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냄새’ 통해 건강 적신호 알 수 있다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4.14 07:30
  • 호수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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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취의 80%는 구강 내에서 발생⋯당뇨병·간경화가 원인일 수도

구취는 매우 흔한 증상이고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질병의 신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구취에 관한 판단은 주관적이어서 정작 자신은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폴란드의 대학생 대상 연구에서 구취 유병률은 24%로 보고되었다. 한국·브라질·스웨덴의 청소년 대상 조사에서는 구취 유병률이 약 25%로 나타났다. 
구취는 생리적 구취와 병적 구취로 나뉜다. 생리적 구취는 원인 질환 없이 구강 내에서 음식 찌꺼기가 부패하면서 나는 냄새인데 주로 혀에서 발생한다. 병적 구취는 구강 질환에 의한 것과 구강 외 질환에 의한 것으로 크게 나뉜다.

구취의 약 80%는 구강에서 발생하는데 가장 흔한 원인은 치아와 혀에 잔류한 음식물 찌꺼기와 세균성 치태다. 비구강성 원인으로는 코·부비강·후두·호흡기· 상부위장관 등의 질환, 대사 이상, 암종, 전신 질환, 그리고 약물이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구강성ㆍ비구강성 구취 구별하는 법

구취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구취의 원인이 구강성인지 비구강성인지 구별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두 요인을 감별하는 자가진단 방법은 가족이나 친지의 도움을 받아 입과 코에서 나는 냄새를 비교하는 것이다. 우선 입술을 꽉 다물고 콧구멍을 통해 숨을 내쉬었을 때 냄새가 강하게 난다면 코나 부비강의 질병이 원인일 수 있다. 이어서 콧구멍을 막고 입으로 숨을 내쉬었을 때 냄새가 강하다면 구강성일 가능성이 크다. 입과 코에서 나오는 냄새의 강도와 특성이 같다면 전신적인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구취의 약 80%가 구강에서 기원하므로 구취가 심하다면 우선 칫솔과 치실로 치아 위생 관리를 열심히 하고 혀 클리너나 칫솔로 부드럽지만 꼼꼼하게 혀를 매일 닦아야 한다. 특히 혀에 음식 찌꺼기와 세균이 도포되어 있으면 지속적인 구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구강건조증은 타액이 감소하면서 치아 감염 위험을 키워 이차적으로 구취를 유발할 수 있다. 잘못된 치아 복구나 의치도 구취의 원인일 수 있고 충치와 잇몸병의 원인이 되는 치태가 구취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구강 위생 관리만으로 구취가 좋아지지 않는다면 치과 진료를 받아 원인 질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두 번째로 구취의 원인 빈도가 높은 건 비강(코안의 빈 곳)이다. 부비강염이 구취를 유발할 수 있고 비강 폴립에 의해 비강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구취가 발생할 수도 있다. 폐농양, 괴사성 종양, 결핵 그리고 기관지확장증은 모두 구취를 유발할 수 있는데, 농이 형성되고 조직이 괴사해 상한 고기 냄새가 날 수 있다.

전신 질환으로는 간부전, 신부전 그리고 당뇨병이 구취의 원인일 수 있다. 간부전이나 간경화가 있으면 상한 달걀 냄새가 날 수 있으며, 신부전에 의한 요독증은 암모니아성 구취를 만들 수 있다. 당뇨병은 단 과일 냄새를 유발할 수 있다. 소화기계 원인으로는 역류성 식도염이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이 구취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일부 항우울제나 항히스타민제 복용으로 침 분비가 줄어 구취가 발생하기도 한다.

진료를 받아도 구취의 병적인 원인을 찾지 못한 경우 구취를 줄이는 구강 관리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흡연과 음주, 단 음식 등을 피하고, 커피·차 등 카페인 음료 섭취를 줄여야 한다. 불소가 포함된 치약을 사용하고 잠자기 전 등 하루 2회 이상 칫솔질을 하고 혓바닥도 깨끗이 닦는 습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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