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샤오미 협공에 삼성전자 장고 깊어진다
  • 윤시지 시사저널e. 기자 (sjy0724@sisajournal-e.com)
  • 승인 2021.04.25 10:00
  • 호수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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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샤오미까지 전기차 사업 진출 선언…삼성전자, 전장부품으로 수익 확보 발판 마련

중국 스마트폰 업계가 차세대 먹거리로 자율주행 전기차를 낙점했다. 화웨이가 정보통신 사업의 위기를 전장으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투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대륙의 실수’ 샤오미까지 시장 진출 계획을 밝혔다. 양사는 거대 중국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모바일 시장 공략에 성공한 데 이어 미래 자율주행차 시장까지 선점하겠다는 목표다.

스마트폰 업계 2위 애플에 이어 중국 스마트폰 업체까지 너도나도 전기차 시장 투자계획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정작 시장 1위인 삼성전자의 완성차를 향한 행보는 조용하다. 전기차는 전기부품과 소프트웨어 비중이 커 전자업체가 뛰어들기 좋은 시장이란 평가를 받는다. 대신 삼성전자는 완성차가 아닌 전장부품으로 성장동력을 마련할 전망이다. 향후 자율주행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전장부품 사업에서 ‘빅딜’을 단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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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쥔 샤오미 공동 창업자이자 CEO(최고경영자)가 3월3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신제품 박람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EPA 연합

화웨이 “우리 자율주행 기술, 테슬라 능가”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10년간 스마트 전기차 사업에 100억 달러(약 11조34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지난 3월말 밝혔다. 최근 웨이보를 통해 출시될 ‘샤오미 스마트 전기차’ 사양과 가격대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기도 했다. 샤오미는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연결한 지능형 사물인터넷(AIoT) 생태계를 확대할 계획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의 입지는 굳건하다. 다수의 시장조사업체가 올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가 화웨이를 밀어내고 삼성전자, 애플에 이어 3위 제조사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한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공을 전기차로 이어갈 계획이다. 화웨이도 올해 사업 돌파구로 자율주행기술 사업을 낙점했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제재로 주력 정보통신 사업이 흔들리면서 성장동력 마련이 절실해졌다.

지난 12일 에릭 쉬 화웨이 회장은 중국 선전에서 열린 ‘글로벌 애널리스트 서밋’을 통해 올해 전장부품 연구에 10억 달러(약 1조1277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레이더와 라이다 등 센서와 반도체 기술을 활용해 중국 완성차업체와 함께 자율주행차를 개발할 계획이다. 쉬 회장은 “사람의 개입 없이 10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일부 분야에선 테슬라의 기술을 능가한다”고 자신했다. 이어 “중국은 매년 3000만 대의 차량이 생산되며 해마다 판매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면서 “중국 외 시장 진입이 어렵더라도 중국 내수시장에서 차량 한 대당 평균 1만 위안(약 170만원)씩만 벌면 큰 사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현재 유럽과 함께 전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35년까지 일반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할 예정이다. 전기차 생산 비중도 기존 5% 수준에서 2025년까지 20%로 확대할 계획이다. 연간 2500만 대 판매 규모를 형성하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20%만 전기차로 대체되더라도 500만 대 수준이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내수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전기차업체가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스마트폰 제조사 같은 신생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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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사옥ⓒ시사저널 박정훈

“자동차 안 한다”던 삼성의 선택은 ‘부품’

반면 스마트폰 시장 1위 삼성전자가 완성차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리나라 전기차 시장 규모가 작은데 무리해서 시장에 뛰어들어 완성차업체와 경쟁하는 것은 삼성에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삼성은 기존 완성차 시장에서의 실패 경험도 있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대내외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완성차 시장에 뛰어들었던 데는 고 이건희 회장의 완성차 사업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최근과 같은 재무적 대외 리스크 관리 시기에 완성차와 같은 대규모 신사업을 시작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제조업은 대기업 중심의 경쟁체제인데, 이는 기존 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라며 “국내에선 현대차 중심의 부품 생태계가 꾸려진 상황이라 새로운 업체가 완성차 사업에 진입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완성차 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대신 전장부품을 중심으로 자동차 관련 사업 발판을 마련해 왔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전장사업팀을 신설한 데 이어 2017년 세계 최대 전장기업 하만을 9조원가량을 투입해 인수했다. 최근 차량용 LED 헤드램프 등 주요 부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단기 수익성 창출이 어려운 차량용 반도체에서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용 프로세서나 차량용 이미지센서, 차량용 통신장치(TCU) 개발 이력을 쌓았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전장부품 사업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주주총회를 통해 3년 내 대규모 M&A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 2월말엔 하만을 통해 미국 차량사물간통신(V2X) 개발사 사바리를 인수했다. V2X는 자율주행 레벨을 높이고 커넥티드카를 구현하는 기술로 평가받는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사실 삼성전자가 하만 인수 후 전장 사업에서 이렇다 할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서 “화웨이나 애플과 같은 경쟁사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를 단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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