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녀 잔혹 살해한 김태현, 치밀하게 범행 계획했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4.06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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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 방법 검색하고 흉기·옷 준비한 뒤 변장해 침입
범행 뒤에도 현장에 계속 머물러 “사이코패스 가능성”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24) ⓒ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24) ⓒ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모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24)이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6일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구속 상태의 김태현을 직접 면담하는 등 추가 조사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김태현은 평소 스토킹하던 여성 A씨 집에 침입해 A씨와 모친, 여동생 3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태현은 전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10시간 넘는 강도높은 조사를 받고 서울 노원경찰서를 나서면서 '유가족에게 할 말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말 반성하고 있다.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김태현은 지난달 23일 오후 8시께 배달기사로 위장한 뒤 피해자 집을 찾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김태현은 당시 혼자 집에 있던 A씨 여동생을 숨지게 한 뒤 이후 귀가한 모친과 A씨를 차례로 살해했다. 그는 큰딸 A씨가 모바일 메신저에 올린 사진에서 택배상자에 적힌 주소를 보고 구체적인 거주지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현은 범행 전 자신의 휴대전화로 '급소'나 '사람 죽이는 법' 등을 검색하고 흉기와 갈아입을 옷까지 미리 준비하는 등 치밀한 계획 하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세모녀의 시신 부검 결과 이들은 모두 목 부위 경동맥이 지나는 곳에 치명상을 입었다. 

김태현은 범행 이후 이틀 넘게 피해자들 집에 머무르며 맥주나 음식을 섭취하기까지 했다. 또 자신의 휴대전화에 남아있는 각종 메시지나 검색 기록을 삭제하거나 초기화 하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경찰은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김태현이 사전에 철저히 범행을 계획했던 정황을 찾아냈다. 김태현은 앞선 조사에서 큰딸을 살해하려 했던 것은 인정하면서도 "어머니와 동생을 살해한 것은 우발적 범행"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펴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지인들은 평소 A씨가 김태현의 스토킹과 이상 행동으로 여러차례 괴로움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한 측근은 A씨가 "집에 갈 때마다 돌아서 간다. 1층에서 다가오는 검은 패딩"이라며 김태현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김태현에 대해 "사이코패스일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지속적으로 살인을 계획한 것으로 보이는 점, 흉기도 구하고 집요한 관계망상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점, 여성에게 적대감을 갖고 '어떻게든 희생 시키겠다' 생각한 점" 등을 사이코패스 추정 근거로 꼽았다.

그는 특히 "제일 큰 문제는 현장에서 일어난 행동 패턴이 일반인하고는 굉장히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보통 살인범이라도 본인이 저지른 일로 스스로 당황해 현장을 어떻게든 떠나려고 하는데 김태현은 그런 게 아니라 이틀씩이나 그 장소에서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다 하며 생존을 했다"면서 "그런 감정의 흐름은 일반적인 범죄자의 패턴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전날 경찰 내부위원 3명·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김태현의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피의자 신상이 공개된 최근 사례로는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 김성수 ▲'어금니 아빠' 이영학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 안인득 ▲전 남편 살인 사건 고유정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 'n번방' 개설자 '갓갓' 문형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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