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H 최초 투기의혹자, 서민 위한 LH 공공주택도 꿰찼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6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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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시흥땅 매입한 박 위원, 12년 전 판교 공공아파트 분양받아
분양가는 4억원, 현재 실거래가는 15억원 넘어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의혹 당사자인 박아무개 LH 홍보실 전문위원(59)이 LH의 공공분양아파트를 공고도 뜨기 전에 선분양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입주 자격을 갖추기 위해 주소지를 옮겼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박 위원은 참여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언급한 LH 직원 중 가장 먼저 투기에 나선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박 위원은 이 아파트로 시세 차익 약 11억원 거둘 수 있게 됐다.

박 위원은 지난 2006년 11월 부인 안아무개씨와 함께 경기도 성남 판교 신도시의 B공공아파트를 공동 분양받았다. 부인 역시 LH 직원이다. B공공아파트는 LH의 대표적인 브랜드 주택 '휴먼시아'로, 박 위원이 선택한 아파트는 공공분양형으로 공급됐다. 박 위원이 사는 호수는 전용면적 84.92㎡짜리 중소형이다.

공공분양주택이란 소득이 낮은 무주택 서민이나 국가유공자, 장애인, 신혼부부, 다자녀가구, 노부모 부양자 등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사회계층의 주택마련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국가·지자체·LH 등이 주택도시기금 등을 지원받아 건설해 공급하는 전용면적 85㎡ 이하의 주택을 말한다.

3월3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앞에 빨간 신호등이 켜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LH 직원들의 100억원대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 연합뉴스
3월3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앞에 빨간 신호등이 켜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LH 직원들의 100억원대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 연합뉴스

분양 공고 4개월 전에 주소지 이전

LH에 따르면, B공공분양주택을 분양 받기 위해선 청약통장 보유 외에 몇 가지 조건이 더 있었다.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자여야 하고,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거주해야 한다. 특히 B공공아파트 분양이 이뤄졌던 2006년 당시 대한주택공사(LH 전신)는 성남시 거주자를 분양 대상 1순위로 꼽았다.

박 위원은 이 점을 노리고 성남시로 급하게 주소지를 옮겼다. B공공아파트의 최초 분양 공고일은 2006년 8월이다. 그런데 박 위원의 거주지 등기부등본을 살펴본 결과, 성남시 분당구의 M주공아파트에 2006년 4월부터 2년 간 전세권 설정이 돼 있었다. 서류상 이때부터 성남시에 전세로 살았다는 뜻이다. 공고가 뜨기 4개월 직전에 성남시에 전셋집을 구한 것이다. 사전정보를 이용해 청약 준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LH 홍보실 관계자는 "공공주택 공급계획은 월 단위로 홈페이지에 공개하기 때문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대략적인 내용을 알고 준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위원이 아파트를 분양받은 2006년 당시 공공분양아파트의 법적 근거는 '국민임대 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현 공공주택 특별법)'이었다. 이 법의 목적은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에 기여하고 주거수준 향상에 이바지한다'는 것이었다.

박 위원 부부를 저소득층으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들이 B공공아파트 소유권을 취득한 시기는 2010년 1월이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10년 2월부터 LH 내 박 위원 직급은 3급(차장)이었다. 간부로 분류되는 2급(부장) 바로 아래다. 같은 시기 부인 안씨는 4급(과장)이었다. 더군다나 2010년 LH는 직원 성과급으로 1063여억원을 책정해 '도덕적 해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박효주 참여연대 간사는 "LH직원이 공공주택에 입주하는 것 자체가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기업 직원도 공공주택에 들어갈 순 있겠지만 일반 서민과 동일한 조건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했다.

 

4억원에 분양받은 주택, 현재 실거래가 15억원 넘어

박 위원은 B공공아파트 매입으로 상당한 시세 차익을 보게 됐다. 이는 입주 전부터 예견된 부분이었다. 박 위원이 입주한 단지 내 아파트는 2004년부터 신분당선 판교역 건설이 추진됐던 '예비 역세권'이었다. 또 준공을 한 달 앞두고 단지 바로 옆의 보평초등∙중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혁신학교는 공립학교 교육비로 사립 수준의 수업을 제공한다는 장점 때문에 집값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전매제한기간 단축도 집값을 부추겼다. 박 위원이 입주할 당시 판교신도시 중소형 공공아파트는 주택법에 따라 전매가 3~5년 동안 막혀 있었다. 하지만 이듬해 주택법 시행령이 바뀌면서 즉시 되파는 게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B공공아파트 분양가는 박 위원이 분양 받았을 때 3억9200만원이었는데, 이듬해 1.6배(약 2억4000만원) 오른 6억3000만원대에 형성됐다. 지금(2021년 3월 기준)은 공시지가만 9억2300만원이고, 실거래가는 15억원대다. 분양가 대비 차익이 11억원이 넘는다.

박 위원은 2018년 4월 경기 시흥시 무지내동의 밭(5905㎡)을 사들여 이번 LH 투기 의혹의 최초 매입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땅은 박 위원 외에 3명이 공동 매입자로 등록돼 있다. 부인 안씨와 LH 직원 강씨, 또 그의 부인이다. 당시 매입가는 총 19억4000만원. 현재 시세로 계산하면 차익은 13억원에 이른다.

박 위원은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무지내동을 관할하는 경기지역본부 광명시흥사업본부에서 근무했다. 앞서 밭을 매입한 시점은 그가 경기지역본부 과천사업단에서 업무를 총괄했던 시기(2015년 1월~2019년 1월)와 겹친다. 김은혜 의원은 "핵심 업무에 관여하면서 광명시흥지구가 제3기 신도시에 포함될 것을 미리 알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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