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윤석열의 한 마디, ‘세 결집’ 최종병기 될까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7 11:4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세훈, 안철수 러브콜 보낸 尹…측면지원에 촉각
文대통령, 강경·호통·사과 오가며 악재 수습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운데)가 야권 단일화를 두고 최종 경쟁을 벌이게 된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의 전격 사의 표명으로 단일화 판도가 술렁이고 있다. ⓒ 연합뉴스·시사저널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운데)가 야권 단일화를 두고 최종 경쟁을 벌이게 된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의 전격 사의 표명으로 단일화 판도가 술렁이고 있다. ⓒ 연합뉴스·시사저널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임박해지면서 정치권이 '집토끼' 잡기에 나섰다. 단일화 이슈로 갈 길 바쁜 야권은 '보수층'에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며 세 결집에 팔을 걷어붙였다. 여권은 지지율 하락을 불러 온 LH사태를 '부동산 적폐 청산'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며 민심 수습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막판까지 혼전을 거듭할 이번 보궐선거는 여야 대진이 확정되는 순간 지지층과 중도층 흡수를 두고 더욱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내놓을 메시지도 판세에 상당부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은 이번 선거를 불러 온 여당의 실책과 '정권심판론'을 부각하며 차기 대선까지 기세를 몰아간다는 전략을 세워둔 상태다. 이 때문에 정권과 대립하다 물러난 윤 전 총장의 '지원사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윤 전 총장이 가진 상징성과 영향력이 지지층 결집은 물론 중도층 흡수에도 결정적 한방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LH사태로 역풍을 맞은 여권은 문 대통령이 연일 강성발언을 내놓는 메시지와 궤를 같이 하며 '정부·여당 책임론'에 '뿌리깊은 적폐 척결'로 맞불을 놓고 있다.


오세훈도, 안철수도 러브콜 보낸 尹…등판 언제할까

야권에서는 윤석열 전 총장이 보궐선거 막바지에 어떤 형태로든 지원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단일화가 결론나는 시점에 맞물려 윤 전 총장이 등판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계획대로 오는 19일 야권 후보의 최종 윤곽이 드러나면 이 기대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총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잠행을 하고 있는 윤 전 총장은 이미 보궐선거에 한 발을 담근 상태다. 지난 10일 윤 전 총장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해 "공정해야 할 게임룰이 조작된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며 사실상 야권을 측면지원했다. 윤 전 총장은 "특권과 반칙 없이 공정한 룰이 지켜질 거라는 믿음을 주는 게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공정 가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이 정권을 때리는 발언으로 '반문(反文)', '정권 심판'에 앞장서는 이미지가 더욱 선명해졌고, 야권으로서는 윤 전 총장의 '입'이 열릴 수록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론의 목소리가 보궐선거에서 야권을 지지하는 표로 이어질 지는 장담할 수 없다. 때문에 윤 전 총장이 가세해 공정의 룰을 깨트린 정부·여당을 심판하는 이슈를 선거 막판까지 더욱 끌어올려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오 후보와 안 후보 역시 윤 전 총장의 역할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단일화 막바지 여론조사 문항 등을 둘러싸고 파열음을 내고 있지만, 윤 전 총장을 '내편'으로 인식하는 점은 궤를 같이 한다. 안 후보는 "윤 전 총장과 간접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나 저나 같은 시대적 소명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며 교감을 이어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안 후보가 '윤석열과의 연대'를 강조하고 나서자 오 후보도 이에 질세라 "윤 전 총장 측과 모종의 대화가 있었다"고 언급하며 단일화 이후 윤 전 총장이 어느 쪽이든 측면 지원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윤 전 총장 입장에서도 보궐선거를 발판으로 정계 진출 움직임에 기지개를 켜는 것이 '묘수'가 될 수 있어 지원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지분'이 있는 윤 전 총장이 보수진영으로부터 제기되는 '우리 사람이 맞느냐'는 질문에 확실한 응답을 보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특히 윤 전 총장의 약점 중 하나인 '세력'이 없는 점도 선거를 발판으로 보완할 수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누가 단일화 후보가 되든 박빙의 승부가 벌어질 텐데 윤 전 총장이 나서 힘을 실어준다면 양쪽 모두 명분과 실리를 챙길 수 있게 된다"며 "국민적 관심을 받으며 사퇴한 윤 전 총장이 다시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며 정계 진출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文대통령, 강경·호통·사과 오가며 악재 수습

여권은 LH사태라는 돌발 악재를 '공격적 방어'로 막아내며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 세력을 '적폐'로 규정하며 연일 강경한 대응을 천명하고 나서면서 이 부분에 화력을 집중하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LH사태가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닌 오랜 기간 한국 사회를 짓눌러 온 병폐라는 점을 강조하며, 정치권 전수조사와 특검 도입 등으로 맞불을 놨다. 오세훈 후보 가족의 내곡동 땅 보상 관련 특혜 의혹 등을 키우며 역공을 펼치는 것도 '정권 심판' 기세에 밀리지 않겠다는 전략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전수조사나 특검은 조사 방식이나 절차를 둘러싼 또 다른 공방이 놓여 있어 선거 전까지 시작조차 못 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여권으로서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대응으로 민심 이탈을 최소화하려는 장치를 뒀다는 점에서 LH사태가 선거 표심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을 일정부분 차단할 수 있다.

민주당은 선거 막판까지 이같은 태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공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웠음을 '발설'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5일 의원총회에서 "비공개로 말씀드리자면"이라고 운을 뗀 뒤 "앞으로도 개별 케이스를 가지고 언론들이 계속 뭔가를 폭로할 가능성이 있다. 그때마다 우리가 뒤따라가며 불을 끄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그물을 넓게 쳐서 비리 소지가 있는 곳을 미리 들춰내고 잘라내는 노력을 선제적으로 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민주당의 적극적 방어는 문 대통령이 내놓을 발언에 따라 더욱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내놓는 메시지는 자칫 '선거 개입'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오히려 LH사태와 야권의 공세가 운신의 폭을 넓혀준 측면도 있다. 문 대통령은 야당이 양산 사저부지 의혹을 제기하자, 이례적으로 "좀스럽다"는 수위 높은 표현을 동원해 맞대응했다.

부동산 투기 세력에 대한 강성 발언을 연일 쏟아내던 문 대통령은 16일 LH사태 관련 첫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통한 민심 달래기에 나서면서 보궐선거에서의 반등 기회를 열어두기도 했다. 강경과 호통, 사과를 오간 문 대통령의 발언은 지지층 결집과 표심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단일화를 둘러싼 야권의 지리한 공방으로 여론의 피로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사과가 나옴에 따라 중도층과 무당층 움직임에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도 '3자 대결'과 양자 구도 모두에서 야권 후보에 지지율이 뒤처진다는 여론조사를 의식한 듯 '악재'를 발판으로 한 승기 잡기에 돌입했다. 박 후보는 17일 캠프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 후보와 안 후보가 모두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핵심을 못 짚은 채 거짓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박 후보는 내곡동 '셀프보상' 의혹에 휩싸인 오 후보가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한 것에 대해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며 "MB(이명박 전 대통령)와 똑 닮았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에 대해서는 "오 후보가 또다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설명하는데 이걸 짚지를 못하더라. 국민들이 가장 예민하게 생각하는 문제는 '이해충돌' 문제인데 관련 질문도 하지 않았다"며 행정경험 부족으로 핵심을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3월1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 연합뉴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3월1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 연합뉴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