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으론 시세차익, 다른 한 손으론 셀프 법안 발의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1.04.04 08:00
  • 호수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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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윤 의원의 창원 지역 ‘수상한 땅 매입’ 의혹…합수본 수사 대상에 포함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 폭로로 시작된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가 점입가경이다. 신도시나 산업단지 개발계획 등 내부 정보에 접근권이 있는 사람이 계획이 발표되기 전에 그 정보를 활용해 땅 투기를 했는지 규명하는 게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개발계획을 기안하고 확정하기까지 결재 라인에 있었던 사람들, 그들과 관련 정보를 공유했던 사람들을 신속히 조사하는 게 필수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실제 개발계획 결정권과 내부 정보 접근권을 가진 인사들이 속속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경남 창원시 성산이 지역구인 강기윤 의원(국민의힘)의 ‘수상한 땅 매입’도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의 수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9월23일 국회에서 제안 설명을 하고 있는 강기윤 의원ⓒ연합뉴스
2020년 9월23일 국회에서 제안 설명을 하고 있는 강기윤 의원ⓒ연합뉴스

농지로 37억원 차익…‘양도세 감면’ 발의도

토지 지장물 보상금 부풀려 받기, 투기를 충분히 의심케 하는 수상한 토지 거래 등이 강 의원에게 제기되는 부동산 투기 의혹이다. 지난 2017년 법원 경매에 나왔던 진해항 제2부두 터(장천동 782번지 일대)는 모두 약 8만㎡(2만4000여 평)에 달한다. 강 의원이 대표로 있는 일진금속, 그리고 그의 부인과 아들이 최대주주로 있는 일진단조는 이듬해인 2018년 다른 법인회사 2곳과 함께 이 땅을 감정금액의 절반인 270억원(평당 110만원)에 사들였다. 일진단조는 필지 분할을 통해 투자비율 33%에 따라 약 2만7000㎡(8000여 평)를 확보했다. 강 의원 측은 부동산 투기가 아닌 자동차부품 제조회사인 일진단조 김해 공장 이전을 위해 이 땅을 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강 의원 측은 이 땅을 3년째 터파기조차 하지 않는 등 실제 공장을 설립하지 않았고,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매입한 땅의 75%인 6000평을 되팔았다. 땅 매입자금의 80%를 중소기업대출로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땅의 매도 가격은 모두 96억원으로 알려졌다. 평당 160만원으로 매입 당시보다 50만원 이상 올라 강 의원 측은 단기간에 30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얻은 셈이다. 이러한 의혹 제기에 강 의원 측은 취득 비용과 이자, 보유세 등 비용 부담을 빼면 양도차익은 거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3월18일 경남 창원시는 강 의원이 소유한 사파정동 152번지(7036㎡) 토지 보상 현장실사 결과를 브리핑했다. 이 땅은 창원시의 가음정근린공원 사업부지 일부다. 창원시는 도시계획에서 공원 용도로 묶인 성산구 가음정동 소재 188필지를 사들여 실제로 공원으로 바꿀 예정이다. 창원시는 현장실사 결과 해당 토지 지장물인 감나무는 500그루가 아닌 258그루, 단풍나무는 400그루가 아닌 243그루, 쥐똥나무는 200그루가 아닌 286그루로 확인했다.

강 의원은 지난해 6월17일 지장물건 조사 당시에는 물건조사 용역업체에 감나무 450그루, 단풍나무는 400그루라고 알려줬다. 같은 해 9월25일 감정평가사들이 현장에 다시 왔을 때는 감나무가 50그루 더 많은 500그루가 식재되어 있다는 내용이 적힌 1993년 작성 서류를 제시하기도 했다. 감정평가사들은 이를 반영해 감나무를 최종 500그루로 산정했다. 창원시 조사 발표 내용대로라면, 감정평가 과정에서 강 의원이 더 많은 보상을 받고자 사실상 감정평가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창원시는 강 의원에게 지급된 나무 등 지장물 보상금 2억6000만원 가운데 6000만원가량이 과다하게 지급된 것으로 판단했다. 이뿐만 아니라 창원시는 감정평가 당시 강 의원이 현장에 있었다는 감정평가 용역업체 직원 증언도 확보했다. 강 의원 측은 “보상은 우리가 하는 게 아니라 보상팀이 와서 기준에 따라 했고, 토지 소유자는 주는 대로 보상을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다른 의혹도 있다. 강 의원은 지난해 10월 공원 등 공익사업을 위해 수용되는 토지는 양도세를 전액 면제해야 한다는 법안을 대표발의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진해구 장천동 땅과 관련해서도 자신과 가족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주주 또는 출자자가 법인의 채무 상환을 위해 자산을 무상으로 양도하거나 채무를 인수·변제함으로써, 법인의 특수관계인이 얻는 이익을 증여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만약 법이 통과되면 강 의원 부인과 아들이 최대주주인 일진단조 채무를 강 의원이 대신 갚아도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돼 직접적인 수혜자가 된다. 결국 강 의원이 자신의 이익을 위한 이른바 ‘셀프 법안’을 대표발의한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강기윤 의원이 보유한 경남 창원시 성산구 사파정동 152번지 과수원 ⓒ시사저널 이상욱
강기윤 의원이 보유한 경남 창원시 성산구 사파정동 152번지 과수원 ⓒ시사저널 이상욱

농지 매입 직전 도의회 건설위원 맡기도

최영희 창원시의회 의원에 따르면, 강 의원의 부인인 사아무개씨는 창원-김해 비음산 터널 개설 논의가 한창이던 2008년 창원시 사파정동 24-1번지 과수원을 사들였다. 이 땅은 비음산 터널 창원 쪽 출입구로 거론된 지역과 불과 200m 떨어진 곳이다. 강 의원은 이 과수원 농지를 사기 직전인 지난 2006년과 2007년 경남도 도시계획위원을, 땅을 매입한 2008년에는 경남도의회 건설위원을 맡았다.

강 의원의 장남은 농민이 아닌데도 지난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창원시 성산구 삼정자동 522-1번지 논 440㎡(133.1평)와 삼정자동 522-8번지 논 701.00㎡(212평)를 3억6500만원에 매입했다. 성주동 유니온빌리지 인근의 이 땅은 남창원농협이 요양병원을 건립해 의료사업을 준비하던 곳이다. 백승조 남창원농협 조합장은 2019년 3월 조합장 선거에 나와 '요양병원 설립'을 공약했다. 한 남창원농협 직원은 요양병원 터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제보 내용처럼 성주동 151번지(400㎡·약 121평)가 거론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 의원 측은 이에 대해 장남이 주말농장 용도로 농지를 매입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강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알려지면서 지역 내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강 의원의 사퇴와 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김경영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의회 대변인은 3월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공직자로서 개발 정보를 사익에 활용하고, 부동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 세력을 몰아넣어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노력으로 일하는 다수의 국민을 상대적 박탈감으로 내모는 행위 때문”이라며 “강 의원에 대해서도 보다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의원직 사퇴를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했다.

안진걸 민생연구소 소장은 “강 의원은 토지 수용 보상 과정에서 과도한 보상금을 받아낸 것뿐만 아니라 37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시세차익을 실현했다. 더 나아가 양도세를 감면받을 수 있는 법안까지 대표발의했는데, 실로 과감한 이해충돌 특혜 비리를 시도했다고 봐야 한다”며 “이 문제는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든 LH 비리 사건과 비슷하거나 더 심각하다. 경찰이 수사해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비리와 이해충돌 특혜 비리가 추방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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