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국주의에 무너진 홍콩의 ‘일국양제 꿈’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4.20 07:30
  • 호수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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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중 인사의 독무대 된 홍콩

3월30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홍콩행정장관 선출법 개정안, 홍콩입법회 선출 및 투표절차법 개정안 등 두 건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개정안이 통과되자마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주석령 제75호와 제76호로 서명했다. 이로써 홍콩 선거제 개편안은 모든 법적 절차를 마쳤다. 앞으로 홍콩의 최고 수장인 행정장관은 1200명에서 1500명으로 늘어난 선거인단이 뽑는다. 증가한 선거인단에는 민주파 정당이 장악한 구의회 의원 몫 117석이 없어졌다. 대신 전인대와 전국정치협상회의 홍콩대표단 등 친중 단체 인사 300명이 추가됐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오른쪽)이 3월30일 정부청사에서 선거제 개편안 통과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며 입법회(의회) 선거 일정을 언급하고 있다.ⓒ AP 연합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오른쪽)이 3월30일 정부청사에서 선거제 개편안 통과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며 입법회(의회) 선거 일정을 언급하고 있다.ⓒ AP 연합

여기에 공상·금융계, 전문직계, 노동계, 사회서비스·종교계, 입법회 의원 등 5개 분야 1200명이 더해져 선거인단이 구성된다. 민주파 정당 인사가 참여할 여지가 거의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공직선거 후보자의 출마 자격을 심사하는 자격심사위원회가 신설됐다. 자격심사위원회는 선거인단뿐만 아니라 행정장관, 입법회와 구의회 의원 후보자의 자격을 모두 심사한다. 후보자는 반드시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愛國者治港)’에 부합되어야 한다. 그야말로 중국 체제에 반대하는 이의 공직 진출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자격 심사를 두 단계로 해서 검증토록 했다.

이로써 홍콩에서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나라 두 체제)의 기본 틀은 무너졌다. 과거 일국양제의 정치 핵심은 ‘홍콩인의 홍콩 통치(港人港治)’였다. 또 홍콩인은 중국인과 달리 방임에 가까운 자유를 누렸다. 하지만 이제 홍콩인은 더 이상 폭넓은 자유를 누릴 수 없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홍콩국가보안법에 따라 홍콩인의 인신구속과 재판을 중국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이 1997년 홍콩 반환을 위해 마련한 일국양제를 허문 이유는 간단하다. 홍콩을 외세의 개입이나 간섭 없이 통치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이제 홍콩은 친중 인사들의 독무대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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