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왕리 참변’ 음주운전자 징역 5년…“기억 안난다” 동승자는 집행유예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4.0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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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동승자, 피해자 사망에 공동 책임있다고 보기 어려워”
인천 을왕리 음주운전 차량 운전자(왼쪽)와 동승자 ⓒ 연합뉴스
인천 을왕리 음주운전 차량 운전자(왼쪽)와 동승자 ⓒ 연합뉴스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역주행 해 치킨배달을 가던 50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동승자는 피해자 사망에 공동 책임이 없다고 판단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3단독 김지희 판사는 1일 선고 공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및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구속기소 된 A(35·여)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와 함께 불구속 기소된 동승자 B(48·남)씨에 대해서는 음주운전 방조 혐의만 인정,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상당히 높았고 피해자 가족들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다"며 "제한속도를 시속 20㎞나 초과해 역주행하다가 사고를 냈고, 피해자가 사망하는 매우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B씨에게는 '윤창호법' 위반 혐의는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 음주운전 방조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김 판사는 "A씨가 자신의 결의와 의사로 음주운전을 했다"며 "B씨가 A씨의 운전 업무를 지도·감독하거나 특별한 관계에 의한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음주운전의 결과로 발생한 사망에 대해 공동으로 책임을 진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B씨가 자신의 차량을 A씨에게 제공해 음주운전을 방조한 사실은 자백했다"며 "(이 혐의는) B씨의 진술과 보강증거에 근거해 유죄로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25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0년을, B씨에게 징역 6년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중형을 구형하면서 "피고인들은 음주운전으로 소중한 한 가정의 가장을 사망하게 해 죄질이 매우 중하다.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 공동체의 공감과 유족의 상처를 생각하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동승자 B씨에 대해서는 "사고 후 구호 조치보다 책임을 축소하려 했고, 재판에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해 죄질이 중하다"고 강조했다. 

당시 공판에서 A씨는 눈물을 쏟으며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으며 어떤 말로도 용서를 받을 수 없다는 걸 안다. 깊은 반성을 하고 있기에 고인과 유족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뒤늦은 후회를 했다. B씨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정말 죄송하고 피해자와 그 가족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면서도 사고 당일 구체적인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편, A씨는 지난해 9월9일 0시55분께 인천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도로에서 술에 취해 벤츠 승용차를 400m가량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 배달을 가던 C(사망 당시 54세·남)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A씨의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94%로 면허취소 수치(0.08%)를 훨씬 넘었다. 검찰은 B씨가 A씨의 음주운전을 단순 방조한 것이 아니라 적극 부추긴 점이 인정된다고 보고 두 사람 모두에게 '윤창호법'을 적용했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내면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 특가법과 운전면허 정지·취소 기준 등을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음주운전 차량 동승자에게 윤창호법이 적용된 것은 B씨가 처음이다. 

사고 이후 유가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운전자와 동승자가 사고 발생 즉시 신고를 하지 않았고, 도로에 쓰러진 피해자를 방치했다며 엄벌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이후 사건은 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며 파장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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