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_은퇴] 오래오래 잘 묵혀야 노년 든든한 연금
  •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4.29 11:00
  • 호수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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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다른 연금 3개 가입한 A씨 사례…단기 초과수익은 절대 금물

필자는 지난 글에서 연금자산 관리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현금 흐름을 강조했다. 이번에는 연금자산 배분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왜 현금 흐름이 중요한지 실제로 알아보자. 올해 43세인 A씨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가끔 자신이 모은 연금자산을 보고 만족해한다. 그럼 A씨의 실제 연금자산은 얼마인지 현황부터 살펴보자. A씨는 국민연금을 제외하고 총 3개의 연금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매우 양호한 현금 흐름을 가진 상품이지만 다른 두 개는 문제가 있다.

전문가들은 연금 투자에서 기간에 따라 주식, 채권, 현금성 자산의 비중을 배분하는 기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진은 한 고객이 은행 창구에서 연금저축 상품을 상담받는 모습ⓒ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연금 투자에서 기간에 따라 주식, 채권, 현금성 자산의 비중을 배분하는 기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진은 한 고객이 은행 창구에서 연금저축 상품을 상담받는 모습ⓒ연합뉴스

우선 2000년 12월에 가입한 개인연금저축보험부터 살펴보자. 매년 납입금액의 40%와 72만원 중 적은 금액을 소득공제받고 연금 수령 시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더구나 2000년 12월31일로 판매가 종료됐음에도 현재까지 이러한 혜택이 유지되고 있다. 반면 제도 변경 이후 연금저축은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었고 수령 시 세금을 내야 한다.

소득공제·세액공제·연금소득세 등이 모두 현금 흐름이다. 적용 세율이 높은 경우 세액공제 대비 소득공제가 현금 유입이 더 크다. 또한 현행 세제적격 연금 상품이 수령 연령대별로 3.3~5.5%의 연금소득세를 내는 반면, 개인연금저축보험은 연금 수령 시 세금에 따른 현금 유출이 발생하지 않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상품의 가치는 지금부터 더 빛을 발한다.

1994년 6월 조세특례제한법에 의해 세제 혜택이 주어진 개인연금저축은 앞서 언급한 대로 2000년 12월까지 판매됐다. 당시 판매된 대부분의 개인연금저축보험은 확정금리 6.5~7.5%가 적용됐다. A씨가 보유한 상품은 6.5%를 적용받는다. 2021년 4월 현재 총 적립금은 약 1500만원이다. 이런 속도로 가면 2038년 연금 수령 시점의 적립금은 약 4000만원이다. 사업비 등 기타비용을 감안해도 실제 금리는 약 5.8% 수준이다.

A씨, 조세특례제한법에 의한 세제 혜택 받아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연금저축보험의 실제 적용 금리를 1.5%로 가정하면 수령 시점에 약 1946만원이 된다. 연금저축펀드의 평균수익률을 4%로 가정해도 연금 개시 시점의 적립금은 1980만원으로 현재 보유한 개인연금저축보험보다 1000만원 이상 적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연금을 수령하는 기간에도 동일하게 해당 금리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물론 개인연금저축보험을 이제는 살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현금 흐름 비교를 통해, 해당 상품은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A씨가 보유한 나머지 두 개 상품도 모두 연금저축보험이지만 2006년과 2007년에 가입했다. 가입 이후 꾸준히 소득공제를 받다가 2013년 제도 개정으로 세액공제로 변경됐다. B연금저축보험은 20년 동안 납입하고 60세 연금 수령 시점 기준으로 적립금은 약 4400만원이다. C연금저축보험의 경우 가입 시점은 15개월 늦지만 납입금액이 10만원 더 많아 연금 수령 시점에 약 7380만원이 된다. 해당 상품의 공시이율을 적용하면 각종 사업비를 차감하고 실제 적용되는 금리는 각각 1.15%와 1.35%다.

만약 B와 C를 연금저축보험이 아니라 연금저축펀드(또는 IRP계좌)로 이전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으로 운용한다고 가정해 보자. 장기투자 시 주식시장의 평균수익률은 6% 수준이지만 연금 개시 시점이 가까울수록 위험자산 비중을 지속적으로 감소시켜야 한다. 이 점을 감안해 평균 투자수익률을 4%로 가정하자.

연금을 수령하는 시점에 B와 C의 적립금은 얼마일까. 현재 시점에 두 상품을 이전한다면 적립금은 각각 7340만원과 1억1640만원이 된다. 그럼 실제 받게 될 연금액은 어떻게 달라질까. 이전하지 않았다면 B연금저축은 21만원, C연금저축은 36만원을 20년간 받을 수 있는 반면, 이전하는 경우는 각각 35만원, 56만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다시 말해 35만원 차이가 발생한다. 연간 기준으로는 약 417만원을 더 받게 된다. 이전만 했을 뿐인데도 말이다. 물론 전자는 거의 확정적인 반면, 후자는 확정 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도 투자 기간이 12~13년 이상일 때 그보다 작아질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다.

주식처럼 타이밍과 포트폴리오 변경으론 한계

여기서 핵심은 연금과 같은 장기 투자자산에 대한 접근 방법이다. 연금은 특정 자산이나 상품을 잘 선택해 단기에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투자가 아니다. 투자 기간별로 주식, 채권, 현금성 자산 비중을 기대수익률과 위험에 기초해 배분하는 전략적 자산배분의 영역이다. 위험자산이나 안전자산의 비중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포트폴리오 접근이 중요하다. 그러한 의사결정을 특정 자산이나 상품에 대한 선택과 타이밍 문제로 접근한다면 시장이 움직일 때마다 계속 재배분해야 한다. 이 경우 시장의 평균수익률을 추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요컨대 현금 흐름 분석을 통해 전략적 자산배분으로 접근해야 한다.

개인연금저축보험의 명목상 적용금리는 6.5%지만 비용을 감안한 실효금리는 5.8%다. 현재 기준으로 위험 대비 수익률이 더 나은 대안은 없다. 더구나 최소 10년 이상의 수령 기간에도 5.8%가 동일하게 유지되는 상품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엄청난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상품이란 의미다. 그렇다면 B연금저축과 C연금저축은 어떨까.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다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다. 10~20년 후 100만원이 안 되는 돈을 받기 위해 오늘 100만원을 투자한다는 의미다.

현금 흐름에 이렇게 큰 차이가 있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현재를 유지하고 변화를 두려워한다. 그렇다. 관성이 운동의 제1법칙인 것처럼 변화하지 않는 상태가 당장은 편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정작 두려워해야 할 것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로 맞이하게 되는 은퇴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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