 문제인가.

“권력기관 개혁이란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법원 등 형사와 사법을 아우른다. 검찰 개혁처럼 어느 하나가 끝났다고 해서 국민의 인권과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 균형이 중요하다. 한쪽만 개혁하면, 오히려 다른 한쪽에 권력이 쏠릴 수 있다. 당초 검찰 개혁과 경찰 개혁은 동시에 추진됐다. 검찰 개혁이 경찰 개혁이었고, 경찰 개혁이 검찰 개혁이었다. 2018년 6월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검찰 개혁의 핵심 과제인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경찰 개혁 핵심 과제인 자치경찰제를 동시에 실시한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정부는 검찰 개혁에만 치중했고 결국 균형이 무너졌다. 자치경찰제는 가장 약한 형태로 실시된다. 노무현 정부의 안(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런데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전돼 경찰의 수사권한은 더 커졌다. 검찰 개혁과 비교하면 불충분한 개혁이다. 이게 첫 번째 문제의식이다.”

2012년 4월 총선에서 각각 부산에 출마한 김인회 후보와 문재인 후보ⓒ시사저널 자료
2012년 4월 총선에서 각각 부산에 출마한 김인회 후보와 문재인 후보ⓒ시사저널 자료

두 번째 문제의식은 무엇인가.

“경찰 개혁은 경찰국가를 경험한 한국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문제는 민주경찰로 가는 큰 틀이 아직 잡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왜 경찰 개혁이 미진했는가를 따져보면, 무엇이 근본적인 경찰 개혁인가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경찰 개혁이 검찰 개혁에 딸린 하나의 부속품인지 아니면 독자적인 개혁 과제인지, 경찰 개혁의 원칙과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공감대가 약했던 것이 핵심 원인이라고 본다. 이 문제에서 나도 자유롭지 못하다. 나는 검찰 개혁과 경찰 개혁이 동시에 혹은 순차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개혁은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다.”

경찰 개혁은 어떻게 진행돼야 하나.

“한마디로 요약하면, ‘중앙집중형 국가경찰제’를 ‘분권형 자치경찰제’로 바꿔야 한다. 국가경찰은 필요하지만 규모는 작아야 한다. 자치경찰제는 경찰 권력의 분산과 견제에도 훌륭한 방안이지만 자치분권이라는 측면에서도 필수불가결하다. 지역마다 다른 치안 수요에 대응해 지역 수준에 맞는 조직을 꾸릴 수도 있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기초이기도 하다. 정치 바람을 덜 타게 된다. 경찰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고 경찰에 대한 문민통제를 가능하게 한다.”

현 정부 임기 후반부다. 검찰 개혁과 경찰 개혁에서 꼭 마무리했으면 하는 일은.

“권력기관 개혁이란 큰 틀에서 ‘무엇이 됐고, 안 됐고’를 솔직히 평가해 다음 정부로 넘기는 작업이 필요하다. 권력기관 개혁은 사회 전체적인 개혁과 맞물려 간다. 그 방향과 수준, 속도를 재점검해야 할 때다. 검찰 개혁은 성과로 남겨야 한다. 4월 선거가 끝나면 곧 대선 정국이다. 경찰 개혁을 깊게 고민해서 구체적 안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정부가 여당과 함께 경찰 개혁 로드맵을 만들고 주요 내용을 정리했으면 한다. 이를 다음 대선 이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밝히는 점은 중요하다고 본다.”

김 교수는 권력은 뭉쳐 있으면 문제가 된다고 본다. 부패하고 악용된다. 그렇기에 권력기관은 분산되고 견제돼야만 한다. 그래야만 국민의 인권보호라는 제 역할을 해낸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경찰이 더 많은 권한을 갖게 됐다. 경찰국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 그렇기에 자치경찰제로 분산과 견제가 돼야 한다. 그가 곧 나올 저서에서 내내 강조한 바다. 

‘신현수 파동’ 등 검찰 개혁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현실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조율하는 데 갈등을 피할 수는 없다. ‘자제와 관용의 리더십’을 강조하고 싶다. 이 점이 부족했다. 우선 상대방을 ‘악’으로 보는 일을 멈춰야 한다. 건전한 애국심을 가진 경쟁자로 봐야 한다. 정권은 무한하지 않다. 항상 다수일 때 소수를 배려해야 여야가 바뀌어도 협상과 타협으로 결과물을 낼 수 있다. 같은 정부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실에선 권한은 항상 중첩된다. 서로가 권한의 100%를 다 쓰면서 상대방에게는 양보를 하라고 하면 될 수 있는 일이 없다. 자제와 관용은 남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신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내가 변하면 상대방도 변화시킬 수 있다. 만고의 진리다. 변화는 자신에서부터 시작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